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터널 진입하는 한국 탈출하는 일본
박상준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6년 5월
평점 :
품절


얼마전 압구정동에 갔다가 빽다방과 900원짜리 마카롱이 있어서 놀랐다. 

한편에는 화려한 백화점과 명품샵들이 있지만 이면에서는 슬금슬금 가성비를 명분 내세운 저가 상품이 자리한다. 
한국에 디플레이션 내지 불황이 밀려오고 있는 징표다.
그래서 옆을 보면 일본은 그동안 20년의 잃어버린 시간을 뒤로 하고 아베노믹스라는 새로운 모색을 하고 있다.
이 둘을 비교하면서 우리의 방향을 잡아 볼 수는 없을까 하는 마음으로 저자 박상준 교수는 책을 내었다.

한국인으로 미국에서 공부하고 일본에서 가르치는 저자는 이론적인 배경과 한일 양국에서의 경험이 포개져서 탄탄한 기본자료와 일본의 역사적 경험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을 잘 뽑아내었다.
책은 일본의 과거, 즉 불황 진입에서 이를 극복하려는 여러 정권의 여러가지 실효가 떨어지던 시도들을 해설해준다. 
그리고 지금의 아베노믹스를 구체적으로 풀어준다. 

아베노믹스가 나온자 한국에서는 무조건 실패라고 몰아갔다. 하지만 감정적인 접근은 실체를 잘 보여주지 못했다. 수년이 지난 지금 일본의 청년들은 구인난이라고 부를 정도의 경기 활성화 수혜를 누리고 있다. 바다 건너 한국 대학생들에게 까지 기회가 넘어 오고 있다. 반면 한국 청년의 어려움은 잘 알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베노믹스는 무엇인지 다시 묻게 된다.

금융,재정,성장 3가지 화살로 이루어진 아베노믹스의 과제들에 대해 저자는 긍정적이다. 큰 외부적 환경변화가 없다면 성공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렇지만 이를 한국에서 반복하는 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일본의 큰 차이는 가지고 있는 과거의 축적물인 해외자산에서 크게 드러난다. 일본이 3조달러에 달하는 최대 해외자산 보유국이라면 한국은 기껏 1500억에 불과하다. 화폐의 안정도나 정책의 자유도가 다른 이유다.
그런 점에서 무조건 정책적 시도를 흉내내는 건 답이 아니다.

경제는 금리와 통화량과 같은 거시적 변수만 있는 건 아니다. 경영을 보면 대체로 강한 기업가 정신과 창업열풍 등 쉽게 측정되지 않는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한국이 자산이 부족하면서도 높은 성장을 이룬 건 <의지>가 더 강했던 덕분이다. 

즉 성장정책은 도저히 비교할 수 없는 자산의 운용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된다는 심리와 작더라도 이어질 수 있는 의미있는 성공체험의 제공에 있다. 

그런 부분의 노력이 경제학 바깥에서 다양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간단하게 헬조선이라는 심리적 압박부터 깨어내야 한다. 거대하게 짓누르고 있는 안된다는 생각 자체를 걷어야 한다. 

케인즈가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라던가, 최근의 크루구먼 등이 재정의 집행을 강조한 것, 심지어 트럼프가 케인즈언이 된 것 등 경제는 경제만으로 효과를 거두는 것이 아니라 지도자의 리더십과 대중의 자신감이 같이 물려서 결과를 만든다.


압구정의 빽다방을 다시 곱씹어 보면서 한국에 서서히 다가오는 불황이 일본처럼 길고 긴 대가를 치르지 않고도 극복해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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