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11 - 도시의 수도승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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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만화의 주인공은 우선 음식이다. 하지만 조금 확장해보면 이를 만드는 사람의 수고와 정성,
그리고 즐기는 사람의 지혜가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약간 더 넓히면 좋은 재료를 공급하는
상인과 농부 혹은 어부, 꼬장꼬장하게 약점 잡아내는 비평가, 이들을 경쟁시키는 언론까지 더욱 여러 유형의 사람이 나타난다.

이번편을 보다 보니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더욱 다채롭게 나타나는 것 같다.
자기사업을 위해 설렁탕집에 취업해 6개월 시한으로 배우겠다는 자세로 달려든 것은 좋았지만
수십년간 쌓인 노하우는 역시 버거웠다. 내 소감 또한 설렁탕은 음식점에서 몇천원 내고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넘어 서는 것 같았다. 싸게 고기국물을 제공하기 위해 다른 음식으로 쓰이지 않는 부위를 동원한다.
또 국물을 만드는 공정 하나 하나가 여러 차례 실패를 겪으며 다듬어진 기법이다 보니 쉽게 소화하기 어렵다. 겉은 흉내내도 속에 담긴 뜻을 모두 헤아리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결론은 역시 제대로 된 음식 하나를 선보이기 위해서 훨씬 많은 시간과 땀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참고로 얻게된 팁 하나는 솥이 보이지 않고 수육이 나오지 않는 곳은 흉내만 낸 곳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고독한 수도승의 모습 또한 우리에게 음식의 소중함 혹은 위험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무엇을 이루려면 희생이 따를 수 밖에 없는데 보디 빌더의 육중한 근육에는 운동 보다 음식 조절이 훨씬 중요하다고 한다. 많은 먹을 것을 앞에 놓고도 자신을 단련시켜야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역시 최고란 아무나 거저 도달하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서도 팁 하나 절대 잠자기 직전 2시간 이내에는 음식물을 넣지 말라. 자칫하면 그렇게 쌓인 과잉 영양분에 의해 몸 안의 조절 능력이 스스로 포기하게 된다고 한다. 결과는 당뇨병 환자.

이어진 작품 중에 말기 위암 환자의 모습은 애처로왔다. 잃고 나서야 그동안 당연시 여기던 것들을 새롭게 발견한다고 한다. 코로 튜브를 넣어 음식을 먹거나 아니면 멀건 죽 수준을 배에 채우면서 자신의 건강이 주는 소중함을 알게 된다. 환자 한명이 자신만만하게 살아오던 삶과 오늘 자신이 처한 처지를 비교하는 과정을 통해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삶의 가치 그리고 그 속의 음식의 가치에 대해 넓게 공감을 주는 수작이다.
이곳의 팁은 의사를 무조건 믿지 말고 여러 곳을 돌아다녀 보라는 것이다. 위암을 모르고 방치하면서 병을 키운 결과가 결국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빨리 내닫게 되는 형상이다.

먹는 것,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지만 제대로 즐기는 사람이 적은게 현실이다. 식객에 의해 넓혀져가는 우리 식문화의 영역이 꾸준히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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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6-04-18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자기 전 2시간이라... 그동안 당뇨병으로 가는 지름길을 걸어온 것 같은 기분이... 으윽... -_-;;;
'식객'을 꾸준히 읽었지만, 이번 권도 꼭 읽어야겠습니다. ㅎ

사마천 2006-04-19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것을 먹는 일도 중요하지만 바르게 먹는 것이 더 중요한 일 같습니다. 책이 재미도 주고 교훈도 주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