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살아가면서 많은 위기를 만나게 된다.
대학입시 낙방, 회사 입사 실패, 사업의 몰락 등 여러가지 유형이 위기들이 우리에게 발생한다.
하지만 꼭 위기가 독인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위기가 곧 기회가 되기도 한다.
위기를 맞아 무너지는게 아니라 다시 일어 서고 싶다면 우선 찬찬히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나에게 정말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를 답을 얻을 때까지 반복해서 물어야 한다.
실패가 반복되는 사람들은 대체로 운을 탓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다.

이번 선거판에서 가장 큰 잘못은 지방권력 심판론이라는 안이한 구호를 들고온 열우당 자신에게 있다. 국민들은 지금 삶의 고통스러운 부분을 노무현의 책임으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군수나 도지사의 문제는 논외가 되어버렸다. 즉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미래에 대한 새로운 비전이 없는 선거전략의 결과가 바로 지금의 현실인 것이다.

지금 열우당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절대적 전제는 패배에 대한 시인이다. 이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국민들의 충고를 진지하게 수용한다는 의미다. 정당의 존재는 민심을 듣고 그 결과를 정치에 반영시키는 것이다. 특히 권력을 잡고 있는 집권당이라면 더욱 그 책무를 방기해서는 안된다.
패배가 현실이 된다면 지금까지 노무현 정부가 해왔던 잘못들에 대해 시정조치가 필요하다. 부동산을 비롯한 각종 분야에서 국민의 뜻을 새롭게 알겠다는 공청회를 열고 삼보일배 하는 심정으로 돌아다니며 바닥 민심을 들어라.

그러면 이 대목에서 정치판을 돌아보자. 지금이 아니라 먼 과거를.
6월항쟁에 의해 코너에 몰렸던 노태우는 어떻게 87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을까?
광주학살의 주범이 분명한 그에게 승리의 월계관을 씌워준 가장 큰 요인은 김대중과 김영삼의 분열이었다.
하지만 노태우 자신이 6.29선언을 통해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했다는 점도 인정을 해주어야 한다.
이 때의 사건 진행은 전두환과 노태우의 합작이었고 그 중에서도 전두환이 더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이 나중에 밝혀졌다. 하지만 당시 투표장에 가는 사람들만 속이면 충분한 것 아닌가? 그 점에서 그들은 성공했다.

97년 대선에서 이회창은 낮은 지지율을 어떻게 극복하고 지지세를 모으는 계기를 만들수 있었을까? YS 화형식을 대구에서 벌였기 때문이다. 소외감을 가지고 있던 당시의 지역감정을 적절히 자극한 이벤트였고 효과적 전략이었다.

이 두사건을 잘 보면 권력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낡은 것을 버리고 새것을 맞는 송구영신이 필요하다. 나쁜 것은 이미 이미지가 나쁜 전두환이 떠안고 새로운 것 좋은 것은 노태우에게 몰아주는 지능적 플레이도 필요하다. 이렇게 두 세력이 협력하는 경우는 효과적으로 분담이 되서 원래 의도가 달성되지만 신구 세력이 서로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YS, 이회창의 경우가 그러했는데 조금 멀리보면 YS도 노태우로부터 그렇게 권력을 쟁취해내었다. 당시 국회의원 선거 부진에 따른 책임론을 역공으로 받아치면서 조기 결정론을 주장해서 권력을 쟁취해내었다.  이렇게 새로운 세력은 과거와의 단절을 선포하면서 의도적으로 차별점을 강조하게 된다.

그렇다면 정동영에게 남은 선택은 노무현이 지금 해오던 것과 다른 정치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이는 것이다. 총리를 바꾸고 정책을 바꾸어서 서민의 피부에 개혁의 효과가 닿도록 해야만한다. 그 과정을 가로막는 존재들은 대부분 허깨비들이다. 구호는 거창하지만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고집은 세고 남을 설득할 능력은 없는 인간들, 어제와 오늘 하는 말이 왜 다른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려하고 진정성이라는 도그마만 활용해서 토론을 막아버리는 인간들 바로 이런 인간들이야말로 개혁의 최대의 적이다.

이제 선택은 열우당 자신에게 달려있다. 아무짓도 하지 않고 왜 우리에게서 민심이 떠났는지 자체를 모른다면 그들에게 더 이상 희망은 없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남은 국회의원 임기와 노무현의 임기를 합친다면 충분히 초심에 맞는 개혁 정책이 얼마간이라도 가능하다.
오만함을 버리고 자세를 낮춰라. 민심을 끌고 가려하지 말고 가장 낮은 자세에서 민심을 들어라. 남 탓만 하지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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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6-06-01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 년 전에는 한나라당이 아주 작살이 났었죠. 요번에는 열린우리당이네요.
그럼 또 몇년 후에는 한나라당 차례인가...
둘 중 아무라도 좋으니까, 과감하게 뭔가 했으면 좋겠습니다. -ㅗ-

사마천 2006-06-01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이 미래를 위해 무언가 해보자, 이런 비전이 안보이는게 답답합니다. 청계천과 서울시 교통개혁이 어찌 보면 그리 대단하지 않게 보여도 눈에 확 들어오는 건 현 정부가 한 게 없기 때문이겠죠.

짱구박사 2006-06-07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 정부가 한 게 없"다는 말은 수정되어야 합니다. 현 정부는 너무 한 것이 많습니다. "제대로 한 게 없"다가 맞는 표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