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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왈리드, 물은 100도씨에서 끓는다 - 컨테이너에서 시작하여 세계 4대 부호가 되기까지
리즈 칸 지음, 최규선 옮김 / 김영사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사우디 왕자로 투자 천재로 알려진 알 왈리드에 대한 전기다.
왕자면 다 잘사나 했는데 알고보니 왕자가 3천명이고 부모가 이혼해버리는 통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사우디 왕손 답게 왕실을 비판하는 선생님에게 주먹도 날려서 퇴학되는 이력도 있었다.
처음 그의 이름을 들은 건 IMF였다.
달러 가져오면 귀빈 대접 받는 상황에서 왈리디는 1억불이 넘는 돈을 현대차와 대우에 투자했다. 후일담에 의하면 삼성전자에 투자하려고 했는데 정부에서 대우로 유도했다고 한다.
쪽박과 대박도 한 끝 차이다.
그의 삶은 금수저에서 시작했지만 미국 유학 등 자신의 개척이 더 컸다.
사우디인들 특유한 관계형, 자원의존형 사고에서 벗어나 두 문화를 잇는 경계인이자 다리 역할을 많이 했다.
관계를 가지고 첫번쨰로 할 수 있는 사업은 브로커다. IMF 맞은 한국에 투자하러 온건 인심 좋아서가 아니다. 한국 건설 회사 브로커 역할을 하면서 한국인들의 근면,성실성을 잘 알았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는 브로커에서 멈추지 않았다. 브로커 보다 파트너로서 더 많은 역할과 더 많은 보상을 원했다. 덕분에 그는 사업 노하우를 계속 섭취해 사업가로 변신했다.
당시 벌어진 쿠웨이트 침공에 의해 중동 정세가 흔들릴 때 싸게 나오는 부동산을 넙죽넙죽 받아 먹어 가며 초기 자본을 불렸다. 냉철한 국제정세 인식이 도움되는 건 당연하다.
이어서 은행을 접수했다. 비효율의 극치였던 은행을 인수하고는 서구식 경영기법인 구조조정과 효율화를 도입했다. 당연히 흑자로 전환된다. 나아가 아예 10년쯤 지나서는 시티은행의 구원투수로 나선다.
놀라운 성장인데 거의 한국의 현대 정주영 회장 스토리를 보는 듯 했다.
사업이 커지자 해외에서 투자가로 명성을 날리는데 대박을 안겨준 대표적 투자는 애플의 잡스 복귀 직후의 거래였다. 수십배가 넘는 이익을 남겨 안목을 새삼 확인시켜주었다.
사업이 커지면서 정치와도 연결이 되어간다.
대표적인 해프닝은 911 직후 1000만불을 기부하러 갔다가 글귀 하나로 논란을 일으킨 사건이다.
당시 911의 배후에는 미국의 중동정책도 문제가 되었다는 언급 덕분에 블룸버그는 이 돈을 퇴짜놓고 모욕적 언론플레이를 한다.
하지만 왈리드는 내 말이 틀리지 않았다고 고집한다.
사우디라는 나라는 최근 요동치고 있다. 국제 유가의 급하락은 쉐일가스와 중동 산유국간의 사활을 건 대전쟁이다.
유가가 떨어질수록 국가의 체제가 변화할 가능성이 크고 다음 모습은 분명 보다 세속적인 기업가들의 활약이 커질 것이다.
왕국이 아니라 대의정치가 이루어지고 왈리드가 수상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색깔이 다른 나라 자본가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게 해준 신기한 경험의 독서였다.
참 이 책의 추천사는 최규선이라고 김대중 정부 게이트의 주인공이 썼다. 최규선은 당시 왈리드 회장의 방한과 투자를 주선했다. 가만 보면 처음 마이클 잭슨을 잡았고 이 인연을 이어서 왈리드까지 잡아내었다. 덕분에 지금도 중동 사업을 하면서 돈을 번다.
처음 왈리드 회장이 브로커를 통해 기초 자금을 마련했는데 브로커가 나쁜 의미는 아니다. 서로를 이어주고 거기서 기회를 만들어내는 존재들이다. 그리고 하나 더 한번 먹고 떨어지는게 아니라 관계를 오래가는 자산으로 만든 솜씨는 분명 무언가 있다.
사우디 왕실의 미래와 중동자본가의 발전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유익한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