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공직자의 경제이야기
엄낙용 지음 / 나남출판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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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요정, 절세미인의 시중을 받던 남자가 갑자기 천천히 술을 들어올린다. 그러더니 여인의 머리에 부어댄다. 좌중은 싸늘해진다. 

여인은 화를 내야할까? 여인은 고개를 바닥에 대고 빌고 있었다.

남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돈 대는 사람은 사업가고, 남자는 경제관료로 인허가권을 쥐고 있었다.

그렇지만 머리에 술 부음을 당해야 할 여인은 또 무슨죄인가?


저자 엄낙용은 대한민국 경제관료로 상당히 성공적 커리어를 이루었다.

관료 생활의 마지막은 산업은행장이었는데 이 때 김대중 정부의 대북송금을 폭로하고 국회에서 증언했다. 


그런 그가 회고록을 내었다.

최근에 공병호 이용만 회고록을 보고 이런 책들이면 국가경제운용을 배울 수 있겠다는 소감을 가져, 엄낙용의 책도 관심있게 보았다.


하지만 기대와는 많이 달랐다.

처음 시작은 가난한 소년의 고시입신이다. 그리고 이어서 관세청에 배치 받아 보니 현실과 괴리가 컸다.

꿔다 놓은 보리자루 같으니 누군가 데려다가 일종의 관리론을 전개해준다.

돈은 안 받고 일도 안한다, 돈을 받지만 일 안한다. 돈을 받고서 일도 잘 한다 등. 나름 생각가지고 정리되었고 공감도 가는 부분이다.

그런데 하나의 유형이 있다. 조직이라는 톱니바퀴가 돌아가는데 돌멩이처러 꽉 막혀서 가지 못하게 하는 존재다.


선배는 이 유형도 조직을 위해 제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가만 보면 내 눈에는 저자가 딱 이런 유형으로 보였다.

책 여기저기에 나온 저자의 성격은 앞서 자신이 늘어 놓은 요정에서의 무용담과 비슷하다. 검사하는 친구에게 네가 무얼 잘났냐고 전화로 싸우는 등 여기저기서 일들이 많다. 물론 저자도 젊어서 고시에 합격해 많은 일을 해냈고 그덕에 고위직에 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인생의 대미를 장식하는 일들은 그렇게 화려하지 못했다. 하나는 대우자동차 매각이었고 다른 하나는 대북송금 폭로였다. 

이 두 사건은 지금도 논란이 되는 주제고 보는 이에 따라 시각이 달라진다. 그렇지만 긴 안목으로 볼 떄 대우차의 매각은 대우차 출신 사회운동가 김대호가 <대우차 하나 못살리는 나라>에서 썼듯이 저가방출이었고, 자동차 회사에서 자동차 공장이 되어가는 수순이었다.

이걸 인생의 큰 공로로 회고록의 핵심에 갖다 놓은 게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대북송금이다. 저자는 자신이 정말 정말 정의감의 발로라고 여러번 강조한다. 가령 연평해전의 총탄이 이 돈에서 나왔구나 하는 연결도 지어본다.

남북간의 화해란 크게 보면 오랜 분단에서 평화로 이끌어가려는 시도였고 송금은 수단이었다. 덕분에 만들어진 개성공단이 남한 기업가들에게 준 수익이 비교가 되지 않는다. 최근 개성공단 기업가 회장 하던 분의 강연 참조하면 그렇다. 

나아가 경제를 떠나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는 남과 북은 최대한 평화로 가지 않았는가? 반대로 이명박 박근헤 정부의 귀결은 사드와 중국과의 절단이다. 사드 하나의 가격만 조단위가 넘어가는데 당시 대북송금 금액과 비교해서도 뭐가 경제적인지 자명할것이다.

썼지만 돌아오는 돈과 거기에 평화의 가치를 쉽게 재단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저자는 자신이 과거 했던 폭로야말로 정의라고 한정한다. 이거야 말로 저자가 여인의 머리에 술 붓는 행위 정도 수준이다. 

그리고 저자의 선배가 강조한 톱니바퀴 돌리는데 장애가 되는 돌맹이 수준이다.


회고록은 인생 자체를 멀리서 돌아보고 후세에 남기기 위한 기록인데 잘한것 드러내기도 좋지만 자신의 행위에 대한 무조건 적인 찬양이라면 낯 뜨겁고 안타깝다.

과거 송민순 회고록이 정파적 인식이 강했고, 최근 전두환 회고록이 반성은 없이 자기 변명으로 일관헀다.

엄낙용 또한 자신에 대해 모난 성격과 모난 행위를 억지로 끼워 회고록이라는 명목의 책을 낸 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크다.


그렇게 전두환 회고록 유사품 정도라는 허망한 소감을 갖고 책을 덮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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