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무엇으로 싸우는가
신기주 지음, 최신엽 그림 / 한빛비즈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메모지 건네는 20대 여사원에게 농담 한번 건네본다.

어 이거 개인메시지인감?

아주 사무적이고 정석적인 대응이 되돌아온다. 농담 수준도 안되는 아재개그라는 게 판명된 셈이다. 


20대 시절에는 이런 농담으로도 종종 낚시했고, 30대는 진한 농담수준으로는 취급되었는데 지금은 도대체 아니다. 그냥 투명인간 취급이다.

이렇게 남자들의 40대는 나이듬이라는 부담을 가지게 된다. 잃은 것 대신 손에 쥔 것은 얄팍한 권력이다. 직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뒷자리의 상석은 자연스레 회의실의 중심타석으로 이어진다. 거기서는 나름 결재권자 혹은 무게 있는 비평가의 위치다.

그러니 한 마디가 종종 독설이 되어 아래 것들을 뒤흔든다.

그 재미로 사무실로 열심히 나오고, 거들먹 거리고 또 그렇다 보니 아재개그에도 20대 묘령의 여사원은 함부로 대응하지는 않는다.


자 남자 40대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

저자는 40대 남성들이 가진 고독감, 불안감, 중독 등의 주제들에 대해서 남자의 관점으로 풀어나간다. 어떤 이야기는 공감이 확 가고 어떤 것은 글쎄 한다.

이건 아마도 40대가 남자들에게 성패가 확연히 갈라져가는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써나가는 동기도 그렇다. 에스콰이어 잡지 편집장을 하다가 편집진 교체를 맞게 되었다. 헤어지는 후배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스스로도 기껏 이거였나 하는 자괴감이 들기 때문이다.

사실 기자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펜으로 세상을 바꾼다는 자부심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돈의 잣대로 움직여가는 현실과 부딪히면서 자괴감이 쌓여갔다. 한번 확 사표도 던져봤지만 6개울 버티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점점 도대체 나는 왜 라는 질문과 답이 쌓여간다.


저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남자들 40대가 다 그런 불안감 속에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존재감의 확인을 위해 일에 더 몰두하고 가진 것이 약해지면 더 허세를 부리게 된다.


딱 부러지는 해결책은 없다, 개별적인 투쟁이 있을 따름이다.

그래서 제목도 남자는 무엇으로 싸우는가로 이름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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