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형을 모살하고
아내가 남편을 살해하고
신하가 왕을 죽이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랑하던 연인을 아버지에게 빼앗기고 시름하게 되는 아들,
나이든 신하를 두들겨 패 목숨을 빼앗게 하는 것
이 모든 것이 다 권력을 놓고 벌어지는 다툼
혹은 권력을 활용해서 만들어지는 결과물들이다.

그럼 이 이야기는 새로운 것일까?
절대 아니다. 중국사만 놓고 보아도 시대를 앞과 뒤로 옮겨보면 무수한 사례가 나온다.
삼국지의 조조의 아들 조비가 한나라 왕조를 끊는 것이나
당태종이 동생을 죽이는 것이나
서태후가 아들을 죽이는 것 모두가 다 권력의 다툼이다.

중국만 그러할까?
조선으로 오면 영조가 아들을 죽이고
태종은 동생을 죽였다. (당태종과 비슷하지 않은가?)
한국으로 와서도 쿠데타로 얻어진 권력을 마음껏 행사하다가
측근에 의해 죽게되는 박정희 스토리는 또 어떠한가?
결국 권력이란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추구하여 쟁취하고 이를 누리다가 비극을 맞게 되면 맥베드 이야기가 되고
천수를 누리면 왕자의 출세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그들의 세계는 범인들의 세계와 다르다. 한 걸음 물러서면 목숨을 그대로 잃어버리는
냉혹한 세계다.

영화 야연은 기본 스토리 구조를 햄릿에서 차용했다.
갑자기 죽어버린 아버지의 뒤를 동생이 이어서 황제에 오르고
어머니는 그와 재혼을 하게 된다.
아직 황자의 자리에 있지만 아들은 방황하고 아들에 연심이 있던
어머니는 갈등을 보인다.

중국판 햄릿은 이 이야기 구조를 당나라로 옮겨서 전개시킨다.
아버지가 아들의 애인을 빼앗는 장면은 현종과 양귀비의 이야기가 되고
동생이 형수를 취하는 것은 당고종이 아버지의 후궁 측전무후를 부인으로
삼았던 것과 비교된다.
영화 말미에 장쯔이가 여황제에 오르는 것은 더욱 측전무후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렇지만 이야기의 진행을 채워가는 scene 들은 별로 만족스럽지 못하다.
느리게 순간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싸움 장면들을 보면 와호장룡의 쾌감을 살려보려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 느림은 어째 만만디로 상징되는 중국의 여유가 느껴지는데
빨리빨리라는 한국적 가치에 익숙한 내눈에는 흡족하지 못했다.

싸움은 과잉이고 그리 감동도 주지 못한다면 다른 측면은 어떨까?
장대한 성의 모습을 외곽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보여주었고
내부도 장대하게 만들어 보여주었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정말 스케일이 크다는 것은 자금성에서도 만리장성에서도 느껴보았지만
이 영화도 새삼 그런 측면을 느끼게 해준 점은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당대의 복식, 춤과 음악을 보여주는 것은 아마 벽화에서 차용한 여러 이미지를  통해서
생동감을 더한 것 같다. 영화에서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이다.

와호장룡 비슷한 면은 또 있다. 등장인물의 감정 묘사를 다각도로 시도한다.
모두가 권력다툼에 치중할 때 유일하게 권력과 무관하게 사람 하나를 지극히 사랑하는
여인이 있다. 더해서 자신의 목숨을 개의치 않고 연인과 의무를 오가며 고민하는 태자의 모습도
과히 나쁘지는 않다. 마지막에 독배를 마시는 황제의 모습은 무언가 어색하다.
결국 인물 대부분은 공감을 얻지 못하고 만다.

점수를 주자면 C+ 수준. 아쉬움은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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