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삭 속았수다 - 성우제의 제주올레 완주기
성우제 지음 / 강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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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사는 전직 기자가 제주 올레길을 20일간 걷고 만들어낸 기행문이다.


"쪽빛 바다가 아득한 수평선으로 펼쳐지고발밑으로는 검은색 절벽 해안이 길을 따른다찰랑대는 파도 속으로는 하얗고 검은 돌들이 들여다보인다"

"다시 바다가 보인다. 드넓은 초원과 바다가 맞닿아 있다. 바다목장이다."
제주의 아름다움을 문자로 담아내려고 저자는 많은 수고를 했다.
낮에는 햇볕을 받아내는 얼굴과 피부가 수고하고 몸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발이 힘을 썼다. 밤에는 하루의 피곤을 풀어내며 발은 휴식하지만 머리와 손은 새로운 체험을 공감시키고 보편화시키려는 문자작업으로 분주해진다. 결국 남들보다 하루를 두배 부지런해야 하니 보통 여행이 아니다.

이 책의 매력은 자연에 더해서 그 속의 사람들 이야기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길을 걷지만 막상 사람들에게 말 붙이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역시 기자 정신으로 무장한 작가는 자연스레 말을 붙이고 되돌아오는 이야기를 책에 잘 녹여낸다.
덕분에 독자는 힐끗 보며 지나갈 수도 있는 해녀,육지에서 건너온 정착민,청년 등 다양한 이들의 속내를 볼 수 있다.
동쪽과 서쪽의 물산이 왜 다르고, 우도에서는 땅콩 농사가 돈 되고, 가파도는 어떻게 청보리 축제를 만들었는지 등 나름 세세하게 제주를 알게 해준다.

하지만 작가 성우제에게 올레는 아주 낯선 길은 아니다.
그 길의 맨앞에 있던 올레길의 창조자 서명숙은 언론계에서 성우제의 앞을 끌어주던 선배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길을 시작할 때나 길을 걸어가는 중간중간 서명숙은 불쑥 나타나 번개 시간을 가져준다.
뒷담화는 자연스레 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의 사람들 사이의 해프닝이다. 지금이랴 큰 길이지만 첫번째 걸었던 이한테는 절대 큰 길이 아니었다.

아주 오래된 길이 아니라 누군가의 손에 의해 불쑥 솓아났다는 걸 의식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올레가 만들어낸 건 자연속의 인간의 길만은 아니다. 사람들 사이의 길도 같이 닦았다. 1번 길은 해변의 조업권 때문에 다투던 두 마을을 연결하며 만들어졌다. 당연히 사람들의 화합을 노리는 행위다. 

길에서 만들어지는 인연이 훗훗한 먹거리 사업이 되는 경우도 여럿이다. 숙소 못 찾아 헤메던 올레꾼을 재워준 인연으로 만들어진 할망숙소 이야기는 인정 넘친다. 그러면서 외롭게 오랜 시간 견뎌야 했던 할망들이 이제는 사람들을 맞으며 자신들의 새로운 존재 의미를 찾아간다고 한다. 다 보람찬 일이다.


서명숙의 여행은 새로운 시대의 욕구를 잘 포착한 덕분이다.

걷기는 그냥 걷기가 아니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서명숙식의 걷기 여행은 힐링을 표방하는 21세기형 자아 찾기와 국토 예찬

이다.

힐링 속에서 나를 찾고 내가 디딛는 이 땅을 사랑하게 해주는 일 올레 걷기의 아름다움은 오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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