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신혼여행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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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우리의 동시대를 소재로 아주 빠르게 스케치를 만들어내는 작가다.

그의 삶은 궁금했다. 

기자 10년차에 소설가로 변신하고 각종 문학상 휩쓸어낸 라이징스타,

이 답으로는 불충분했다.


스스로의 고백을 통해 본 그의 삶은 훨씬 기이했다. 이 작품을 통해서 본..


삶에서 길이 일직선이었고 속도에 의해 결과가 결정되면 좋겠다고들 생각 해본다. 학창시절 공부 잘하는 경우의 이야기다. 하지만 장강명은 연세대 도시공학과를 다니다가 빠르게 자기의 길이 여기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그는 수포자였다. 고교 수학이 아니라 대학의 공학수학 포기자다.

그래서 졸업하고 들어간 건설회사는 6개월만에 때려치고 집에서 뭐라고 하니 아예 나와버리고 원룸행이다. 혹시 뤼미에르 였을까?


신혼여행 간 보라카이 리조트에서도 쉬지 않고 글감 고심해내고 결과로 이 책을 쏟아내었으니 뤼미에르 시절 또한 소설로 보상 받았을 것 같다.


원룸에서 살다가 신문사에 당당히 합격된다. 주변에서 다들 갸우뚱 했다고 한다. 공대생이 신문사? 사실 이건 성공케이스가 매우 작다. 왜냐면 신문이 학벌과 인맥의 사회이기 때문에 명문대생이라고 해도 마이너로 그치시 십상이다. 10년을 열심히 뛰다가 그는 확 뛰어나와 버렸다. 국회를 취재하다가 핸드폰 꺼버리고 그냥 뛰쳐나왔다.


이렇게 저렇게 사는 과정에서 그는 연애와 결혼을 독특하게 한다.

대학후배로 만나서 여친이 되서 연애는 했지만 싸우고 헤어진뒤 그녀는 호주로 가버린다. 한참 뒤에 다시 연락해 만난 그녀와 결혼하겠다고 하니 집안에서 반대한다. 결론은 부모와의 단절, 결혼식도 없이 신고만 한다. 

이미 한국이 싫어 떠나가보았던 그녀는 한국을 더욱 싫어하게 된다.

장강명을 좋아한다면 뭔가 떠오를 것이다. 바로 <한국이 싫어서>의 생생한 목소리의 주인공들이 바로 장강명 부부다. 소설속의 약간 얼빵했지만 결국 인생의 배우자로 선택한 남자가 장강명의 자화상이다.

작가는 역시 삶을 문학으로 승화시켜 보상 받는다. 삶의 상처가 깊을수록 문학의 향도 깊어진다.


길이 직선이 아니었던 이들이기에 남들의 필수코스인 신혼여행 또한 결혼 5년이 지나서 기획되엇다. 

장소는 필리핀의 보라카이.

하지만 갈때부터 뭔가 말썽이다. 항송사 선정부터 싼게 비지떡이라고 속을 썩인다.

이렇게 시작한 신혼여행 속에서도 작가는 책을 읽고 지나가는 사람을 관찰하고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정신속으로 녹여간다.

친절하던 보라카이 사람들은 딱 하나 가격을 깍자고 하면 돌변한다고 한다.

구걸하던 아이들의 모습에서 북한 접경에서 본 꽃제비의 처절함이 포개진다. 

이하 등등


수필이라고 하기에는 소설 같고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주인공도 뻔하고 스토리도 인위적이지 않은 모호한 글이다.

그렇지만 작가의 시선을 따라 보라카이 구석구석 살핀 독특한 여행 체험이었다.

이것도 직선이 아니고 궤도도 아닌 장강명의 삶 같은 글인 셈이다.


누가 장강명의 글쓰기를 유니클로 같다고 비판했다고 한다. 패스트 패션 같은 문학.

한국은 뭐든 빠르다. 시대 변화가 빠르니 문학이 잘 따라가기 쉽지 않다.

하지만 현대한국 문학의 거장들은 요즘 쉼표다.

김훈은 서해안에서 원고지를 뒤집고 있고, 김영하는 한국사화에 재적응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리고 조정래는 대하소설 스타일이 그냥 반복만 되고 있다.

이런 공백의 시기에 장강명의 유니클로는 갈증을 메꿔준다. 아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하는 감탄을 자아낸다.

댓글부대,한국이 싫어서 다들 독특하게 읽어낸 현대한국인의 구석구석이다.

그래서 장강명은 소중한 보물이다.


참고로 하나 덧붙이면 장강명은 결혼과 동시에 정관수술을 했다고 한다. 사생활을 과도한 노출인지는 모르지만 오직 이 순간의 행복을 위해서인지 모르겠다. 지나친 이기주의인가? 

한국이 싫은 이유에 나도 덧붙여 보면 한국사람들은 때로 결과만 과도하게 바란다. 노벨상 수상 시즌이 되면 기대감이 올라온다. 사실 문학상은 헛꿈이다. 

한국사람들이라면 차라리 하나 받은 평화상의 가치나 제대로 음미해야 한다. 그 핵심 산물인 개성공단을 대통령이라는 작자의 독단 하나로 셧다운 시킬 정도로 노벨위원회를 엿 먹이면서 뭘 그렇게 더 바라는지 모르겠다.


김영하 작가는 강연에서 한국에서 남자문인으로 글로 벌어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은 10명 이내라고 한다. 다 부업을 가져야한다고 한다. 참고로 김작가도 애를 안 가진다. 주어온 고양이는 키운다. 이건 일본이 작가를 존중하는 문화와는 천양지차다.


이 풍토에서 장강명의 앞길이 늘 순탄하리라고 단언은 절대 못한다. 한국처럼 책 읽지 않으면서 기대만 높은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장강명에게는 기대를 해본다. 그가 아주 집요하게 매달리고 사명이라고 고수하면서 문학을 하는 건 아니다. 그는 오히려 자유롭게 마음이 내키고 몸이 허락하는 한 삶의 순간들을 포집하여 실로 자아내고 옷까지 만들어내는 재능을 가지고 있고 즐기기 때문이다.

그의 기이한 곡선적 삶이 계속 이어지고 빚어낸 옷들이 계속 우리의 삶을 다채롭게 만들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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