올해 이 나라의 6.25 기념행사(도대체 뭘 기념한는 건가? 민간인 학살과 동족상잔에 대한 반성도 없이)가 가관이 아닐 거라고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역시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거 아닌가 싶다.   

오는 6월 22일 오후 5시반,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한국전쟁 60년 평화기도회'에 조지 부시가 간증을 하러 온단다.  (그래도 전쟁기도회가 아니라 평화기도회라서 다행인감?) 

이라크전 전범으로 재판에 회부되어야 할 사람이 웬 평화기도회 간증이란 말인가. 게다가 그 주제가 '자유와 희생'라고 하니 이건 뭐 할 말이 없다. 요즘 엠비가 영빨이 모자라 그 자리에서 은혜를 받으려고 불렀나?  

국가라보 부르기에도 민망한 국제조폭집단 이스라엘의 대통령이 지금 한국에 와서 꽤나 환대를 받고 있는 모양인데... 참.. 월드컵에서 우승을 한다고 해도 자랑스럽기는커녕 이 나라가 부끄러울 따름이다. 

다음 아고라에 조지 부시 방한 반대 청원 
 
아래는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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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6·25 특강하러 온다 '자유와 희생'


뉴시스 | 기사입력 2010-06-08 15:15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조지 W 부시(64) 전 미국 대통령이 6·25 동란 60주년을 기리는 평화기도회에 참석한다. ‘자유’를 주제로 강연한다.

6·25전쟁 60년 평화기도회 준비위원회에 따르면, 부시 전 대통령은 자유는 쉽게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희생을 통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이영훈(56·여의도 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위원장은 8일 “6·25 전쟁 때 미군이 피 흘린 희생의 대가로 우리나라의 자유가 지켜졌다”며 “그 상징으로 부시 전 대통령이 특별강사로 와서 자유에 대해 얘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평화기도회는 22일 오후 5시30분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된다. 조용기, 김장환, 김삼환 목사 등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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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10-06-09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의)자유와 (누군가의)희생...

(쓰잘데 없는) 이벤트가 많이 열리는군용

나무처럼 2010-06-09 17:50   좋아요 0 | URL
서울광장에 구세주 부시환영의 성조기 물결이 예상된다는... 정신건강에 헤로운데 자꾸 상상하게 되네요. 쩝

카스피 2010-06-10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결국 개신교계에서 한건 하는군요.MB를 도와주러 오는건가요^^

나무처럼 2010-06-10 23:0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엠비가 그날 참석해서 넋두리를 쏟아내지 않을까
 
노회찬, 왜 욕을 먹어야 하나

그저께 밤 오랜만에(?) 마눌님과 매우 정치적인 대화를 나눴다.  


마눌님: 누구 찍을 거야? 
나무: 너는?
마눌님: 난 한명숙. 오세훈도 싫고 엠비는 더 싫어.
나무: 난 한명숙도 맘에 들지 않고 물론 노회찬도 별로지만...  
        엠비정부도 싫지만 참여정부도 정말 싫었어. 
마눌님: 둘 중에 어느 게 더 싫어?
나무: ... 둘 다 싫은데, 엠비가 더 싫은 거 같애
마눌님: 그럼 한명숙 찍어!! 
나무: 그런데 그러기가 싫네. 


결국 난 내 갈 길을 가고 그대신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 한명숙을 찍으라고 하는 선으로 협상이 마무리 되었다.  난 왜 한명숙을 찍지 않고 노회찬을 찍었을까? 
 

2002년 대선에서 다행스럽게도(?) 나는 과거 전력으로 선거권이 없는 상태여서 노무현이냐 권영길이냐라는 논쟁을 맘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 대선 전 날 대학 때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고 술자리 안주 역시 노무현, 권영길이었는데 몇 시간이 지나도 결론은 모아지지 않았다. 자정 쯤이었던가 정몽준이 뻘짓을 했다는 문자를 받고 우리들 모두 폭음을 했던 거 같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술자리에서 짐작은 했지만)  학교 때 급진적 좌파였던 친구들 중에 꽤나 많은 이들이 노무현을 찍었고, 운동과 거리를 두던 친구들 중 또한 꽤나 많은 이들이 권영길을 찍었다. 내게 투표권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투표는 그야말로 정치적인 행위이지만 그 정치는 반드시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영역의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감정과 느낌,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가 하는 것도 참 중요하다. 물론 이번 선거에서의 강남 계급투표에서 보여주듯 그 감정과 느낌도 계급적인 것이겠지만 말이다.  


나는 한명숙이, 민주당이 딱 한 마디, 우리과 과거 참여정부 때 참 잘못을 많이 했다, 앞으로 잘 하겠다고 사과하고 노회찬과 단일화를 시도했다면, 설혹 그것이 무산되었더라도 난 한명숙을 찍었을 지 모르겠다. 하지만 민주당은 오만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후안무치 그 자체였다.  


참여정부 시절 잡혀갔던 사람, 그래서 징역을 사는 사람, 죽은 사람, 그 죽음도 모욕받아야 했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라서 난 차마 엠비를 심판하기 위해 민주당을, 한명숙을 찍을 수 없었다. 비정규직들, 대추리, 부안, 새만금, 한미FTA... 그들이 살아 돌아와 다 이해할 터이니 맘 편히 엠비를 심판하라고 말한다고 해도 그럴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명숙에게서, 유시민에게서, 민주당에게서 최소한의 진정성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물론 한명숙이 살아왔던 삶에서의 진정성은 믿지만). 언제든 더 나쁜 놈이 나타나면 쉽게 용서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못견디게 했다.


그래서 진보신당 당원도 아닌 나는 노회찬을 찍었다. 최소한 그 많은 열사들과 함께 거리에 섰고 같은 길을 갔던 정당, 정치인이었기에 그가 말만 잘하고 좀 믿음직하지 못하고 그래서 그를 별로 신뢰하지 못하지만 그에게 한 표를 던졌다. 그게 내게 있어 의리였든 정치였든 뭐든...  


많은 이들이 한명숙의 낙선을 안타까워 하고 단일화 하지 않는 노회찬을 비난한다고 한다. 난 그 비난의 화살이 노회찬이 아니라 한명숙에게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일화를 위한 어떤 진정성을 보여주었나? 현재 검찰의 표적수사를 그토록 비난하면서 과거의 검찰과 경찰의 만행에 대해 어떤 참회를 했나? 엠비의 북풍을 비난하면서 과거 DJ의 남북화해에 얼마나 큰 오점을 남겼는지에 무슨 반성을 했나?  


다시 말하지만 설사 그런 반성과 참회, 진정성을 보였다고 해도 노회찬은 갈 길을 갔을 지 모른다. 하지만 그랬다면 최소한 내 한 표는 노회찬이 아니라 한명숙에게 갔을 것이다. 노무현을 찍기 위해 숙취에도 불구하고 다음 날 일어나 투표를 했던 급진 좌파 친구들은 노무현을 믿어서, 그에게 혹해서 그런 게 아니라 최소한의 진정성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난 아깝게 떨어진 한명숙과 좀 덜 아깝게 떨어진 유시민,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에게 비난을 하고 싶다. 그 전에 노회찬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달게 나눠 받겠다. 내게도 욕하라. 앞으로 며칠간만일도 노회찬과 진보신당과 함께 비를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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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더 화내라...

심상정이 사퇴했다. 좀 짜증이 난다. 우선 심상정이 눈물까지 흘리고(그 오버스러움도 짜증의 한 이유다) 그러면서 지지를 호소한 대상이 유시민이라는 이유가 짜쯩스럽다. 그렇지만 이게 심상정 개인에 대한, 진보신당에 대한 짜증은 아니다. 난 심상정이랑, 진보신당이랑 아무 관계없다. 경기도민도 아니기에 더 그렇다. 그런대, 그렇지만...

고작 지난 정부, 한미FTA를 밀어부치고, 보건정책을 후퇴시키고, 대추리에서 농민들을 내쫓고, 새만금에서 어민을 내몰고 그랬던 정부의 보건복지부장관(그리고 핵심적인 브레인)을 경기도지사로 만들기 위해 그랬다는 사실... 욕이 나오려고 그런다.   

아래는  노회찬 선본의 권영신 선대위원의 발언이다. 그녀는 스스로 ‘미디어 플래너’라고 소개한다. 그녀의 전력은  코오롱패션산업연구원(FIK)에서 ‘패션미디어’를 가르치고 있고 1993년부터 2005년까지 <하퍼스 바자>, <앙앙> 등의 패션잡지에서 에디터로 일했다. 그 이전을 거슬러 올라가보니, 메이데이의 사전 행사인 4.30문화제를 처음으로 만들기도 했고, 어어부밴드의 공연을 기획하기도 했다.

 “제게 들어오는 프로젝트는 타겟이나 목표가 정확해요. 누구에게 뭘 해달라는 주문으로 청탁이 들어오죠. 그런데 진보신당은 그렇지 않았어요. 자기가 목표하는 게 뭔지를 모르는 거 같아요. 대상을 분리하고 분석하고 하는 데에서 사회가 발전한 만큼 발전하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가슴 아팠어요. 너무 뭉뚱거려져 있어요.

진보신당은 다른 당보다 작으니까, 목표로 하는 게 더 구체적이어야 해요. 다른 당은 모든 사람들을 다 자기편으로 만들겠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아요. 우리에게는 우리편이 분명히 있잖아요. 우리편과 어떻게 대화해야 할지 더 세분화하고 더 구체화해야 해요. 우리는 작은 매체를 향해야 하고, 우리의 메시지는 개인의 일상을 향해야 해요."  

나는 진보신당, 진보정당 운동하는 사람들이 이 말을 곱씹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자기 목표가 뭔지 모르는 것 같다는...그게 이번 선거의 교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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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31 0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무처럼 2010-05-31 11:09   좋아요 0 | URL
잘 모르겠지만 심상정이 그리고 있는 그림은 진보신당이 그리고 있는 그림(그런 게 있다면)과는 좀 다른 것 아닐까 싶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게 선거 막판에 와서야 드러난 게 아닐까...

가을 한강 2010-05-31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같은 도화지에 그리고 있는 그림을 위해서가 아니까요~

나무처럼 2010-05-31 16:00   좋아요 0 | URL
님의 말이 정답인 거 같기도 한데.. 그래도 영 찜찜한 것은 왜인지...^^

ㅇㅇ 2010-05-31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계속 화내기만 하세요

'우리편'이 있잖아요 이러면서 자위 많이 하시길...

라주미힌 2010-05-31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한계는 한계네요. 그 고민을 하는 과정이 진보정치가 가야 할 길이구요.

나무처럼 2010-05-31 15:46   좋아요 0 | URL
네.. 그게 꼭 진보정당 운동, 진보신당만의 한계는 아니겠지요. 어제 술김이 꽤나 시니컬하게 썼지만 저 같은 경우도... 진보진영 전체, 진보운동도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같은 답답함이 있지 않나 싶고 이런 한계를 진보정당이 멋지게는 아니더라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나 대안의 단초만이라도 그려줬으면 하는 바람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지요.

음냐리 2010-05-31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번선거에는 어뢰가 1번으로 출마 했다죠?

불법좌파선동질 2010-05-31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반정부 불법 반대만 하는 좌파새끼들 선동질

검찰 경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강력한 처벌해야


찌라시 ㅅㄲ 2010-05-31 17:1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어디서 또 알바가 와서 이딴 벌글을 달아놓고잇나. ㅉㅉ

머리있음 2010-05-31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한미FTA를 밀어부치고, 보건정책을 후퇴시키고, 대추리에서 농민들을 내쫓고, 새만금에서 어민을 내몰고 그랬던 정부의 보건복지부장관"
이말이..참 우숩다..물론 맞지도 않는 말들만 나열해 놨지만, ..

그럼, 지금 당선 가능성이 큰 인물을 봐라.
그사람이 되는건 당연하다 생각되나?
지금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최악을 막고 후일을 도모하는것도 한 방법이다.
무조건 소신이 중요한것은 아니다.
나의 소신에 공통분모를 찾아 다른방법으로 이룰수있는것도 대표가 할일이다.
무조건 내 소신과 내 명분만 중요한것은 아니다.

세상 참.. 진보라는것들도 꽉막혀있고 보수라는것들도 꼴통들이고..
알고보면 죄다 자기를 위해 일하는것밖에 안된다.
그런의미에서 심상정의 이번 결단은 정말 박수쳐줄만하다.
그렇게 하기 쉽지도 않고, 쉽지않은일에 결단을 내렸다는것에 큰 박수를 쳐주고 싶다.
대표가 아닌사람, 많은 이들의 선두에 서지 않은 사람들이 뭘 알겠냐..
큰 사람의 큰 마음을...

뒤에서 하는일이라곤 욕하고, 소신이며 대의따져가며 원칙에 맞춰 험담하는 것밖에는..
특히나 진보라는 사람들..

웃음만 나온다..


나무처럼 2010-05-31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뭐 유시민을 지지하거나 김문수를 어떻게든 떨어뜨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할 말도 없고 그들이 심상정의 '결단'에 박수를 보내는 데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서 별로 답글을 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네요.
그런데 사람들, 진보는 맨날 반정부, 반대만 하고 대안도 없이 욕만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반대만 하지 않고 독자적인 행보를 하려고, 대안을 보여주려고 나왔다가 반정부, 반대, 여당 후보 낙선을 위해 진보 후보가 사퇴해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 맺어지는 것을 20년 넘게 보면서 왜 그럴까 하는 궁금증도 갖게 되요.
하지만 이보다 정작 더 궁금한 것은 여기 알라딘 서재만에 올라가는 이 글이 알라딘 서재 메인에 걸린 것도 아닌대 도데체 이렇게 제 서재 방문자가 많은 지, 댓글이 많이 달리는 지 그 이유가 정말 궁금하네요. 누구 아시는 분?

바두기 2010-05-31 16:1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구글 토픽에 올라가 있네요~ ^^
 

한때 '백기 들어!, 청기 들어!' 하는 게임이 유행한 적 있다. 어떤 신문기사를 보니 천안함 사건의 정부 발표를 한국인 70% 정도가 믿는다고 한다. 그럼 나는 30%에 속하는데 그나마 나 같은 사람이 30%나 된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낀다. 그러나 한편으론 마치 청기백기 게임을 강요받는 느낌이다. 아래는 한 블로그에 댓글로 적은 글이다.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 발표가 설득력을 갖는 이유 중에 하나는 해외 전문가들이 참여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부분은 MB정부가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되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여기에도 어떤 맹점이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어떤 분야의 누구인지도 전혀 알고 있지 못하며(아직 민군 조사단 명단도 발표가 안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조사단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모르니까요. 멀리 갈 것도 없이 황우석 사태에서 보듯 전문가는 그 전문성으로 인해 전체에 대한 통찰, 숲을 보지 못하는 오류에 더 쉽게 빠지는 반면, 일반인에게는 전문가들이 검증했으니... 라고 하는 거짓된 믿음을 주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런 일일수록 상식에서 출발해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가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다는 뉴스도 있었다. 어차피 그네들의 잔치인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것이 뭐 대단한 것인 양 취급하는 풍토가 그리 보기 좋지만은 않다. 신화로 승격된 월드컵 4강, 박세리-박찬호-박태완-김연아로 이어지는 스포츠 '월드' 스타들의 행렬, '세계적인 국가 브렌드'로 떠받들여지는 삼성, 그리고 해마다 꼴불견이 연출되는 노벨문학상 유력 운운하는 헤프닝까지. 이 모두 지리적으로나 사상적으로 분단되어 망망대해에 섬이 되어버린(섬나라를 비하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후진국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넓지 않은 땅덩어리에 인구만 많은, 그 인구가 너무 많다고 호들갑, 줄어든다고 호들갑을 피우는 '대한민국'의 소아병 증상 같기만 하다.  

그래도, 그러하기에 최소한의 상식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 상식이 조금씩, 더디지만 천천히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제 나라 인민을 학살하고 권좌에 오른 독재자는 처벌받아야 한다는 상식, 전쟁은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상식, 민주주의와 인권이 최소한 이 시대에 가장 기본적인 가치라는 상식.  

이창동 감독의 <시>는 영화진흥위원회 심사에서 0점을 받은 작품이란다. '대한민국' 영진위가 칸 심사위원들보다 더 엄격하고 예술적인 식견이 높다면 그보다 이놈의 '대한민국'이 더 자랑스러울 것도 없겠지만 영진위가 그간 해온 작태에 비춰보자면 이 또한 상식에 반한다.  

잠수함을 찾아내는 초계함이었던 천안함이 잠수정의 어뢰에 맞아 피격되었다는 것을 곧이곧대로 믿어야 하고 거기에 조금이라도 의심을 품으면 잡혀가는 세상이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대한민국이다. 이미 미네르바가 있었고 정연주, PD수첩, 용산참사와 쌍용자동차가 있었고 4대강 사업이 진행 중에 있다. 상식에 반하는 일이 불과 몇 년 사이에 전혀 새로운 일이 되지 못한다. 아니 상식적이지 못한 일이 일상이고 다반사다.  

바야흐로 선거철,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서 "투표로 말하라"는 단 하나의 상식만이 거리 곳곳에 내걸리고 있는다. 나는 이 선관위 홍보물을 볼 때마다 "투표만 하고 그냥 닥치고 있어!"라는 환청이 들리는 것 같다. '투표로 복수하자'는 말도 있는 모양이지만 내 생각에는 투표는 그저 아주 작은 한 부분의 원상복구(그것도 잘 된다면)일 뿐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투표로 말해야 하고, 그럴 것이지만 결코 투표만으로 다 말할 수는 없다. 인간은 거수기가 아니니까 말이다.      

   

p.s 미국 독립혁명에 지대한 영항을 끼친 토마스 페인의 <상식, 인권>이란 책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왜 세습 군주제를 반대하는가? 그 아버지가 왕이었다고 해서 그 아들이 국가를 더 잘 통치할 것이란 이유를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일가와 서울대 입학생에서 보듯 이미 이른바 '자유대한'에서 부와 권력은 세습되고 있다.     
이 책이 고전인 까닭은 도처에 상식에 반하는 일이 행하여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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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전부터 일간지, 시사주간지에 르포가 많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르포라고 하면 '잠입'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선정적인, 그래서 흥미 위주의 글이 실리고는 했지만 근래에는 이른바 탐사보도의 한 축으로 꽤나 좋은 기사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물론 아직도 탐사보도, 르포르타주에 못미치는, 그야말로 현장체험을 했다는 이유로, 객관사실보도가 아닌 주관성이 가미되었다는 까닭으로 르포라 이름붙은 기사가 대다수이지만 말이다.  

좋은 르포르타주의 한 전형을 최근 <한겨레1>이 보여주고 있다. '노동OTL 시리즈'도 그랬지만 얼마전 실린 '영구 빈곤 보고서'도 그렇다. 이런 기사는 저널의 영역을 넓히고 르포문학의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해주는 듯하다. 배울 점이 많다.    

 

 <한겨레21> 기획연재 - 영구 빈곤 보고서


폭풍 같은 빈곤, 구멍 뚫린 복지 우산 빈곤만 고도화된 ‘복지지체’ 세상
좁은 방에서 길을 잃다 무기력은 더 진하게 대물림된다
가난하게 태어나 가난하게 살고 가난하게 죽는다 100만원 미만 소득으로 3명이 생활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너무 힘들다” ‘희망의 절대 빈곤’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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