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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원은 전쟁
장강명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1월
평점 :
김씨왕조가 무너진 북한은 어떤 모습일까?
정말 궁금했다.
미래는 멀리서 볼때는 흐릿하지만 성큼 다가오고 가면이 벗겨진 본모습은 예상과는 다르다.
장강명이 이 작품에서 보여준 미래는 낭만적이지도 고정관념의 이상적이지도 않은 민낯의 모습이다.
국가가 소멸되었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공백 속에서 남과 북 사이는 갈라져있다.
국가가 없어진 공간은 각자도생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아수라 판이 된다. 그리고 거기에 가장 수익 높은 금단의 사업이 자라난다. 바로 마약이다.
이런 설정에 대해 불만을 가진 비판도 많을 것이지만 가까운 역사를 살펴봐도 개연성은 충분하다. 가령 홍콩의 경우 자딘플레밍이라는 두 스코틀랜드인이 아편을 팔려고 영국포함을 빌려 만든 도시다.
최근에는 소련의 붕괴, 2차대전 이후 동남아 등도 마약이 넘치고, 지금 이 순간에도 국가의 존재가 희미해진 아프간이나 동남아,남미에서는 마약은 대단한 비즈니스로서 지역의 군벌들을 지탱해준다.
소설에는 무대가 있고 주인공이 있는데 저자는 주인공은 잭리처라는 소설(최근에 영화 개봉된)에서 따왔다고 한다. 이름도 유사하게 장리철이라고 작명했다. 주인공은 좀 단순해서 읽는 내내 불만스러웠다.
하지만 내 관심은 무대였다. 아직 없지만 있을법한 무대를 그럴듯하게 만들어내야 작가의 마법이 성공한다.
한반도의 미래에는 많은 시나리오가 가능하지만 막상 공개되어 이해시키고 설득되는 시나리오는 별로 없다. 그냥 대박이라는 구호, 소원이라는 노래 밖에 없다.
그런데 과연 그게 진실일까?
통일을 거부하는 많은 이들의 첫번째 핵심은 돈 문제다. 세금은 내고 싶지 않다. 한마디로 압축된다. 하지만 반대로 대박을 이야기한 사람들의 핵심은 부동산 투기에 있다.
이런 한국인들의 특색은 실제 통일을 이룬 독일 사람들에 의해 자주 지적 받는다. 왜 돈에 집착하는지 그들은 우리에게 묻는다.
이런 돈문제를 떠나보려고 해도 삶의 많은 부분은 돈으로 구성된다. 공산주의는 밥이라는 통찰도 있었고, 가깝게 트럼프도 돈을 매개로 마음을 잡아 집권했다.
북한에서 돈이 사라졌을 때 어떤 일들이 발생했을까? 저자는 다양한 자료를 모아 묘사해낸다. 고상한 직업을 가졌던 인물들은 새로운 사회에 적응 못한다. 법보다 주먹이 빨라진 세상에서는 근육질 남성이 더 생존하기 좋은 소위 수렵시대로 복귀된다. 그리고 남성 보다 여성이 훨씬 적응이 빠르다. 이들이 벌이는 생존노력은 실제 북에서 실현되었다. 남성들은 체제에 묶여 있는 동안 장마당에서는 여성들이 상권을 만들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고 한다.
그리고 중요한 건 사람들은 점점 법의 부재를 틈타 가장 높은 수익이 나는 비즈니스, 바로 마약으로 옮아간다. 생존만이 미덕인 공간에서 이는 충분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식의 자발적 변화가 이루어지는 동안 남에서는 어떤 행동들을 취할까?
저자는 공들여 상황 하나 하나를 개연성 있게 묘사해낸다. 다시 한번 무대에 감탄하게 된다. 그리고 하나의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이웃을 버리고 홀로 잘 될 수는 없다는 깊은 이치를 우리에게 던진다. 이는 깊게 고민해보고 두루 논해보지 않는다면 아주 큰 대가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직접적인 예를 들어 보면 멕시코 장벽 놓고 씨름하거나 종종 남미에 군대보내 마약전쟁 벌이는 미국의 모습을 연상해보면 된다.
그리고 그런 미래를 우리가 끌어와야 하냐고 저자는 진지하게 묻는다.
소설 자체로서의 매력 보다는 미래를 내다 본 선견력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책이고 독서였다.
저자의 수고에 다시 한번 감탄과 경의를 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