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제국 - 개정판
이인화 지음 / 세계사 / 200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화여대 교수 류철균이 구속되었다.

필명 이인화, 베스트셀러 작가로 문단에서도 지가를 올렸었다.

거기에 한 가지 더 재밌는 경력이 있는데 바로 게임 리니지의 군주다. 

이렇게 참 재주가 많은 사람이고 노력파라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왜 법조인 김기춘과 우병우는 활보하는데라는 형평성 문제도 떠올랐다.


그러다가 특검의 구속 청구 사유를 보니 안타까움이 더 해진다.

내용은 제자들인 조교에게 정유라 리포트 대필을 특검에 이야기하지 말라고 하고 말을 안 들을시 <논문 심사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다 한다.

처음 개인의 이익 추구를 넘어 지위를 이용한 겁박이라는 죄의 길로 들어선 셈이다.


이인화의 출발은 국문학도였다.

최루탄 자욱한 캠퍼스에서 그는 도서관을 향했다. 꾸준히 쌓은 독서는 그에게 무수한 책들의 파도를 만들어 내었다. 그 파도는 흐름으로 만들어져 그의 문장속에 흘러들어가 읽다 보면 꽤 현학적이구 할 정도의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이런 노력파지만 그에게도 고민이 많았다.

예술이라는 불멸에 다다르는 문학의 길은 배가 고프고, 평론가를 통한 학자의 길은 평온하지만 덜 만족스럽다는 행복한듯한 고민이었다.

저자의 필명 이인화는 그렇게 탄생했다. 창작도 하고 비평도 하는 대단한 이중플레이고 재주 많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이인은 말 그대로 둘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여기에 최근 리니지 군주까지 더 하면 삼인화라고 해도 될런지 모르겠다.


저자의 독특함은 또 다른 책 <인간의 길>이 보여준 박정희 찬가에서 드러난다.

박정희 시대의 해석은 한국사회에서 지금까지 이어지는 긴 논쟁거리다. 저자는 대구 출신 답게 박정희에 대한 남다른 시각을 보였고 이를 고스란히 드러내 책을 펴냈다.

문학이 스토리텔링이고 그 주인공이 영웅이기에 박정희라는 영웅의 탄생과 국가만들기는 꽤 재미있는 소재가 된다.

그렇지만 여기서 우리는 문학의 위험성을 경계하게 된다. 일찍이 플라톤은 이상국가에서 호메로스와 같은 시인이 만드는 병폐를 없애야 한다고 시인추방론을 주장했다.

문학은 현실의 전체를 반영하는 게 아니라 저자가 원하는 부분에만 초점을 맞춘다. 

지금의 역사논쟁에서도 이 문제는 고스란히 드러난다. 박정희 시대의 한 면은 놀라운 경제성취였지만 다른 면은 억압이었다. 저자는 이 중 빛에만 초점을 맞추는 편향성을 보이고 있다.


박정희 시대가 성취는 컸다고 해도 수단에 대해서 잔혹했다.

저자의 연구실이라는 작은 학술공간에서 제자를 겁박하는 교수의 모습은 마치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나오는 엄석대의 행태로 보인다. 폭력을 통한 정신적 고통.


저자가 추구한 여러 삶이 모였다가 흔들린다. 리니지 군주라는 점은 게임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셈이다. 문학은 종종 과거의 영웅과 현실의 경계를 오가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인간 이인화는 과거와 현재,게임과 현실을 오가는 자유인이었다. 마치 전우치라는 기인 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학술공간에 박정희 시대를 고스란히 재현한 행위는 결국 시대착오다. 

리니지 군주는 휘하 누구든 자유롭게 명령하는데 그 행태가 반영된 셈인가?

문제는 그의 시대착오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금 세상은 박정희 시대의 유물인 추억이 박근혜를 불러내고 다시 박근혜가 만든 국정파탄이 모든이의 삶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스토리라는 행위가 그저 껍데기인 혈통에 껍데기를 씌워 우상을 만들고 그 우상에게 키를 맡긴 배가 좌초 직전에 이르는 게 지금 상황이다.


플라톤이 이야기한 문인의 패악은 지금 이인화를 통해 분명 현실이 되버린 셈이다. 

천재 노력가 다능인 이인화가 수십년의 세월을 통해 이렇게 추락하는 건 아쉬움과 슬픔이 크다. 소설은 오래 남고 누구에게나 가치를 줄 수 있었지만 이제 그 소설과 현실의 교차와 혼동은 우리에게 엄청난 비극이 되고 만다. 

스스로 추락함으로써 비극을 보여주는 것 그러면서 사회 자체도 비극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 이 시대의 문학의 실태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