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9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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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시드니에서 올림픽이 열렸다. 

하루키는 경기 내내 보고 책 한권 휙 내버렸다.


호주라는 대륙은 독특하다.

미국과 엇비슷한 광대한 영토에 사람은 달랑 2000만이다.

땅 파면 광물이 쏟아져나오니 자연의 축복이다. 

자연? 대양으로 나뉘어져 있고 문명이 오랫동안 발달안해서 원주민들은 석기시대 수준이었다고 한다.동물 식물들도 다르다. 코알라의 귀여움은 가만 보면 생존경쟁이 덜 치열한 덕분에 체화된 게으름이라고 한다.


작가가 한 나라를 보는 방식은 일반인하고는 좀 달라 보인다.

가령 바닷가를 가도 붐비는 곳은 피하고 조용한 곳을 찾는다. 해안가에는 서퍼들이 와글거리는데 이들은 상어를 보면서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죽을 확률은 1년에 한명, 하지만 상어가 나타났어요 하면 그 해안이 폐쇄된다고 한다. 그러니 적당히 사람들이 적도록 만들고 자신은 즐기는 전략이다. 

하루키 단편을 보면 상어에 죽은 아들 이야기나오는 괴기담집이 있다. 이런 관찰 덕분으로 보인다.


작가스러움은 호주의 역사와 자연을 압축해내는 솜씨에서 나온다.

호주의 역사를 간략히 담아내는데, 가령 아버지는 영국, 형은 미국.

어려서는 아버지따라 다니다가, 1차대전 이후 영국이 아시아에서 후퇴하자, 미국이라는 집나간 형을 새로 찾아가 졸졸 따라다닌다고 표현했다. 정말 멋진 비유다.

영국에 대한 빚은 1차대전에서 터키해안 갈리폴리에 상륙해서 수만명이 개죽음 한 걸로 꽤 갚았다고 보인다. 거의 7만.

베네딕트 앤더슨에 의하면 국가란 원래 희생을 통해 만들어진 상징에 의해 결속하는데 이 사건은 별다른 역사적 위업이 없던 이 나라에 공통의 체험이 된다. 

건국절 논쟁하는 나라도 있지만 호주는 간략히 이 죽음을 추모하는 날을 기념한다고 한다. 그렇게 미국 졸졸 따라다니가 베트남전까지 참전했는데 (중간에 한국전도 있다) 여기서 희생이 워낙 커서 보수당이 정권을 내놓게 된다.


이후 아시아 국가들에게도 이민을 조금 개방하고 다원주의라고 주장하면서 무역도 실리적으로 한다. 참고로 호주는 FTA에 적극적이고 한국에는 소고기를 비롯해 농산물이 많이 들어온다. 이는 여전히 형노릇 하는 미국이 앞장서서 시장개방 시키면 비슷한 패턴으로 들어가 이득 보는 꼴이다. 특히 일본과 무역이 굉장히 많다.


그냥 올림픽만 보러가는 줄 알았더니 역시 작품에 대상을 압축시키고 특징 뽑아내는 건 작가의 솜씨가 크다. 술술 읽힌다.


올림픽이야 2000년에 있었던 사건이니 이제 꽤 과거로 돌아간다. 한국과 일본의 동메달 결정전 관전기 등도 있지만 반대편 응원단이니 색이 다르다. 그러면서도 역시 국뽕적인 냄새가 별로 없다. 일본의 재담 작가들 다수가 독도 등 비판하면서 한국 출판이 잘 안되는 것돠 대조가된다. 하루키는 일본을 넘어선 세계인, 그런 이미지를 꾸준히 관리한다.


거기서도 쉬지 않고 달리고 맛난 것 찾아 품평하고, 음식과 와인 등 사는 패턴은 비슷하다. 달리기에 대한 애정 답게 육상경기에 대한 감상은 꽤 심도가 있다. 고독한 시합에서 한계까지 밀어 붙이는 인간들에 대한 연민. 그건 공체험 해본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그런 감정일 것이다.


이외에도 이것저것 호주에 대해 알고 싶은 것들이 담겨 있다. 여행안내서는 아니지만 훨씬 편하게 읽힌다. 

비슷하게는 장강명이 신혼여행 대신 간 필리핀 관광지 여행이 떠올랐다. 작가의 눈이란 역시 보통사람과는 다르다.


비행기 타고 날라가기 전헤 한번 쓱 보면 좋을 듯, 가면서 읽어도 좋고.

작가란 시야를 열어가도록 도움 주는 존재라는 점을 새삼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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