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대통령들 - 누구나 대통령을 알지만 누구도 대통령을 모른다
강준식 지음 / 김영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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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코앞이다.

촛불이 만든 조기대선에서 한국의 명과 암을 동시에 본다.

잘못된 선택의 결과가 얼마나 참담한지 박근혜의 비용은 거의 100조에 달할 정도로 크다. 개성공단 폐쇄와 사드 결과물로 나타나는 거대한 손실은 점점 불어나고 오래오래 후유증이 남을 것이다.

반대로 빛도 있다. 평화롭게 절대권력을 끌어내는 역사적 쾌거를 이룬 나라는 실제 거의 없다. 자칫하면 군대와 충돌해서 시리아 꼴이 나거나, 태국이나 남미 같이 민주주의도 아닌 어정쩡한 봉건국가가 된다.


한국 국민들은 이렇게 운명을 스스로 정하지만 정말 자신의 선택이 가지는 무게를 알까?

과연 한국의 지도자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이 책은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열전으로 그 질문에 답을 해나간다.


유학박사-군인-민주화운동가-사업가-2세정치인


명문대-육사-상고 출신 3명


한국의 지도자들은 꽤 경력이 역동적이다.

특히 초기에 박사라는 학식을 중시하다가 군을 거쳐 상고출신들이 연달이 3명 대권을 쟁취한 건 상당한 역동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힘이 과하면 반동도 커서 좋게 마무리하기가 어려웠다. 박정희도 그렇지만 이승만, 장면 등 예전부터 지도자들의 말로가 좋지 않았다.

덕분에 지금도 사형수 였거나 감옥에 가본 경험이 많았던 굵직한 삶들을 살았다.


그렇지만 한국도 그 역동성이 점점 줄어든다.

지난대선도 그렇지만 이번에는 <친구 따라 대권잡는> 희한한 인연이 나오게 된다.

이는 노태우의 반복이다. 하나의 거대한 세력이 스스로 후계자를 만들어내는 현상이 반복되는 셈이다.


이 책이 여러 인물에 대해서 잘 몰랐던 인간적 면모를 많이 다루고 있어서 좋았다.

박정희의 야심찬 도전에는 동거녀의 절연에 따른 절망감도 있었다는 일화도 흥미로웠다. 시골 학교에 재직할 때 막무가내 들어온 일본인에게 내선일체를 하려면 제대로 하라고 쏘아붙인 점은 그의 면모를 잘 드러낸다.

장면 박사가 대단히 훌륭한 인격을 가진 건 이 책을 통해서 새삼 느꼈다. 하지만 인격으로 통치하기에는 한국의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권모술수와 야심에 밀려가는 건 어찌 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게이샤와의 동침도 거부하는 철저한 카톨릭 신도의 통치가 좋은 결과를 못 만든 것 아쉽다.


이렇게 보면서 한 외국인의 코멘트가 떠올랐다.

도널드 그레그, 남과 북 사이에 많은 연결을 만들었던 CIA 책임자였고 대사를 지낸 거물이다.

그는 노태우 대통령 시대를 왜 그렇게 과소평가하는지 모르겠다고 넌지시 의견을 준다.

그 시절은 남한의 외교가 세계를 향해 뻗어갔다. 중국과 러시아와 수교하면서 거대한 전환점을 가져왔고 남과 북의 평화도 진전되었다. 

이는 오늘 우리가 중국과 일본과 벌어지고 심지어 통화 스왑이라는 안전장치를 다 끊어내었지만 결국 아무것도 얻은 것 없는 고립된 상태로 회귀되는 모습과 대조된다. 그 시절 북한과의 관계는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남북 상태는 어떠한가?


역사를 공부하는 목적이 반복되기 때문에 지혜를 통해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박근혜의 통치는 YS 시절의 반복이었다.

중일북 등 주변국과의 오만한 대립은 고립을 가져왔고 거기에 과잉투자와 부패는 IMF를 맞게 된다. 다음 정권이 맞닥뜨려야 할 문제들은 딱 이런 상태다. 

지금이야 다 책무를 맡겠다고 나서지만 적어도 2년간은 머리가 쥐어터질만큼 난제들이 몰려 올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과거를 하나 하나 살펴보고 교훈을 얻어내는 건 중요하다. 


노태우의 경우, 운도 잘 탔는데 그레그의 역할도 컸다고 한다. 소련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위성국을 굳이 억지로 대립할 필요가 없기에 그레그는 주한미군 사령관을 설득해 <팀스피리트 훈련>을 중단하는 대단한 결단을 해주었다. 덕분에 박철언의 밀사 외교가 효과를 발휘하였고 남북합의서를 이끌어냈다.


반면 지금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문제를 놓고 벌이는 체스판에서 한국은 무엇을 하였을까?

몇일전 토론에서 박근혜의 탄핵 반대자 홍준표가 기세등등 하게 김대중 정부의 성과가 뭐냐고 목소리 키웠다. 여기에 아쉽게도 야당 후보들이 잘 답변을 못했다.

간단하게 말해서 그 시절은 평화가 있었고 주변국의 존중을 받았다. 

일왕과 식사하고 나서 30억불 대출도 받고, 중국도 사적인 대화에서 총리 등이 존경을 표시했다.

지금은?

코리안 패싱이라는 콩글리시라 논란이 있지만 존재감은 없는 구한말 고종 수준이다.


한반도의 지금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고 위급하다.

미중간의 빅딜이 이루어진다면 평화는 오겠지만 그 다음에 날라올 것은 청구서다. YS 시절 받아든 경수로 비용 3조는 결국 허공에 날라갔다.

개성공단이 한국에도 더 많은 돈을 벌게 해준건 왜 강조를 못하는지 후보의 순발력 없음에 안타까웠다. 

그리고 이 모든 걸 균형감 있게 알고 판단하지 못하는 현대사 교육의 무지에 대해서도 통탄한다.


어쩄든 인간의 역사에서 주는 교훈은 <자업자득>이다.

스스로 배우고 고치면서 더욱 중요한게 지도자에게만 미루지 않고 자신이 발전해가는 태도다. 

과거를 돌아봄은 그래서 필요하고 지도자에 대한 공부도 그래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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