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엄마한테 혼나면 나는 책상 밑에 몸을 구겨넣고 들어가 울었다.

방바닥에 앉아 책상 발판에 엎드리면 울기엔 더없이 좋은 공간이 되어주었다.

어린애가 울 일이라고한들 짜달스레 길게 짜부칠만한 게 없었던지 울음은 그리 길지 않았다.

좁은 꼭 맞는 그 공간에서 나가기 싫어서 나는 한참을 머물렀다.

살며시 책상 위로 손을 뻗어 종이를 내려 낙서하면 신통하게 재미있었다.

공주 그림도 그리고 주절주절 일기같은 낙서도 했다.

 

 

종이에 내 마음을 옮겨 적는다는 것이 적잖은 위로가 된다는 걸 그때 알았다.

쓰면서 가라앉혔던 설움이 다시 북받혀 눈물이 돌았는데

그 눈물은 가슴을 쥐어뜯는 아픔은 아니었다. 도리어 내 마음에

촉촉하게 스며들어 곱게 어루만지는 눈물이었다.

 

 

울며 쓴 내 글을 다시 읽는 것이 더 큰 위로가 된다는 걸 점점 알게 되었다.

그래서 좀 우울하거나 속상한 일이 있으면 그런 글, 낙서나부랑이부터 챙겨서

나만의 공간 책상 밑으로 기어들어가기 시작했다.

 

 

엄마 자궁 속 같이 좁고도 아늑했던 책상 밑,

나는 지금 그곳을 여기라고 여기며 기어들어와 먼가 끄적이고 싶다.

어릴 적 울며 쓴 낙서뭉치라도 지금 좀 읽고 싶다. 

 

 

/20140304ㅎ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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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3-04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울 적에 쓰는 글은 나중에 지칠 적에 읽으면서 새롭게 웃는 힘이 되고,
고단할 적에 쓰는 글은 나중에 까마득할 적에 읽으면서 다시 눈을 뜨도록 하고,
아플 적에 쓰는 글은 나중에 또 아플 적에 읽으면서 천천히 일어나도록 돕지 싶어요.
언제나 마음자리를 따사롭게 보듬는 이야기를 진주 님 스스로 남기시면서
하루하루 새 빛을 고운 씨앗으로 심으실 수 있기를 빌어요.

진주 2020-03-08 13:5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2014-03-04 1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08 1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ng 2014-03-05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토닥토닥. 등을 쓸어 드리고 싶네요.

진주 2020-03-08 13:48   좋아요 0 | URL
몽 님 토닥토닥 감사해요~
노랑이 우드스탁 보니까 뭔가 기억의 냄새가 확~
그리워요...

2014-03-09 2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주 2020-03-08 13:45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 님,
사람 기억력이 별거 아닌걸까요?
7~8년 전엔 너무나 또록또록했을 일들이 지금엔 거의 기억이 나지 않아요.
제가 치마나 기억상실증도 아닌데 말입니다^^
암튼...바람돌이 님 우리가 어떤 대화를 주고받았는지는 세세히 다 기억 못해도
님은 무척 친밀한 닉네임이라고 오늘 이 순간 생각나요.
차츰차츰...생각이 더 많이 나겠죠?

진주 2020-03-08 19:36   좋아요 0 | URL
제가 천재인가 갑자기 생각들어요 ㅎㅎ
갑자기 해아라는 이름이 생각났지 뭐예요! ㅎㅎ
맞나???? 아니면 어떡하지??

2014-10-31 16: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주 2020-03-08 13:43   좋아요 0 | URL
감사드립니다~^^
자그마치 8년 전의 글이라,
8년 전에 제가 읽었다면 넘 좋아서 주시는 책을 받았을거 같네요.
번창하시길 바랍니다

책읽는나무 2015-07-05 0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문득 따스했던 님이 그리워 님을 찾아들어왔습니다.
이런저런 생각들로 잠깐 혼란스럽지만 야문콩 꼭꼭 잘 씹으시고 있으시리라 믿어요^^
늘 건강하시구요~~~♡

진주 2020-03-08 13:38   좋아요 0 | URL
지금부터 7년 전에 쓰신 댓글이네요...
이제사 읽지만...책나무 님의 마음이 느껴져요...
염려해주신 그 마음 때문에 제가 잘 견뎌냈나 봅니다.
책나무 님 서재에 찾아갈게요^^

2015-07-20 14: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08 1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11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08 1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주 2020-03-08 13:19   좋아요 0 | URL
실비 님 오랜만이예요~
네, 그래요..저는 큰일들을 겪었지요...
그러나 이제는 세월이 좀 지났다고 또 적응해서 살아가고 있어요^^

2019-03-13 1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주 2020-03-08 13:14   좋아요 0 | URL
혜덕화 님~
서재에 오기 전엔 아무 생각도 안 났는데
혜덕화 님 댓글 보는 순간 혜덕화 님이 생각나요~
작년 이 맘 때에 글 남겨주셨네요~
그토록 오래 서재를 비웠는데도 들러주셔서 거미줄 걷어주셔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