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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 “‘29만원밖에 없다’ 전두환씨 말듣고 구상”
하니Only 김미영 기자
» 만화가 강풀씨
[관련기사]
온라인 인기만화 ‘26년’ 끝내는 강풀씨 인터뷰
5·18 정면으로 다뤄 “독자들에게 ‘그날’ 기억 의미”

‘순정만화’ ‘바보’ 등의 인기만화가 강풀(33·본명 강도영)이 포털사이트 <다음>에 연재했던 ‘26년’이 25일 31회로 5개월의 여정을 마감한다. 이 만화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으로 시민군을 죽인 죄책감에 시달려온 대기업 회장 김갑세(47)가 2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뒤 시민군의 자녀인 경찰관 권정혁, 건달 곽진배, 조각가 이치영, 사격선수 심미진 등과 함께 법이 심판하지 못한 당시 최고책임자를 단죄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지난 30회에서 전직 대통령의 집에 침입한 주인공들이 경비원과 사투를 벌이는 장면까지 그려졌고, 25일 마지막회를 앞두고 결말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1일 강풀을 작업실에서 만났다. “결말이요? 제 만화에서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은 작품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아닐 것 같다”고 강풀은 말을 아꼈다. “거사의 성공이냐, 실패냐를 떠나 독자들이 5.18을 기억하게 됐다는 사실과 대중만화가도 금기시되는 소재를 다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에 의미를 둔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올 초 2~3년간 작품활동을 쉬겠다던 그가 5.18을 정면으로 다룬 만화를 선보였을 때만 해도 ‘역사적 사건’을 다룬 만화가 대중적인 인기를 모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만큼 그는 대중성을 가미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애초 26살 동갑내기로 설정했던 주인공들의 나이를 27살, 31살, 32살 등으로 변화를 줬고, 주인공의 직업들도 건달, 경찰관, 국가대표 사격선수, 조각가 등으로 구분했다. “건달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데 있어서는 고민이 많았어요. 건달을 미화한다고 볼 수도 있고. 하지만 총·칼 앞에서 당당할 수 있고, 단죄작업에 많은 인원을 동원할 수 있는 직업이 건달밖에 없더라고요.” 그의 고민이 읽히는 대목이다.






폭발적인 누리꾼 반응 하루 조회수 200만건, 매회 댓글 2000개

» 연재 끝나는 온라인 인기만화 ‘26년’
<26년>은 폭발적 인기를 모았다. 하루 조회수만 200만건을 훌쩍 넘겼으며, 매회 2천여개 남짓한 댓글이 달렸다. 댓글의 내용은 “감동스럽다. 눈물이 난다”에서부터 “5.18 책임자를 단죄해야 한다”로 다양했지만, 5.18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젊은 누리꾼에게 이 사건을 기억하게 하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그냥 기억하게만 하고 싶었어요. 5.18이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의 소망이 어느 정도 결실을 거둔 셈이다.

그가 이 작품을 구상한 건 3년 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수중에 29만원밖에 없다”는 발언이 나온 직후다. 직접 광주로 내려가 관련자들을 만나고, 자료를 수집했다. 연재하는 내내 하루 3~4시간밖에 자지 못했다. 자료 수집, 사진 촬영, 사투리 번역, 무기 전문가 등 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컸다.

<26>년은 그에게 있어 커다란 실험이었다. 5.18을 직접적으로 다룬다는 점이나, 대중적인 인기를 끌어모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5.18을 알리는 일이 태어날 때부터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감 같이 느껴졌다고 했다. “대중만화에서 역사적 사건은 금기시되어 있는 소재들이죠. 하지만 이런 ‘팩션(fact+fiction=faction) 만화’가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고, 특히 5.18 같은 경우 진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기 전에 이 시점에서 알려야 했어요. 올해 못하면 내년에는 더 어려워질 것 같았고요.”

작품 구상 동기는 “수중에 29만원밖에 없다”는 전두환 말 직후

그는 지금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굉장히 큰 숙제를 끝낸 느낌이라고도 했다. 실제 그는 연재하는 동안 바깥 외출과 인터뷰를 사절하며, 작품에만 매달렸다.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다. “가해자들에게 경종을 울려주고 싶었는데, 큰 숙제를 끝낸 것 같아요. 연재하는 동안 마음이 무거웠지만, 최선을 다했고, 많은 사람들이 5.18을 기억하게 됐으니까요.”

그는 당분간 팩션 만화를 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힘이 든다”고. 11월 7살 연하의 신부와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그는 얼마간 휴식을 취한 뒤 공포나 호러, 순정만화로 독자들을 찾아뵐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언제쯤이냐?”는 질문에 그는 “후속작품은 내년 봄에나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1달 쉬면 좋은데 2달이 넘어가면 심심해서 환장한다. 변덕이 심해 팩션 만화를 다시 할 수도 있고, 후속작품 공개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앞으로도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작품들을 공개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인터넷은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만화를 보여줄 수 있고,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예요. 만화가 너무 좋아, 만화가를 꿈꿨고 만화를 그리지 않으면 인생 정말 재미없겠다고 생각했는데, 제 만화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있어 행복합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처단하자” 인터넷 화끈…영화로도 나올 예정

인터넷에서는 ‘26년’을 본 <다음> 누리꾼을 중심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법정에 다시 세우자는 청원운동 [바로가기]에 들어갔다. ‘cool-girl’은 “강풀의 만화는 이제 더이상 만화로 남아서는 안된다”며 “마지막 1회를 남겨놓고 있는 이 시점에서, 네티즌들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자”며 서명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20일 오후까지 4000명에 가까운 누리꾼이 서명에 동참했다. ‘한사람으로서’는 “역사와 국민을 더이상 우습게 생각하게 놔 두면 안된다”고 말했고, ‘안녕하세요’는 “권력이란 이름으로 더럽고 무자비한 짓들을 가리고 있다.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며 서명에 참여했다.

» 아고리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심판을 요구합니다’ 청원운동

한편에서는 <26년>의 결말이 해피엔딩으로 끝나야 한다는 청원운동도 진행되고 있다. ‘아크바르’는 “마지막회 결말은 꼭 우리가 원하는 방향이었으면 좋겠다. 좋은 결말을 부탁한다”며 청원을 제안했고, 현재 90여명이 참여한 상태다.

강풀은 이런 움직임에 대해 “만화를 그리면서 모방범죄나 인터넷 서명운동 같은 것들을 기대하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그냥 5.18을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26년>은 ‘괴물’의 제작사인 청어람이 이미 판권을 구입, 조만간 영화로도 선보일 예정이다.

» 인기만화 ‘26년’ 가운데 일부

» 2004년 3월 노대통령 탄핵무효 관련한 강풀의 ‘광화문 스케치’

» 2005년 부천국제만화축제 대상 수상한 강풀의 ‘아파트’

[동영상] 만화가 ‘강풀’의 일상 /온라인뉴스팀 김소향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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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정말 이젠 그만 듣고 싶다.
당신의 이름...
아니,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당신의 이름은 기억되어야 하지만
그 뻔뻔함은 다시 보고 싶지 않다.
 
누구냐?
사면한 자, 타협한 자, 용서한다고 말한 자들...
신년 모임에 초대한 자들...
전직 대통령들...
감히 국민의 이름으로 국민을 배신한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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