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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 1부 세트 - 전4권 - 지리산의 작두 ㅣ 허영만 타짜 시리즈
허영만 그림, 김세영 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타짜는 도박의 세계에서 기술자로 경지에 오른 사람을 가르키는 말이다.
어느 분야든 경지에 이른 사람을 인정해준다.
대부분 존경어린 시선으로 보지만 도박의 세계에서는 다르다.
대부분의 경우 사기와 윽박으로 돈을 긁어가는 원수들로 취급되어 경계의 대상이다.
우선 라스베가스 카지노를 보면 돈을 왕창 따가는 실력자에 대해서는 출입을 금하고 있다.
처음에는 정중하게 그만 나가줄 것을 요청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돈을 계속 딴다면
다음에는 폭력을 행사한다고 한다.
도박이란 기본적으로 제로섬 게임이다. 잘해야 참여자 전체로 해서 본전인데
여기에 판을 벌리는 사람들이 뜯어가는 수수료를 고려하면 대부분 마이너스가 된다.
그런데 고수들이 나서서 승률을 높게 유지해버리면 나머지 사람들은 금방 개털이 될 것이다.
그래서 하나 둘씩 상대하지 않으려 한다면 결국 혼자가 되고 만다.
아무리 잘 닦아 놓은 실력도 이렇게 되면 소용이 없다. 잘해야 심판이나 할까?
경마장에서도 혼자 너무 잘달리면 아예 경주에 참여 못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주인공 고니는 누나의 돈을 가져다가 날려버리고 집을 떠나야 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죽을 결심으로 돌아다니다가 고수를 만나 솜씨를 배운다.
그리고 타짜가 되어 본격 활약을 하는데 과연 이제 행복해진 것일까?
우선 주변의 고수들을 보면 대부분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
손가락 심하면 손 하나가 잘려나갔는데 최고의 고수라는 짝귀까지도 귀가 망가져있다.
주인공으로 비명횡사하는 사람이 곳곳에 나오는 걸 보면 그리 좋은 삶은 아닌 것 같다.
여기서 잠시 시장을 살펴보자.
판을 크게 벌이려면 호구를 그것도 돈을 아주 많이 들고 있는 호구를 물어야 한다.
이를 유인하는 것이 전체 작업 과정에서 가장 큰 부분이다 보니 설계자(총괄 매니저 )가
큰 몫을 한다. 돈도 대고 여러 사람의 역할도 정의해서 한판의 연극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타짜의 역할은 제법 크지만 여전히 장기판의 졸이다. 잘해야 차까지 올라가도
상대의 궁을 잡으려면 바꿔치는 패로 던져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어느 수준에 오른 다음에는 회의가 확 들어버린다.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추락의 위험이 커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르기 위한 길을 갈 수 밖에 없는 운명의 인간들이 타짜들이다.
욕망은 적당히 그쳐야 한다. 카지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딴다고 한다.
새벽까지 힘들여 똑 같은 일을 하다보니 지치고 결국은 토해내게 되는 것이다.
노름판에서는 아무리 운이 좋아도 단 한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날려버릴 수 있다.
그래서 평경장은 분명히 고니에게 선을 그으라고 했다. 고니는 그것을 거절했고 덕분에 영화는
계속되지만...
자 여기서 한번 살펴보자.
타짜를 둘러싼 환경을.
게임은 결코 공정하지 않다. 타짜들은 처음에는 실력으로 하다가 기회가 닥치면 기술을 쓴다.
문제는 이들과 맞서는 보통사람 즉 호구다.
처음에는 누구나 호구인데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자신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너무나
지나치다는 점이다. 모두에게 공평한 게임은 별로 없다. 참여자 중에서 일부는 이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 사실을 모른다 아니면 자신에게는 색다른 운이 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타짜를 다시 보면 게임은 화투에서 카드에서 그치지 않는다.
화투 자체가 조작되어서 타짜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되기도 하고 모니터링 하기 위한 전기장치가
동원되기도 한다. 미인계는 기본이고.
나아가 판돈이 얼마 이상 커지면 폭력이 개입된다. 따도 곱게 들고나오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내가 기술을 키워 상대를 누르면 상대는 돈을 더 들고 나오고 다시 나도 돈으로 누르려고 하면
폭력을 동원해버린다. 그 폭력도 한계에 달하면 권총까지도 나온다.
자 이렇게 되면 인간의 욕망이 무한함과도 같이 무작정 이기는 법 또한 없는 것이다.
그럼 이 원리는 도박에서만 적용될까?
정부가 개설한 공인 도박장 강원랜드, 도시에 널린 바다이야기도 그렇고
넓게 보면 주식시장, 특히 선물도 도박의 한 종류로 볼 수 있다.
이 모든 시장에서 지는 사람들은 먼저 자신을 지나치게 과신했고 운에 대한 믿음이 너무 강했다.
얼마전 무너진 미국의 헤지펀드가 날린 돈은 6조에 달한다고 한다.
그 헤지펀드는 똑 같은 기법으로 그동안 너무나 잘해왔다. 그래서 몰려들어온 돈을 주체 못해서
지금까지 왔는데 바로 그 방법이 자신들을 몰락시킨 것이다.
그럼 교훈을 정리해보자.
먼저 자신을 알라. 커다란 세계 속에서 인간은 누구나 한계를 알고 겸손해야 한다.
다음 욕망의 선을 그어라. 많은 종교들이 지향하는 바는 욕망을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줄이는 것이다.
게임이 공정하지 않다고 툴툴대지 말고 공정하지 않은 게임에는 참여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라.
자기 자신이 게임의 규칙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없다고 하면 더욱 잘 생각하라.
만화 한편이지만 많은 교훈을 준다. 작가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