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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중음악의 큰별들 - 대중예술산책 4
임진모 지음 / 어진소리(민미디어)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콘서트 장을 꽉 채운 관객들, 걸그룹의 화려한 군무가 펼쳐진다.
KPOP은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에 흘러다니는 문화상품이다.
그럼 뿌리는 어떠했을까?
해방 직후를 살펴보면 미군부대 위문공연 자리에 한국계 가수들이 팝송을 부르고 있었다.
패티김이 그 시대의 스타였다.
먹거리와 가수, 음악의 수준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었다.
생존경제 시대의 문화는 잘해야 외국 팝송을 번안해 부르는 형태였다.
연대 의대생(음대가 아니다) 윤형주의 훌륭한 외국어 실력이 번안곡을 만들어 화려한 음색의 송창식과 트윈폴리오를 만들었다. 쎼시봉이 이 시대를 다룬 영화다.
70년대는 엄격한 통제로 표현의 자유, 공연의 자유 모두 같이 제약 받았다.
그러다 80년대가 되니 조용필이 등장한다.
군부독재지만 경제는 진화했고 음반시장도 커졌다. 아직 문화의 시대는 아니었지만 새로 등장은 가수는 독특한 음색과 가창법을 가졌다. 조용필은 노력하는 가수였다. 잠시 타의로 쉴 때도 전통 창법을 익혀 <한오백년>을 불러냈다. 그의 여러 곡들에 녹아든 정서는 <한>이었다고 한다. 이는 군부에 눌린 정치사회 상황과 대조되어 문화를 통한 정서적 탈출구를 제공했다.
그렇게 전두환 시절은 고스란히 조용필의 전성시대와 포개진다.
그리고 노태우 시대가 열린다. 민주화와 표현의 자유의 진보, 외국문화 개방 등이 큰 조류로 이어진다. 시장이 커지면서 새로운 젊은이들이 참여하고 이를 본 윤형주는 기타를 내려놓고 기획자로 사업가가 되는 변시을 한다. (가만 보면 이수만의 원조다)
이 시대 스타는 주현미와 이선희였다. 이선희는 촌스러운 안경과 복장을 했지만 작은 몸에서 나오는 엄청난 가창력은 세상을 흔들었다.
주현미는 화교출신으로 약사로 공부도 했지만, 노래에서 발군의 솜씨를 발휘했다. 강남 개발과 함께 화려해지는 불빛이 담긴 서정적인 노래는 오래오래 사람들을 사로 잡았다.
시장이 커지고 티비가 더 자유로워지고 가수들이 더 많이 뛰어들어도 충분히 성장하고 있었다.
이러다가 시장개방을 맞게 된다. 저작권이 강화되고 또 일본문화가 개방되어 건설적으로 경쟁하게 된다.
이 모든 변화는 아주 단기간에 일어나게 된다.
박정희의 70년대 말과 90년대 서태지까지 숨 돌릴 수 없이 빠르게 흘러간다. 그리고 각자가 지냈던 전성기는 그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문화적 맥락이라고 할까. 경제적 조건과 문화적 코드는 서로 동떨어지지 않았다.
맑스가 토대와 상부구조라는 틀로 문화를 경제로 환원시켰는데 한국의 대중음악의 설명에도 꽤 소용된다. 하나의 양식에 익숙해지고 또 팬들도 그 가수에게 그것만 기대하다보니 고정관계가 만들어진다. 그러다가 청중이 늙어가면서 금방 같이 노쇠화되어 뒷방으로 물러가게 된다.
이 모든 축적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이 책은 세세하게 다룬다. 유명한 명사 가수들과의 인터뷰에도 (그 시간은 귀하고 비싸다. 공연료를 생각해보라_) 임진모 작가는 결코 주눅 들지 않고 핵심을 드러낸다.
덕분에 음악의 변화를 통해 한국현대사의 문화적 면모를 잘 들여다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