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변경론
우치다 타츠루 지음, 김경원 옮김 / 갈라파고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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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란 무엇인가?


일본인 스스로도 궁금해한 덕분에 수도 없이 많은 일본론이 쏟아져나온다고 한다.

가장 높게 평가되는 건 <국화와 칼>이고 이어령의 저작도 꽤 인정을 해준다고 한다.


그렇지만 정말 일본인은 누구인가?

저자는 <변경>이라는 키워드로 일본론을 포괄하려고 한다. 

국가의 위상은 전쟁에서 결정되는데 지금의 일본을 만든건 2차대전이다.

그 전쟁에서 일본은 어떠했는가?

2차대전은 독일이 주도했다. 2차대전을 정리해보면 독일의 히틀러와 나찌당의 리더들은 아리안 민족주의라는 분명한 이념이 있엇다고 한다. 

일본은 따라가는 입장이었는데 저자는 전쟁개전 그리고 패전까지 전쟁의 이념에 대해서 이야기한 일본 지도자가 없었다는 점에 개탄한다. 왜 수백만명의 사람이 죽게 되는 큰 결정을 하면서도 아무도 나서지 않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가?

일본리더십의 불가해한 요소다. 이 점에서는 전후 일본경영의 성취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온다. 일본 기업에 전략은 없고 분위기에 의한 집단성만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일본은 더 강한 힘에 굴복하게 되면서 미군의 군정을 받게 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즉 강한 힘을 쏟아내는 중심이 있다면 일본은 스스로 변경의 위치를 잡는다는 셈이다. 그러니 이념은 굳이 강할 필요성이 적어진다.

그 상황에서 일본의 강점은 번역에서 나타난다.

일본의 번역은 개인적으로도 정말 감탄스럽다. 일본은 밖에서 오는 것에 일종의 경외를 가지고 대하기에 번역 또한 예술에 가깝다. 지금 한국에서 사용하는 사회,경제 등 다양한 단어가 일본의 번역을 통해서 나왔다는 걸 우리가 잘 알아채지 못한다. 이 번역은 한국만이 아니라 중국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저자는 번역에 대한 태도인데, 외래의 개념이나 술어를 '마나'로서 간주하여 '정통이라는 지위'에 놓아두고, 그것을 구어체의 토막이말 속에 끌고 들어와서 뾰족한 모서리를 다듬고 울퉁불퉁한 곳을 덧발라서 일반인들도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 .. 로 번역하는 노력을 바지런하게 계속해왔기 때문입니다 268페이지


이 점에서 감탄스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또 아쉬움도 있다.

감탄과 고마움은 개인적으로도 복잡한 여러 분야를 깔끔하게 도식화하고 테이블로 만들어서 정돈해주는 일본인의 역량이 곳곳에 나타나는 점이다. 

반면 위에서 나타나듯 서양의 사상은 늘 오리지널이고 일본은 번역일뿐이다라는 한계점도 있다. 그런데 이는 한국에서는 더 심하게 나타난다.

좋은 번역 자체를 구하기도 어렵고 정리는 더 어렵다. 그러니 그 위에서 오리지널리티가 탄생하기는 정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서울대 송호근 교수의 자괴감 깊은 고백에서도 나타났다. 하버드에서 공부를 했지만 그때 한참 아래던 친구는 지금 자기 이론체계를 가졌지만 자기가 여기서 한건 뭔가 하는 허망함이 든다는 한탄이었다.


저자가 일본인의 특색으로 보는 또 다른 요소는 일본인의 <도>만들기다. 무엇이든 도로 만들어버린다. 이 또한 장점과 단점이 있다. 음식 만들기도 도가 되다보니 일본여행에서 맛에 감탄하게 되는거고, 반대로 너무 고지식하게 보여지는 경우도 많다.


여하튼 저자의 박식함에 상당히 감탄스러운 독서였다.


일본론은 그렇고, 한국론은 어떠한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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