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원의 인디언들은 자신들의 생존 수단을 겨냥한 이러한 변화와 치명적인 타격에서 결코 회복될 수 없었다. 대학살에 망연자실한 여러인디언 부족들은 그것을 자신들의 악행에 대한 신의 징표라고 생각했다. 오마하 인디언들 같은 몇몇 부족들은 버펄로 떼가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선뜻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들은 소 떼가 동굴 안이나지평선 너머 어딘가에 잠시 숨어 있음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부족의 무당들은 ‘의식을 통해 머나먼 곳에서 소 떼를 다시 불러내려는 시도를 했다. 그 의식은 ‘성스러운 막대기에 바침‘ 이라 불렸으며, 제물로 버펄로 고기가 사용되었다. 하지만 남아 있는 버펄로가 한 마리도없었기 때문에 부족 지도자들은 연방 토지 양도 증서로 모아둔 돈을톡톡 털어 30마리의 소를 구입한 다음 그것을 신의 제물로 사용했다. 이것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그들은 제물을 구입하는 데 드는 돈이 완전히 바닥날 때까지 의식을 되풀이하면서 소를 계속 사들였다. 마침내 정신적·육체적으로 지칠 대로 지친 그들은 손바닥만한 땅을개간하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그들은 생존을 위해 옥수수, 닭, 돼지, 소 따위를 길렀다.
영국이 평원의 공짜 목초와 중서부 곡창지대의 잉여 옥수수를 성공적으로 결합시킨 지 한 세기가 지난 오늘날, 1억 600만 에이커에 달하는 미국 농경 지대에서는 2억 2,000만 톤의 곡식이 소를 비롯한 다른가축들을 위해 재배되고 있다.24) 미국에서 가축들, 그것도 주로 소가소비하는 곡물은 전국민이 소비하는 곡식의 두 배에 육박한다. 5) 전세계적으로는 6억 톤의 곡식이 가축들, 그 대부분은 소의 먹이로 사용되고 있다. 만약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곡물을 가축 사료가 아닌 인간이직접 소비한다면 지구상의 10억의 사람들이 곡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을 것이다.)곡물로 사육되는 축산 단지는 인간의 사회적 역학 관계에서도 모든사회적 단계의 밑바닥에서부터 근본적인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이제는 생존 그 자체, 누가 먹고 먹지 않느냐, 지구상에서 이용 가능한 수백만 에이커의 땅을 어떻게 이용하느냐, 누구를 위해 그렇게 하느냐의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수백만 인구가 최소한의 일일권장 칼로리를 섭취하지 못하는 가운데 극소수의 특권층이 곡물 사료로 사육된 쇠고기를 소비하는 현상은현재 우리 문명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이다. 범지구적식량 전쟁과 식단 정치에서 국제 쇠고기 클럽의 역할을 이해하는 것은앞으로 닥칠 인류 생존의 문제를 설명하는 데 필수적이다.
사육장에서 도살될 때쯤이면, 그 소는 2,700파운드의 곡물을 소비한 상태이며 무게는 대략 1,050파운드 정도 나가게 된다.17) 현재 미국에서는 사람이 섭취할 수 있는 1억 5,700만 톤에 달하는 곡물과 콩류, 야채 단백질이 사람들이 1년 동안 소비할 동물성 단백질 2,800만 톤을생산할 목적으로 가축을 사육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14)소를 비롯한 다른 가축들은 지구에서 생산되는 곡물 중 상당량을 먹어치우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농업 현상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단히 우스운 사실은 근대의다른 어떤 단일 요소보다 토지 사용과 식량 배급은 정치적 측면에서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식량에서 사료로의 전환은 거의 아무런 논란도 없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미국만 해도 그 수치는 충격적인 수준이다. 식량 경제학자 프랜시스 무어 라페는 1979년에 1억4,500만 톤의 곡물과 콩이 소와 돼지, 가금류를 비롯한 가축 사료로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이런 사료들 중에 고작 2,100만 톤이에너지 전환 후 육류와 달걀 등 사람들이 소비할 수 있는 형태가 되었다. 나머지 1억 2,400만 톤의 곡물과 콩은 사람이 소비할 수 없게 되었다. 19) 라페는 만약 낭비된 1억 2,400만 톤의 곡물과 콩을 현금으로환산하면 무려 2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며, 그 곡물을 사람들이 소비할수 있도록 전환할 경우에는 "모든 지구인들이 1년 동안 날마다 곡물 1컵씩을 먹을 수 있는 양이 될 것이다" 라고 추산했다.
부자들의 다이어트와 빈자들의 굶주림 간의 모순, 그리고 단백질 사다리의 최상단과 최하단에 위치하여 갈수록 양극화되는 인류의 모순은 노골적인 이기심과 뻔뻔스러운 실용주의에 그런 대로 익숙해져 있는 현대적인 정서에서도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전자 세계에서는 시간이 동시성으로 압축되고 공간이 가상 현실‘ 로 줄어들며 글로벌 시장과 글로벌 쇼핑센터를 위해 그 경계선들이 제거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인류는 가장 중요한 경계선 하나를 없애지 못하고 있다. 가진 자와못 가진 자, 먹는 자와 굶주린 자를 구분하는 경계선이 바로 그것이다. 심지어 인공위성 통신, 정보 기술, 첨단 무기, 유전자 공학 기술로 정교한 포스트모더니즘의 세계에서도 인류는 가장 원시적인 형태로 나뉘어져 지구의 풍부한 유산에 다른 이들이 참여하는 권리를 서로 부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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