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 - 가장 정직한 정치 교과서 서해클래식 5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신재일 옮김 / 서해문집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대학교 입학 직전이었다. 아마 고전을 읽는 다는 칭찬을 듣고 싶어서
허세에 읽었던 것 같다. 당시의 기억은 알기 어려운 로마와 이탈리아 인명만 잔뜩 나온 짧은 책이었다. 몇 가지 메시지가 어렴풋이 기억이 난 정도로 덮어두고 있었다.

그러다 한살 한살 나이가 들어가고 사회적 경험을 쌓아가면서 이 책의 가치를 점차 알게 되었다. 

처음 발견한 것은 사회에 깔린 공포였다. 사람을 죽여서 권력을 잡은 박정희, 전두환과 노태우의 모습은 이 책에 나온 잔인한 이탈리아의 군주들이었다. 그들 앞에서 인간은 저항하기 보다 순응하면서 사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는 곧 두려움을 주는 쪽이 경멸당하는 것보다 훨씬 낫고 백성보다 군대의 지지를 확보하라는 현실적 조언과 맥이 같았다. 인간들의 본성을 잘 꿰뚫어본 마키아벨리의 언급들이 하나 하나 다가오는 것이다.

그렇게 따져보니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많은 실력가들이 이 책에서 많은 교훈을 얻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마키아벨리가 이 책을 저술할 때는 이탈리아의 군주와 국가를 다루었지만 현대의 군주는 아마 CEO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고 기업은 과거의 국가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또 과거의 백성은 지금 주주나 고객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대의 CEO들은 자신의 처신에 있어서 많은 조언을 이 책에서 얻고 있다.
예를 들면 자기 힘으로 이룬 기업을 CEO, 물려 받은 CEO, 남의 힘으로 그 자리에 오른 CEO가 모두 같은 방식으로 기업을 다루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문화와 성격이 다른 새로운 국가를 지배하게 되면 수도를 그곳으로 옮기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라는 명언도 있다. 이는 현대적 의미로 보면 정치에서는 통일이 이룬 독일이 동독으로 수도를 옮긴 것이고 경제적으로는 CEO가 새로운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책에서 찾아진 고전적 명언은 역시 군주가 여우의 간지와 사자의 용기를 모두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하나의 성격만으로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을 통치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교육을 통해 인간이 양심과 도덕으로 살아야한다는 점을 배우지만 실제 험난한 세상은 이것만으로는 헤쳐나가기가 어렵다는 이치를 서서히 깨달아가게 된다.

그리고 주변을 보면 야망 많고 욕심도 많은 인간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들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빠른 속도로 출세하는 상당수의 사람들 모습에서 이 책이 보여준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겉으로 보는 CEO의 모습은 열심히 일하고 사회적 공헌을 하며 거대한 부를 만들어가는 긍정적인 면모다. 하지만 그 속을 까보면 여기 이 책에 나온 수준이나 비슷한 경우가 많다.
이들은 순진하게 대했다가는 이용만 당하고 무시하려면 보복이 두려운 그런 류의 인간이다. 이들과 적절한 인간관계를 가지기 어렵다면 출세도 힘들어진다. 머리도 좋고 열심히 일했는데 무언가 안풀린다면 속칭 처세술에 대해 재고 해보아햐 한다. 그 핵심에는 크고 작은 권력을 가진 사람과 자신과의 관계가 놓이게 되는데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원래 군주를 위한 책이지만 약간 돌려보면 군주를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답도 함께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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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6-05-23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전을 좋아하는 저도 미처 못읽었습니다. 이런저런 서적들에서 걸핏하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관한 내용을 언급하니까요. 그래서 뭐 대충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게 많다고 생각하니까, 정작 '군주론'을 굳이 읽는다는 것이 내키지 않더라구요.
뭐, 여전히 내키지 않는 건 같지만 -ㅗ-; 리뷰만큼은 잘 읽었답니다. ㅋㄷ -_-+

사마천 2006-05-23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 보시면 새롭습니다. 듣는 것과 또 다르거든요. 저도 오랫만에 다시 한번 들추어보았습니다. 주변에서 느낀 것들을 좀 더해서 글을 계속 이어가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