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힙합 - 열광하거나 비난하거나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8
김수아.홍종윤 지음 / 스리체어스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마케팅 관련 도서 모임을 하면서 읽게 된 도서다.


왜 여혐이 힙합에서 만연하는지 굉장히 남성을 패배자 내지는 찌질이라는 관점에서 풀어서 쓴 글인데, 보면서 크게 와닿기 보다는 거시기 했다 ㅋㅋ


사람마다 불편하게 여기는 부분은 다르다. 뭐 어떤 점에서 사회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썩 유쾌하진 않았다. 


도서 모임에서 선정되었기에 읽었지만, 다음에도 비슷한 종류의 책을 읽을 지는 모르겠다. 


일단, 점점 더 피해의식 있는 사람들은 피하게 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Investor우기ya 2022-07-18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루저 문화의 부상에 전제가 된 것은 바로 돈과 외모, 학력과 지위 등 소위 ‘스펙‘ 이었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안정된 직장에 취업해 가장이 되지 못한 남성이 느끼는 좌절감과 상실감은 커져 갔다. 루저 문화는 왜곡된 능력주의와 결합했다. 한국 청년은 능력에 따른 차별 대우를 강조하면서 공동체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것을 거부하는 등 ‘능력주의 이데올로기‘를 아무런 비판 의식 없이 받아들인다. 그래서 이들은 능력이 없는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면서 ‘찌질함‘을 자처하고, 약자에 대한 혐오를 정당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2. 낭만적 사랑은 일생을 함꼐하는 자신의 짝을 의미한다. 사랑의 상실은 자아의 일부를 상실하는 것이므로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 사랑의 대상은 유일하기 떄문에 힙합 가사 속 남성은 설령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다 하더라도 다른 대상으로 이동할 수 없다. ‘사랑의 낭만성과 유일성‘이라는 충실한 각본하에서 남성 화자는 이별 후에도 사랑의 숭고함을 잊지 못 하는 정체성을 구성한다.

3. 현재 음원 시장 및 음악 공연 소비자층은 여성을 중심으로 편중되어 있다. 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에서 제공하는 콘서트별 예매자 성별 통계를 정리한 결과, 2014년 유명 록 페스티벌의 성비는 4:6 정도로 여성이 높았다. 힙합 공연의 경우 대체로 3:7 혹은 2:8 정도이며, 발라드 공연은 1:9에 가까웠다.

4. 낭만적 사랑은 ‘유일한 사라미이라는 환상을 기반으로 한다. 남성이 고백하는 사랑의 아픔은 한 번뿐인 사랑을 잃은 주체의 고통이다. 지금의 연애가 불확실하고, 미래의 결혼이 가능할지 모르나, 과거의 어느 순간 자신이 어느 누군가의 유일한 존재였다는 사실은 모든 불확실성에 앞서는 환상의 정점이 된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25만 부 기념 봄 에디션, 양장)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3월
평점 :
품절


기차를 타고 가면서 이야기하는 형식의 철학서다. 


사실, 읽는 동안 책의 난이도가 높아서, 꾸역꾸역 겨우 읽은 책에 속하는데,역시나 읽고나서 도서 문구들을 의무적으로 정리하면서 보니, 마음에 드는 문구들이 참 많이 있었다.


참 사람이란게 그렇다 ㅋㅋ


뭐 책의 구성은 인생의 시작, 중반 그리고 황혼까지의 여정을 기차를 타고 가면서 도움이 될만한 철학적인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구절들을 보니, 철학서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밑줄을 좀 많이 쳤었구나 ㅎ 




전쟁 때를 제외하면 마르쿠스는 비교적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았다. 절대 권력이 늘 절대적으로 부패하는 건 아니라는 살아 있는 증거다.

놀랍게도 철학자이자 황제인 마르쿠스가 대답을 해준다. 상상 속에서든 현실에서든 역경을 만나면 자기 연민이나 절망에 빠지지 말고 그저 다시 시작하라. 이런 식으로 바라보면 삶은 더 이상 실패한 서사나 망쳐버린 결말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건 진실이 아니다. 결말 같은 건 없다. 무한한 시작의 서슬만이 있을 뿐.

나도 쇼펜하우어처럼 우울하지만 그렇다고 염세주의자는 아니다. 그의 침울함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우리 인간은 절대로 알 수 없는 완벽한 지식을 상정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가능한 최악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 의심할 수는 있겠지만, 정말로 그걸 확신할 수 있을까? 염세주의는 나에게 없는 확신을 필요로 하며, 그 점에서 나는 감사하다.

우리는 광각의 세상에서 망원 렌즈로 찍은 사진 같은 삶을 살아간다. 전체적인 그림은 전혀 볼 수 없다.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건강한 반응은, 중국의 농부처럼 ‘아마도 철학‘을 취하는 것이다.

모든 말다툼은 오해에서 비롯된다기보다는 ‘범주의 오류‘에서 비롯된다. 양측이 같은 문제를 다르게 보는 것이 아니다. 양측에게는 각자 다른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한 사람에게는 그릇을 비효율적으로 넣어서 고성능 식기세척기의 세척력을 극대화하지 못하는 상황이, 다른 사람에게는 자신의 핵심 역량, 더 나아가 자신의 남성성이 후려침 당하는 상황일 수 있다. 전쟁과 심술은 바로 이렇게 시작된다.

휼륭한 사람은 탄식하지도, 한숨을 쉬지도, 불평하지도 않는다. 마르쿠스도 불평불만이 고통을 줄여주지 않고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내게 상기시킨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어느 면에서든 불평은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어린 나이에, 실존주의자가 되기도 전에, 실존주의자라는 용어가 생겨나기도 전에 보부아르는 "내 삶은 현실이 될 아름다운 이야기, 내가 살아가면서 스스로 만들어낼 이야기가 도리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게 바로 실존주의다. 따라야 할 각본도, 지문도 업삳. 우리는 우리 삶이라는 이야기의 저자이자 감독이자 배우다.

사르트르는 그가 카페의 웨이터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는 카페 웨이터를 연기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철머 반쯤 잠든 채로 인생을 살아간다. 우리는 사회적 역할과 자신의 본질을 혼동한다. 사르트르는 우리가 "타인에게 사로잡혀있으며 타인의 시선대로 스스로를 바라본다고 말한다. 우리는 자유를 박탈당했으며 진전성이 없다.(진정성이라는 단어 Authenticity라는 단어는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아우텐데 Authentes에서 나왔다.)

물론 보장은 안 된다 .우리가 이전 세대의 프로젝트를 망쳐놓았듯이, 젊은 세대도 우리의 프로젝트를 망쳐놓을지 모른다. 우리에겐 아무 권리도 없다. 우리는 여관에 모무는 여행자와 마찬가지다. 그저 잠시 머물다 ‘담배 피우지 마이소‘ 규칙을 준수하고, 우리가 청므 들어왔을 때의 상태로 방을 비우고, 어쩌면 고객 의견함에 쪽지 한 두개를 넣어놓고 갈 수도 있는 그런 여행자, 나는 아직 내자리를 넘겨줄 준비가 안 됐다. 아직은 아니다. 나는 늙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노년과 충돌한다면, 아니 노년과 충돌할 때, 우리 딸에게 어떤 쪽지를 남겨주고 싶을까?

위와 다리 아래를 지나 폭포수가 되어 떨어진다. "강은 점점 더 폭이 넓이지고 둑은 점점 낮아진다. 물은 갈수록 더 잔잔히 흐르다 눈에 띄는 커다란 변화 없이 결국 바다와 어우러지고, 고통 없이 독자성을 내려놓는다. 나는 이것이 노년의 최종 과제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물길을 좁히는 것이 아니라 넓히는 것, 꺼져가는 빛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그 빛이 다른 이들의 삶 속에서 계속 타오를 것임을 믿는 것. 카이로스의 지혜, 모든 것에는 알맞은 때가 있다. 심지어 물러나는 것에도.

몽테뉴는 인간은 절대로 절대적 진실을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잠정적이고 임시적인 진실을 붙잡는 것이다. 진실의 조각들, 이 진실의 조각들은 고정불변하지 않고 유동적이다. 몽테뉴는 이 조각들이 "파닥거린다"고 말한다. 하지만 파닥거리면서도 먼 길을 날아갈 수 있으며, 몽테뉴는 그렇게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방도시 살생부 - ‘압축도시’만이 살길이다 지금+여기 6
마강래 지음 / 개마고원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의 내용은 심플하다. 지방도시들이 경제 위기를 겪고, 이후 인구 유출을 겪으면서 쇠락의 길을 겪을 것이라는 것


지금처럼 표를 의식해서 N빵해서 지방도시들을 발전시키는 방식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결국, 쇠락하는 지방 도시들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세금만 무지막지하게 투입될 것이라는 것이 이 도서가 주장하는 바다. 


근데, 나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는데, 현실적으로는 표 때문에 세금만 계속 해서 늘어나는 방식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결국, 어느 지방을 찝어서 고밀도 발전을 시켜야 한다는 것인데, 특혜 논란으로부터 벗어나기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


이러나 저러나 축소 사회, 저성장 사회로 가면, 밀집화가 더 심해지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고 투자 전략을 잘 짜봐야 겠다.


대안지가 적어지고, 중심지와의 격차가 더 심해지기 떄문에 어쩌면, 중도에 포기하는 젊은 세대들이 많아질 것 같기도 하고 ;; 


뭐 그렇타. 

우리가 문화를 외치며 문화를 문제 삼는 경우는 대체로 정책적으로 궁지에 몰리거나 아니면 우리 사회에 큰 위기감이 드리워졌을 때이다. 우리가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빌려 쓰기 시작하면서 전에 없이 문화를 강조했던 것도 바로 그 사례의 하나이다. 그런데 이러한 분위기가 그대로 지방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이 주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문제가 조그마할 때 빨리 고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지는 건 시간문제다."도시에서 뭔가 나빠질 기미가 보인다면 그대로 방치하지 말 것, 이게 깨진 유리창 이론이 주는 교훈

우리나라의 경우 일자리 대체율이 낮은 창의적인 직종은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에 단순 노무직이나 서비스업 등 자동화로 사라지기 쉬운 직종들은 지방 중소도시에 상대적으로 많이 분포되어 있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이 지방 중소도시의 일자리를 더욱 빠르게 소멸시키리라는 예상이 자연스럽지 않겠는가

씨티은행과 우체국의 예는 저성장의 어두운 그림자를 보여주고 있다. 돈 안 되는 지방 중소도시의 점포를 문 닫으면 비난이 쇄도하겠지만, 비난이 두려워 철수하지 않으면 큰 폭의 적자를 감내해야 한다. 이런 경우의 예는 끝도 없이 많다. 지방에서는 병원도 무너져간다. 산부인과의 지방 탈출이 특히 심하다

하지만 저성장 사회에서는 ‘파이’ 자체가 커지지 않는다. 그러니 이제는 대도시가 몫을 더 가져가면 중소도시의 몫이 줄어드는 제로섬 현상이 나타난다. 이제 ‘대도시가 왜 더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불만은 ‘가진 걸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선택과 집중’의 효율성 추구 트렌드는 전반적인 ‘고속성장 → 저속성장’의 변화 속에 더욱 강하게 굳어지고 있다. 이 흐름은 더 이상의 성장동력을 찾기 어려워진 우리 사회의 불안감을 반영하는 것이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고령층은 늘어 성장이 더뎌진 시대에는 예전만큼 수익을 내기가 힘들어진다. 수익이 떨어지면 사람들은 기존의 상태를 유지하려 전력투구한다. 그러면서 나타난 현상이 ‘확실한 곳에만 투자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리지 않는다면 지방은 쇠락의 길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쇠퇴 현상의 핵심에 있는 경제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닥칠 결과는 딱 하나다. 그건 바로 끝도 없는 예산 낭비다


남원시의 쇠퇴는 중소도시의 인구가 대도시로 흡수되는 전형적인 예다. 컵에 빨대를 꼽고 음료수를 쪽 빨아들이듯, 철도와 도로 등의 고속교통망이 빨대로 작용해 대도시가 중소도시의 경제활동을 흡수해버리는 ‘빨대효과’가 나타난 것

인구의 감소와 물리적 낙후 현상의 원인은 경제적 이유에 있다. 순서로 따지면 경제적 쇠퇴가 먼저 오고 다른 문제들이 뒤따라온다는 얘기다. 함수로 따지면 경제는 독립변수, 인구와 물리적 측면은 종속변수가 된다.

하지만 수도권 규제의 효과가 나머지 88%를 차지하고 있는 지방 곳곳에 균등하게 배분되게 해선 안 된다. 국토균형발전 정책에서의 균형은 수도권과 ‘맞짱’ 뜰 만한 지방 대도시들을 키우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는 죽도 밥도 아닌 상태로 국가적 재정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 팔리는 것들의 비밀 - 새로운 소비 권력의 취향과 열광을 읽다
최명화.김보라 지음 / 리더스북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그레아블 독서 모임에서 MZ 세대 마케팅 독서모임을 하게 되면서 본 도서다.


MZ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의 근저에 깔려있는 인간 본연의 욕망 같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사실, 돈되면 다하는게 자본주의이긴 한데, 돈이 없으니까 박탈감을 느끼는 거고 그냥 인스타 보면서 상속 부자들 보면서 좋아하니까 그냥 우울증 걸리는 거 아닌가 싶다. 


그냥, 닥치고 눈 앞에 것 해결해 나가기에도 시간이 많지 않을 텐데 흠... 


난.. 본투 비 꼰... 


사람의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것은 소득의 질이 바뀌거나, 만나는 사람을 잘 만나거나 , 사고방식이 바뀌거나 그 셋 중하나가 아닐까 싶다. 영향의 정도로는 순서대로 영향이 있는 듯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 생각은 반드시 답을 찾는다 인플루엔셜 대가의 지혜 시리즈
조훈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바둑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는 게 적당한 것 같다. 


어떤 종류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아야 인생에서 고수로 살아남을 수 있는지 ?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도서다. 


책을 그냥 재미있게 다 읽었던 기억만 있었는데, 막상 간단하게 리뷰를 쓴다고 하면서 보다 보니, 도서 문구들이 너무 주옥같은 문구들이 많았다. 


단순히 돈 많은 사람 보다는 인생을 잘 살아간 선배로 기억되고 싶다. 나도 인생의 고수가 되고 싶다.


그런 점에서 꾸준히 노력해야 겠지. 


마지막 문장이 참 기억에 남는다. 


" 스스로 강한자는 절대로 변명하지 않는다. 열심히 노력하는 자는 지더라도 당당하다. 내가 승부에 졌다면 그건 내가 덜 강하기 떄문이다. 그걸 인정하고 더욱 노력하면 된다." 


승패와 상관없이 자신의 인생에서 최선을 다한 사람은 쉽게 변명하지 않는다. 그게 고수의 진정한 고수의 생각법이다.. 

정상과 밑바닥을 여러 차례 오가는 파랑만장한 삶을 통해 ‘생각의 힘‘을 깨닫고, ‘인생에서 승패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라는 깨달음과 초연함을 얻었다.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당장은 도무지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악화될 것처럼 보이지만, 의지를 갖고 바라본다면 해결책은 반드시 있다. 물론 그 해결책이라는 것이 반드시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일 수는 없다. 최상이 아니라면 최선을 위해 노력하고, 그것도 아니라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한다. 혹은 양보와 타협을 하거나 깨끗이 포기하고 다른 목표로 옮겨가는 것 역시 일종의 해결책이다.

역사를 보면 세상을 바꾼 사람들은 믿고 수용한 자들이 아니라 의심하며 질문한 자들이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사회를 바라본 자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 자들이 세상을 변화시켰다.

"네가 답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답이 없는 게 바둑인데 어떻게 너에게 답을 주겠느냐. 그 답은 네 스스로 찾아라." 그러면서 덧붙이셨다. "답이 없지만 찾으려고 노력하는 게 바로 바둑이다."

선생님은 나를 본 순간부터 내가 1인자가 될 재주가 있다는 걸 알고 계셨다. 문제는 재주가 아니라 인품이었다. 이 녀석이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바둑 명인에 걸맞은 인격과 품성을 갖출 수 있을까. 더 이상 제자를 들이지 않기로 결심했던 선생님이 죽음이 가까운 나이에 나를 받아들인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나를 사람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사명감을 느끼신 것이다. 비인부전 부재승덕이라는 말이 있다. 인격에 문제 있는 자에게네는 높은 벼슬이나 비장의 기술을 전수하지 말며, 재주나 지식이 덕을 앞서게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생각은 행동이자 선택이다. 어떤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는 그 사람의 선택을 보면 알 수 있다. 백 마디 멋진 말이 무슨 소용인가. 단 하나의 잘못된 선택을 하면 그것으로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다 드러나게 된다.

하지만 인성이 평가를 받는 순간은 생각보다 빨리 온다. 평판이 만들어지는 건 순식간이다. 매일 매일의 행동, 말투 , 표정 등에서 인성이 드러날 수 밖에 없고 그것이 평판이 되어 나에게로 돌아온다.

특히 큰 위기가 닥쳤을 때, 혹은 큰 기회가 주어졌을 때야말로 그 사람의 인성이 확연이 드러난다.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할 것인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에게 책임을 전가할 것인가? 힘을 가졌을 때 그 힘을 무엇을 위해, 어떻게 쓸 것인가? 이런 선택의 순간에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그 사람의 인성 자체다. 인성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 한 사람은 아무리 머리가 좋고 재능이 뛰어나도 그것을 옳게 쓰지 못한다. 바르게 생각할 줄 모르면 바르게 행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가난한 부모는 돈이 없는 부모가 아니라 물려줄 정신세계가 없는 부모다. 어린 시절에 부모로 부터 물려받은 정신세계야말로 자라서 사회에 나가 사람을 사귀고 직업을 갖고 가족을 꾸리고 삶의 목적을 찾는 등 일상의 모든 선택에 영향을 주는 기준이 된다. 바로 이 기준이 나쁜 유혹에 흔들릴 때 머릿속에서 "안 돼!"하고 막아주는 것이다.

스스로 강한자는 절대로 변명하지 않는다. 열심히 노력하는 자는 지더라도 당당하다. 내가 승부에 졌다면 그건 내가 덜 강하기 떄문이다. 그걸 인정하고 더욱 노력하면 된다. 나는 고수가 갖춰야 할 싸움에 대한 가장 중요한 예의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미리 체념하거나, 상대가 약하다고 해서 설렁설렁하는 건 승부사의 자세가 아니다. 설렁설렁 싸우는 건 얕잡아 본다는 뜻이다. 상대방은 설사 이긴다 해도 기쁘지 않을 것이다. 정말로 나를 강력한 경쟁자로 인정한다면 최선을 다해 나를 격파해주는 것이 오히려 고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