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25만 부 기념 봄 에디션, 양장)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3월
평점 :
품절


기차를 타고 가면서 이야기하는 형식의 철학서다. 


사실, 읽는 동안 책의 난이도가 높아서, 꾸역꾸역 겨우 읽은 책에 속하는데,역시나 읽고나서 도서 문구들을 의무적으로 정리하면서 보니, 마음에 드는 문구들이 참 많이 있었다.


참 사람이란게 그렇다 ㅋㅋ


뭐 책의 구성은 인생의 시작, 중반 그리고 황혼까지의 여정을 기차를 타고 가면서 도움이 될만한 철학적인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구절들을 보니, 철학서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밑줄을 좀 많이 쳤었구나 ㅎ 




전쟁 때를 제외하면 마르쿠스는 비교적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았다. 절대 권력이 늘 절대적으로 부패하는 건 아니라는 살아 있는 증거다.

놀랍게도 철학자이자 황제인 마르쿠스가 대답을 해준다. 상상 속에서든 현실에서든 역경을 만나면 자기 연민이나 절망에 빠지지 말고 그저 다시 시작하라. 이런 식으로 바라보면 삶은 더 이상 실패한 서사나 망쳐버린 결말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건 진실이 아니다. 결말 같은 건 없다. 무한한 시작의 서슬만이 있을 뿐.

나도 쇼펜하우어처럼 우울하지만 그렇다고 염세주의자는 아니다. 그의 침울함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우리 인간은 절대로 알 수 없는 완벽한 지식을 상정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가능한 최악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 의심할 수는 있겠지만, 정말로 그걸 확신할 수 있을까? 염세주의는 나에게 없는 확신을 필요로 하며, 그 점에서 나는 감사하다.

우리는 광각의 세상에서 망원 렌즈로 찍은 사진 같은 삶을 살아간다. 전체적인 그림은 전혀 볼 수 없다.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건강한 반응은, 중국의 농부처럼 ‘아마도 철학‘을 취하는 것이다.

모든 말다툼은 오해에서 비롯된다기보다는 ‘범주의 오류‘에서 비롯된다. 양측이 같은 문제를 다르게 보는 것이 아니다. 양측에게는 각자 다른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한 사람에게는 그릇을 비효율적으로 넣어서 고성능 식기세척기의 세척력을 극대화하지 못하는 상황이, 다른 사람에게는 자신의 핵심 역량, 더 나아가 자신의 남성성이 후려침 당하는 상황일 수 있다. 전쟁과 심술은 바로 이렇게 시작된다.

휼륭한 사람은 탄식하지도, 한숨을 쉬지도, 불평하지도 않는다. 마르쿠스도 불평불만이 고통을 줄여주지 않고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내게 상기시킨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어느 면에서든 불평은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어린 나이에, 실존주의자가 되기도 전에, 실존주의자라는 용어가 생겨나기도 전에 보부아르는 "내 삶은 현실이 될 아름다운 이야기, 내가 살아가면서 스스로 만들어낼 이야기가 도리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게 바로 실존주의다. 따라야 할 각본도, 지문도 업삳. 우리는 우리 삶이라는 이야기의 저자이자 감독이자 배우다.

사르트르는 그가 카페의 웨이터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는 카페 웨이터를 연기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철머 반쯤 잠든 채로 인생을 살아간다. 우리는 사회적 역할과 자신의 본질을 혼동한다. 사르트르는 우리가 "타인에게 사로잡혀있으며 타인의 시선대로 스스로를 바라본다고 말한다. 우리는 자유를 박탈당했으며 진전성이 없다.(진정성이라는 단어 Authenticity라는 단어는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아우텐데 Authentes에서 나왔다.)

물론 보장은 안 된다 .우리가 이전 세대의 프로젝트를 망쳐놓았듯이, 젊은 세대도 우리의 프로젝트를 망쳐놓을지 모른다. 우리에겐 아무 권리도 없다. 우리는 여관에 모무는 여행자와 마찬가지다. 그저 잠시 머물다 ‘담배 피우지 마이소‘ 규칙을 준수하고, 우리가 청므 들어왔을 때의 상태로 방을 비우고, 어쩌면 고객 의견함에 쪽지 한 두개를 넣어놓고 갈 수도 있는 그런 여행자, 나는 아직 내자리를 넘겨줄 준비가 안 됐다. 아직은 아니다. 나는 늙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노년과 충돌한다면, 아니 노년과 충돌할 때, 우리 딸에게 어떤 쪽지를 남겨주고 싶을까?

위와 다리 아래를 지나 폭포수가 되어 떨어진다. "강은 점점 더 폭이 넓이지고 둑은 점점 낮아진다. 물은 갈수록 더 잔잔히 흐르다 눈에 띄는 커다란 변화 없이 결국 바다와 어우러지고, 고통 없이 독자성을 내려놓는다. 나는 이것이 노년의 최종 과제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물길을 좁히는 것이 아니라 넓히는 것, 꺼져가는 빛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그 빛이 다른 이들의 삶 속에서 계속 타오를 것임을 믿는 것. 카이로스의 지혜, 모든 것에는 알맞은 때가 있다. 심지어 물러나는 것에도.

몽테뉴는 인간은 절대로 절대적 진실을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잠정적이고 임시적인 진실을 붙잡는 것이다. 진실의 조각들, 이 진실의 조각들은 고정불변하지 않고 유동적이다. 몽테뉴는 이 조각들이 "파닥거린다"고 말한다. 하지만 파닥거리면서도 먼 길을 날아갈 수 있으며, 몽테뉴는 그렇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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