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대의 북한 경제 - 사금융과 돈주
임을출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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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핸드폰 사용자는 몇명일까?

답은 240만, 2014년 기준이다. 

생각보다 깜짝 놀랄만한 수치다.

전화가 필수가 된 핵심적 이유는 상업의 발달에 있다고 한다.

사회주의 통제경제가 무너지면서 자유화가 진행되고 결과로 물동량이 늘어나고 가격이 변하고는데 그 거래를 뒷받침하기 위해 핸드폰을 통한 정보교류는 필수가 되고 있다고 한다.


김정일 시대, 고난의 행군을 거쳐 배급경제의 붕괴 그리고 소위 화폐개혁의 실패를 통해 국가의 경제적 위신은 무너지고 만다.

그 후퇴의 반대편에 신흥 상업경제가 급속히 성장한다. 

이는 마치 구 소련이 붕괴하면서 러시아의 각종 항구(대표적으로 블라디보스톡)가 밀수의 본거지가 되고 여기서 마피아가 성장하게 되는 과정과 유사하다. 생존이 최우선이 되는 순간 질서는 붕괴되고 재편된다. 

북한에서도 비슷하게 필요를 충족시키는 새로운 권력이 생긴다. 바로 돈과 이를 비호하는 군과 정치 세력이다. 

돈이 흘러가는 과정에서 신종 직업이 탄생한다. 물건을 날라다주고 보관해주고 나눠주는 과정 하나 하나가 새로운 직업이 된다. 남한도 동대문시장에 보면 제조와 물류 단계마다 전문화된 직업들이 있다. 특히 모아서 공항에 날라주고 다시 여기서 비행기타고 직접 통관시켜 일본까지 보내주는 등 전문화된 기능이 존재한다. 북한도 이런 직업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이 흐름이 커져가면서 중간 중간에 돈의 기능이 커져간다. 이 돈을 다루는 일명 돈주(돈의 주인)라는 새로운 계층이 탄생하고 영향력이 커진다.

이 과정은 약간 멀리 보면 조선시대 말 난전의 증가와 비슷하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현대 북한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중국의 영향이 무척 크다. 북한의 화폐와 금융은 화폐개혁(?)을 통해 철저히 무너져버린다. 돈이란 원래 법으로 정하게 되고 돈에 지배자의 얼굴을 넣는 건 믿음의 표시인데 북한은 이 믿음이 무너져버렸다. 그 결과로 북한에서는 소위 달러와 위안화 등 외국돈이 자국 화폐를 밀어내버리는 달러제이션이 발생한다. 


김정은은 이런 현상에 대해서 부정하지 않고 차라리 긍정하고 공생하는 선택을 했다고 한다. 그 결과는 오히려 평양의 불이 더 밝아지고 건물이 올라가고 상점이 풍요로워지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북한스러운 독특함이 나타난다. 돈주에 중국인이 많은 건 멀리 조선말 산동성 화교들이 위안스카이를 따라 넘어와 상권을 장악해버린 것과 유사한 현상이다. 

외교적 보호막 때문이라도 중국인들이 마구 활약하게 되는데 길게 보면 통일에는 걸림돌이 아닐까 생각된다.

돈주의 위력이 커지자 북한 당국도 여러가지 대응을 통해 공생과 착취를 시도한다. 이런 면면을 이 책은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그러면서 저자는 넌지시 북한의 상업화가 통일로 가기 위한 사회 수렴에 기여한다고 보고 있다. 

무항산 무항심이라고 돈의 이해가 맞으면 정치적 이해도 수렴해갈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일제 후반기 산미증산계획을 통해 일본에 쌀수출 하는 맛을 본 조선 지주들은 총독부 경제에 강력한 지지자가 되었다. 물론 땅없는 농민들은 괴로웠지만.


개성공단을 더 키웠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박근혜 정부는 최근 2조원을 들여 탈북자 긴급 수용소를 만들겠다는 안을 내놨다. 수용소는 과연 생산적인가? 차라리 공장에서 임금 받으며 교육훈련 받고 초코파이 통해서 자본주의 맛 들이게 하는 게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어느쪽이 더 현명할까?


세월호는 남한의 위기관리 역량의 민낯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한반도 자체가 흔들거리는 커다란 세월호 모양 같아 보인다. 박정부 이전까지는 이렇게 까지 전쟁위기에 탈북자 수용소까지 나오지는 않았다. 도대체 배 하나의 안전도 잘 해결못하던 분께서 민족 전체의 운명을 흔들어대니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 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커다란 명분 이전에 작은 실리들이 모여서 얼어붙은 동토의 왕국을 바꾼다. 그런 점에서 돈이 흘러 북한을 바꾸는 현실을 보다 주목하며 새로운 해법을 찾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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