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람, 이란 비즈니스 - 비행기에서 마스터하는
매경이란포럼팀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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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두 차례의 석유위기는 수출 위주의 한국경제의 파탄을 가져올 뻔 했다. 당장 석유가 부족한 환경에서 구세주처럼 손 내밀어준 것이 이란이었고 테헤란로는 그렇게 부자나라의 호의를 간직하기 위해 한국이 더 아쉬웠던 거래의 단면이었다.


그런데 몇년전 테헤란로를 개명하자는 이야기가 신문에 오르내렸다. 

굳이 길게 뭐라고 하지는 않겠지만 한국인들의 단견, 역사에 대한 무지, 나아가 개구리 올챙이 시절을 잊는 망각력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그러다 이란 제제가 풀리니 매경에서 비즈니스 매뉴얼 같은 책을 내놓았다.

얇고 딱 바로 써먹을 내용들까지만 모아져있다.


앞서 읽었던 이대식 박사의 <줌 인 러시아>와 너무나 대조가 된다.


기자와 연구자, 한국에는 기자의 정보가 많지 연구자의 학식은 매우 작다.

중동붐을 일으키며 막대한 돈을 벌었다는 추억담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우리의 중동에 대한 지식은 참으로 얕다.


내용이 너무 얕길래 내가 이란에 대해 아는 것을 몇 가지 끄집어 내 봤다.


이란은 스스로는 페르시아 제국의 후예로 수천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그리스를 겁박하던 대왕들의 고향이고 비록 알렉산더에게 졌지만 중동의 패자였고 로마의 동진을 오랫동안 저지했던 대국이다.

그래서 문화가 꽤 깊다.하지만 역시 한국인이 스스로 만들어낸 문화 책은 거의 없다. 중동전문가도 이희수 교수를 비롯해 극소수다.


참고로 이희수 교수는 이 분야의 선구자답게 기묘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바로 <쿠쉬나메>다. 페르시아의 왕자가 신라에 와서 결혼하였다는 기록을 고대 이란의 문헌에서 찾아내었다. 약간 더 이야기하면 연구비를 타내서 이란이 제제중이라 교류가 적을 때 들어가 박사인력들을 동원해 영어로 번역시켜서 만들어낸 연구다. 

고대사의 연구가 처음에는 열정으로 되는 줄 알았는데 가만 보면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비즈니스다. 트로이를 발굴한 술레이만도 그렇고 일단 뭘 파내야 자기것이 되는게 그게 다 돈이다. 그런 점에서 쌀 때 선점해서 연결점을 찾아낸 이교수의 탁월한 수단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왜냐면 최근 이란이 개방되자 사업가들이 이란과의 고리를 찾아내는데 테헤란로는 오래되었고 쿠쉬나메는 적당한 아이템이 된다.


자 그럼 과거가 아니라 현대의 이란을 살펴보자.

이란은 회교혁명,이라크와의 전쟁,미국과의 갈등 등으로 현대사가 점철되었다.

이란이 70년대 팔레비 왕조였던 시절 원유개발을 둘러싼 격전을 다룬 이야기가 <불모지대>라는 소설에 잘 드러난다. 석유개발 사업은 그렇게 치열한 현장이었고 한국기업은 석유개발까지는 꿈 꾸지 못하고 건설현장 노가다가 많았다.

여기서 한가지 재밌는 일화를 이야기하면 김우중,정주영 두 회장의 재운이 갈라지는 대목이다. 두 나라가 전쟁하면서 이란과 이라크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정주영의 현대는 이라크에 주력하였는데 졸지에 돈을 못 받게 되어 실무자였던 이명박과 관계가 무척 험악했다고 한다. 이 돈은 후일 오래오래 지나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이 끝나고 나서야 받게 되었다. 

반대로 김우중 회장은 이란을 선택했다. 여기에는 키신저라는 국제 책사의 조언이 결정적이었다. 돈 값을 한 셈이다. 

최근에도 보면 갑자기 이란에서 돈을 받게 되었다고 좋아하는 기업들이 나타난다. 

이 점에서 이란의 비즈니스 환경은 중국이나 동남아와는 다른 것 같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신용을 지켜나감이 비즈니스의 핵심이라는 점을 고대로부터 대국이자 상업국가였던 페르시아 제국은 가지고 있다.


돌아가보면 한국인은 많이 오가지만 깊게 그 나라를 연구하는 일은 드물다. 

산업현장에도 장인이 부족한데 연구에서도 매한가지인 셈이다. 

그러다보니 여행객은 많지만 전문가는 드물다. 파고들어가 뭘 만들면 인정해주는 분위기는 더더욱 아니다.

그렇지만 닥치면 빨리 만든다. 이렇게 조잡해서 휙 읽히는 책을 쉽게 빠르게 만든다. 대신문사의 작업 치고는 참 뭐라고 하기도 그렇다. 

융합학문이 살길이라고 대학과 나라는 외치지만 일단 다양성이 있어야 융합도 나오지 않을까 한다. 다 없애고 경영학과만 왕창 늘리는 최근 모 대학들의 경향들을 보면서도 이 책이 이렇게도 얇고 진화가 없는 점이나 다 한가지로 연결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다음 이란 책은 좀 더 잘 만들어주기를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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