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진주만][트랜스포머]를 적절히 잘 배합하여 요리하면 [배틀쉽]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2시간이 넘는 런닝타임동안 쉴 새 없이 때리고 부시는데, 등장하는 외계인 함선과 유닛들은 [트랜스포머] 풍이고 해상에서의 전투신은 [진주만]의 느낌이다.

 

이렇게 식상한 요소들을 두루 갖춘 영화지만, 공정하게 얘기하자면 그렇게 형편없다고는 생각되지는 않는다. [어벤져스]가 개봉하기 전에 공백기를 때울 영화가 뭐 없을까 하다가 왠지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볼만한 영화를 생각하고 고른 영화 였는데, 필자와 같은 관점에서라면 그다지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이라면 클라이맥스에서의 뭐랄까 카타르시스 같은 게 좀 부족한 느낌이랄까? 위기와 극복, 반전 등에서 오는 짜릿함이 없다. 볼거리는 많은데 이야기는 죽어있는 그런 느낌이다. 5년 전쯤이라면 현란한 특수효과와 거대한 스케일만으로도 꽤나 흥행 했을법한 영상과 구도일 텐데 이제는 그것만으로는 뭔가 확실히 부족한 느낌인 것은 그만큼 비주얼에 익숙해져 버린 탓이기도 할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풍성한 특수효과로 무장한 화려한 비주얼의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는데도 이미 식상한 것이 되어버렸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이 '보여지는 것'에 쉽게 적응하고 익숙해진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배틀쉽]은 별다른 기대 없이 팝콘이나 씹으면서 스크린 위에 펼쳐지는 현란한 쇼를 보는 느낌의 킬링 타임용 영화로는 그다지 나쁘지 않은 영화라고 생각된다.

 

PS-한가지, 영화 후반에 2차 대전 때의 골동품 전함(배틀쉽) '미주리'호의 Mark7 16인치 대구경 함포 아홉 문의 포격장면은 꽤나 흥분됐는데요, '대사의 태평양전쟁 이야기' 블로그를 읽으면서 함포전을 위주로 한 본격적인 함대전 소재의 영화가 나와 줬으면 하는 기대를 다소나마 충족시켜준 기분이었습니다. 그나저나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함대전 같은 건 나오기 어렵겠죠……ㅎㅎ;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카스피 2012-04-25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함대전은 2차 대전으로 끝났습지요.세계 최대라고 자랑하던 일본의 야마토 전함이 미국 공격기의 폭격으로 바닷속에 수장된 이후 전함의 시대는 가버렸지요^^

휘오름 2012-04-26 15:4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2차대전 배경의 영화가 많은데요 태평양 전쟁이라고 부를만큼 해상전이 많았던 전쟁이었던 만큼 그 마지막의 함포전을 보여주는 영화가 하나쯤 나와줬으면 싶은데요. 배틀쉽은 전반적으로 그저 그랬지만 마지막에 미주리호의 포격장면만큼은 일품이었거든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