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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들어, 동생이 태어난 후 부쩍 말을 안 듣는 딸내미. 근데 갈수록 웃긴 짓을 하는데 마치 주성치랑 같이 사는 기분이다.




박스를 뒤집어쓰더니 로봇이란다. 동생 슬이도 씌웠다. 이제 슬슬 동생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언제쯤이나 같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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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0-12-03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들은 왜 이렇게 상자를 좋아하는걸까요, 구석진 곳, 그늘진 곳도 좋아하고.

아, 예쁘다. 전 저 나이 아가들이 참 좋아요. 말캉말캉하고 보송보송해요.

나무처럼 2010-12-04 00:25   좋아요 0 | URL
숨바꼭질할 때 옷장에 숨고는 안 나오려고 하고^^

Arch 2010-12-04 14:22   좋아요 0 | URL
아이랑 숨바꼭질도 해요? 와~

여름 2010-12-10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둘째가 이렇게 컸구나... 가브리엘 서평읽다.. 여기까지 흘러왔네.. 나도 인터넷으로 한권 주문하려구요.

꽃경 2011-01-05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아- :D 둘째가 요렇코롬 생겼쿤요!
귀엽다. 아직 목도 못 가누는 거죠. 정말 언제 유치원 갈까나
새침해 보였던 윤이는 말괄량이가 되어가는듯 ㅎ
 

제목 그대로다. 요즘 어떻게 하루하루를 보내는지 모르겠다. 주구장창 내리는 비에 지겨워하다 문득 오늘 파란 하늘을 봤는데, 이게 얼마만인지... 어느덧 9월 중순, 찬 바람이 분다.  

9월 6일 둘째가 태어났다. 퇴원 후 산모는 아이와 산후조리원에 들어갔고 나는 네 살 난 아이와 한부모 가정 체험을 하고 있다.  

아침 7시에 일어나(내가 아이를 깨우는 게 아니고 먼저 일어난 아이가 나를 깨운다) 밥하고, 밥 먹이고 (다른 집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난  아침에 씻기지 않는다. 자기 전에도 아이가 땀에 찐득찐득 해야 "우리 씻고 잘까?" 슬쩍 물어보곤 하는데 아이는 다행히 씻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린이 집에 보낼 준비물을 챙기고, 그래도 티가 너무 날가 싶어 머리 빗겨 묶어주고, 옷 갈아입히고, 아이를 보내고 출근을 하고, 6시에 아이를 데려와 밥먹이면서 놀아주면서 하다 씻기고(얼굴만), 책읽어주다 재우면 10시 반이다. 밀린 빨래 하고, 보리차 끓이고, 집안 정리 하고 그러면 11시, 12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이 딱 12시 10분이다.  

블로그? 그런 거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소리다. 한부모 가정 체험 덕에 첫째와 무진 가까워졌고 애착이 생겼지만(이제 그만 생겨도 좋을 것을...) 도대체 책 한 권 펼쳐본 게 언제쩍인지 모르겠고, 세상 돌아가는 건 신정환, 태진아 이야기 정도 밖에 모르겠다. 

그러다 엇그제 새로운 출산장려정책이란 게 나왔다는데, 우리 마눌님 같은 비정규직은 육아휴직은 전혀 해당사항도 아니고 당연히  땡전 한푼도 못 받는데  월 250만원 소득의 정규직 여성에게 월 100만원이나 준다는 말을 듣고 마눌님과 함께 분을 삭히지 못했다. 젠장!

하여튼 결론인즉은, 새삼 이 땅의 모든 워킹맘에게 경의를 표한다, 는 것이다. 

   

 
   
 
예정일보다 일주일 먼저 태어났음에도 3.46킬로그램이란 만만치 않은 체구를 가진 신생아. 그래서인지 목이 없다. 태명은 '벼리'였는데 이제 이름을 지어줘야 한다. 이름짓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뭐라고, 한 아이가 수십년 동안 불릴 이름을 지어준단 말인가. 기회가 되면 모든 이들이 성년이 되면 (혹은 고등학교 입학하면서?) 개명의 기회를 부여하여 자기 이름은 자기가 짓게, 혹은 동료가 지어주게 하는 제도를 제안해보는 운동을 해볼까 고려중이다. 어쟀든 이 둘째 딸내미의 이름은 '윤슬'(달빛이나 별빛이 어른거리는 잔물결이란 뜻의 순 우리말)이 어떨까 생각중인데 누구는 좀 쓸쓸하데나... 하여튼 고심 중이다.    

 

 

 
첫째 딸 윤이. 외자 '윤'이 이름이다. 이제 다음 달이면 36개월, 꽉 찬 네살이다. 추석 전에는 어린이집에서 한복을 입고 오라 그럴지도 모른다고 해서 처형네 가서 빌려왔다. 이 아빠의 가상한 노력을 이 아이가 얼마나 알아줄지... 중2가 되면 꼭 이 사진을 보여줘야겠다. 어쨌거나 마음에 들었는지 한복을 입더니 한동안 벗지 않고 일상생활을 하려고 해서 약간의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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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9-15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둘째 태어나서 정말 기쁘시겠네요.정말 축하드려요^^

나무처럼 2010-09-18 01:02   좋아요 0 | URL
감사^^ 그런데 둘째가 아니라 막내이길... 흐흐
 

   

 

 

 

 

 

 


이번 여름휴가는 근 2주였고 주 업무는 아이보기였다. 네 살짜리 아이는 아침 일곱 시에 일어나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에 낮잠을 두어 시간 잔다. 그리고 밤 열 시 쯤 잠이 든다. 매일 그렇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이런 패턴이다보니 생각보다 책을 펼칠 시간이 많았다. 첫 번째로 읽은 책은 그야말로 다들 손에 들고 다닌다는, 누구 말대로라면 <만들어진 신>보다 더 많이 들고 다니며 또한 더 많은 이들이 끝까지 읽었을 것이라고 하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다.  

난 대체로 베스트셀러나 '해운대', '태극기 휘날리며' 같은 천만 관객 운운하는 영화는 잘 보지 않는 편이지만 이 책은 웬지 한 번 봐야 할 것 같아 읽어봤다. (롤스의 정의론에 대해 적지 않은 이야기를 들은 탓이기도 할 것이다.) 

기대했던 것보다 읽고 생각해봄직한 내용이 많아 좋았다. 물론 이것은 주관적인 느낌일 뿐 '하버드대 명강의'란 간판으로 책을 팔아먹었다는 혹평도 존재한다. 동의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법과 정의, 자유와 평등, 인권에 대해 거의 배운 바 없고 논의도 제대로 되지 않는 한국적 현실(?)을 감안한다면 꽤나 소프트한 대중서로 손색이 없고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권해줌직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그런 만큼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뭐라 짚어서 이야기하기에는 그렇지만 불온한 생각으로, 비판적으로 읽어야 할 책이란 생각...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이에 대한 리뷰를 써봐야겠다는 허튼 다짐을 해본다.

 

 

 

 

 

 

 

 


두 번째로 읽은 책이다. 의외로 책장이 쉽게 너머가 아래 두 책을 더 읽게 되었다. 처음에는 매우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로 출발했는데 중간에 과일의 생산과 유통, 유전자 조작 등 시사적이면서도 생각해볼 꺼리가 많이 있는 이야기가 나와 좋았다. 그래도 과일은 읽는 것보다 먹는 게 좋다.   

 

 

 

 

 

 

 

 

 
<돈키호테>는 작년 여름휴가 때 절반 쯤 읽고 말았는데 이 참에 다 읽게 되었다. 이 책을 다시 읽게 된 데에는 <한 신경병자의 회상록>이 큰 역할을 했다. <한 신경병자의 회상록>은 서평단으로 리뷰를 써야 할 책이었는데 그만 시일을 넘기고 말았다. 뒤늦게 마저 읽고 나서 <돈키호테>가 읽고 싶어졌다.  

고전을 가리켜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지만 제대로 아는 이가 별로 없는 이야기라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예전에 아는 사람이 <돈키호테> 발레 공연 티켓을 공짜로 줘서 보러 간 적이 있었는데 난 세르반테스가 이 공연을 봤으면 화가 났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시대와 사회를 풍자한 작품이 고급예술로 박제화된 발레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였던 까닭이었다.  

뒤늦게 <돈키호테>를 읽고나니 어쩌면 세르반테스는 박장대소하며 발레 공연을 감상했을 거란 생각도 든다. 단순한 세태풍자의 소설만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진지한 탐구정신이 <돈키호테>의 저변에 흐르고 있다. 흔히들 햄릿형 인간, 돈키호테형 인간 운운하지만 나는 모든 인간이 돈키호테이자 산초 판사이지 않을까 싶다. 산초 판사. 이야기의 말미로 갈수록 돈키호테보다 더욱 매력적이며 흥미로운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하는 그야말로 햄릿과 돈키호테를 아우르는 현대인이지 않을까. 

<한 신경병자의 회상록>은 늦게나마 리뷰를 올릴 생각이다. 읽기 쉽지 않았던 책이다. 하도 진도가 안 나가 맨 앞 서문을 읽고, 맨 끝 부록을 읽고, 본문을 읽다가 다시 부록을 읽고 하기를 반복했다. 참 어렵게 읽었지만 그 내용은 물론 번역과 무엇보다도 책 편집과 디지인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래도 절대적인 시간은 딸내미 유니와 함께 했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 처음으로 아이에게 짜증을 내고 성질도 부려봤다. 2주 동안 엄마와 떨어지내는 아이를 장인 장모는 대견해 했고 나 또한 그랬지만 시시때때로 미운 짓을 하는데 나의 인내심의 한계가 찰랑찰랑 했던 것이다.  

이 녀석이야말로 앞으로 십 여 년 동안은 내가 읽고 또 읽어야 할, 그래도 다 읽지 못할 한 권의 책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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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3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3 0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8-23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지막 문장에 추천 꾹~~~~ ^^

나무처럼 2010-08-23 18:54   좋아요 0 | URL
마지막 문장 안 썼으면 큰일날 뻔 했군요 흐흐

카스피 2010-08-23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따님이 무척 귀여우시네요^^

나무처럼 2010-08-23 18:55   좋아요 0 | URL
네.. 데리고 나가면 아빠 안 닮고 엄마 닮았다는 소릴 꼭 듣습니다^^

다락방 2010-08-23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결말이 멋져요. 이 녀석, 이라고 칭한 것에서부터 애정이 새록새록 한걸요.

나무처럼 2010-08-23 18:56   좋아요 0 | URL
애를 키우다보니 그 놈의 정이란 게 고운 정에 미운 정까지 꼭 더해져야 하는 거더라구요.
 

올해 여름휴가는 8월 9일부터 20일까지 무려 2주나 된다.  그런데 하나도 즐겁지 않다. 아니 두렵기까지 하다.^^

마눌님이 청소년 상담사가 뭔가 하는 자격증을 얼마 전에 땄는데 올해 안에 2주 간 천안에서 연수를 받아야 자격증이 유효하다고 한다.  그래서 그 2주 동안을 내가 처가에 내려가 애를 보기로 했다.   

이제 네살, 세돌을 코 앞에 둔 아이에 불과하지만, 그것도 딸내미라 보기가 훨씬 수월하지만 그래도 같이 놀다보면 체력적 부담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인터넷은 물론 책 한 권 읽기에도 버거울 것이다. (이건 아이보기만이 아니라 장인어른과의 매일 저녁의 술자리도 있는지라...) 그래서 이 블로그도 그동안 개점휴업에 들어가게 되리라.

그럼에도 책 두 권을 용기있게 가방에 넣고 처가로 간다. 하나는 알라딘 서평단으로 읽어야 할 숙제, 또 하나는 업무상(?) 한 번 봐야 할 책...    

 

 

 

 

 

 

 

 

책 두 권을 다 읽지는 못하더라도 (한 권도 다 못 보더라도) 난생 처음 엄마랑 열흘이 넘게 떨어져 있어야 하는 아이와 돈독한 관계를 만드는 것은 참 바람직한(?), 의미있는(?),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하려고 애쓰고 있는 중이다. 흐흐흐  

 

  

- 백설공주를 보고 공주를 만들어 달라는 유니.... 하지만 백설공주에 나오는 사과와 더 비슷해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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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통 2010-09-16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사과는 너무 귀여워서 먹기가(?) 아깝네...
정말 딸래미 낳았다는 소리를 들은지 얼마 되지 않은듯 한데 벌써 둘째가 나왓다니 ㅎㅎ
늦었지만 축하하오. ^^ 볼 수록 고참 이쁜 딸래밀세 ㅋ

나무처럼 2010-09-18 01:06   좋아요 0 | URL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왔는지... ㅎㅎ
근데 볼 수록 이쁘지는 않고 시간이 가면 미워지기도 한다는^^
 

미술을 전공했지만 졸업과 동시에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는 엄마와 시를 전공했지만 전혀 시적으로 살지 않는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유니.

그래서 표현력이 좀 있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20개월을 전후로 말을 배우기 시작해서 33개월이 된 요즘 "오늘은 너무 슬퍼서 우유를 한 잔 더 마셔야겠어~!"와 같는 말로 엄마 아빠를 깜짝 놀래키는 딸내미.

100일 무렵부터 마눌님이 일주일에 이틀 일을 시작했다. 누구 말대로 아이 등에 센서가 달려 있는 모양인지, 20층 아파트를 두세 번 오르락 내리락 해서 겨우 잠이 든 아이는 눕히기 무섭게 눈을 반짝 뜨고 울기 시작했고 200mm 우유의 3분의 1인 내 옷에, 3분의 1은 잠자리에 토하기 일쑤였다.  

어떤 이는 아이를 키우며 베란다에서 던져버리고 싶었던 욕망을 억눌렀던 때가 하루이틀이 아니라고 자백하기도 했지만 소심한 나는 일주일에 이틀이었던 그 육아의 나날, 침대 메트리스에 아무리 속이 상해도 10cm 높이에서 낙하시키는 걸로 분을 삭혀야 했다.  

아이도 힘들었지만 못지 않게 나도 힘들었던 그 2개월 정도의 나날이 지나자 둘 다 서로에게 조금씩 익숙해져 가기 시작했다. 애기띠에서 고난이도의 포대기 업기를 성공했던 어느 한낮. '진주난봉가'를 자장가 삼아 들려주고, 아이를 배위에 올려놓고 네 시간 가까이 같이 낮잠을 자다 눈을 뜬 해거름. 스케줄에 맞춰 아이를 재우는데 성공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베란다에서 피웠던 담배 한 모금.  

작년 9월, 어린이집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일주일에 이틀이 아닌 하루, 그것도 겨우 두세 시간 정도 아이를 내가 볼 따름이지만 육아는 아직도 서툴고 두려운 일이다. 그런데 이제 석달 뒤에 다시 둘째가 태어나고... 

마눌님의 둘째 임신소식을 접하고 잠시 우울했다. 여성들이 출산의 고통을 잊듯이 나도 그 시절, 그 전쟁 같던 이틀을 잠시 잊고 있었는데 아이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날들이 생생히 떠올랐다. 둘째 벼리가 나오면 이틀이 아니라 삼일을 내가 맡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관계는 존재를 변화시킨다. 그게 새삼 놀랍다. 그런데 그 변화는 고통스럽다. 그렇지만 지나고 나면...

 이랬던 아이가 30여 개월 만에... 

  
... 이렇게 되듯이...  또 좋은 날이 올 것이다.   

  

사랑의 변주곡 
- 김수영

욕망이여 입을 열어라 그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겠다 도시의 끝에
사그러져가는 라디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사랑처럼 들리고 그 소리가 지워지는
강이 흐르고 그 강건너에 사랑하는
암흑이 있고 삼월을 바라보는 마른나무들이
사랑의 봉오리를 준비하고 그 봉오리의
속삭임이 안개처럼 이는 저쪽에 쪽빛
산이

사랑의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우리들의
슬픔처럼 자라나고 도야지우리의 밥찌끼
같은 서울의 등불을 무시한다
이제 가시밭, 덩쿨장미의 기나긴 가시가지
까지도 사랑이다

왜 이렇게 벅차게 사랑의 숲은 밀려닥치느냐
사랑의 음식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 때까지

난로 위에 끓어오르는 주전자의 물이 아슬
아슬하게 넘지 않는 것처럼 사랑의 절도는
열렬하다
間斷도 사랑
이 방에서 저 방으로 할머니가 계신 방에서
심부름하는 놈이 있는 방까지 죽음같은
암흑 속을 고양이의 반짝거리는 푸른 눈망울처럼
사랑이 이어져가는 밤을 안다
그리고 이 사랑을 만드는 기술을 안다
눈을 떴다 감는 기술---불란서혁명의 기술
최근 우리들이 4.19에서 배운 기술
그러나 이제 우리들은 소리내어 외치지 않는다

복사씨와 살구씨와 곶감씨의 아름다운 단단함이여
고요함과 사랑이 이루어놓은 폭풍의 간악한
신념이여
봄베이도 뉴욕도 서울도 마찬가지다
신념보다도 더 큰
내가 묻혀사는 사랑의 위대한 도시에 비하면
너는 개미이냐

아들아 너에게 광신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사랑을 알 때까지 자라라
인류의 종언의 날에
너의 술을 다 마시고 난 날에
미대륙에서 석유가 고갈되는 날에
그렇게 먼 날까지 가기 전에 너의 가슴에
새겨둘 말을 너는 도시의 피로에서
배울 거다
이 단단한 고요함을 배울 거다
복사씨가 사랑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할 거다!
복사씨와 살구씨가
한번은 이렇게
사랑에 미쳐 날뛸 날이 올 거다!
그리고 그것은 아버지같은 잘못된 시간의
그릇된 명상이 아닐 거다

<1967.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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