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사이언스 - 불확실한 투자의 세계에서 확실한 승리를 얻는 공식
윌리엄 파운드스톤 지음, 김현구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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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총평하자면 이론서라기 보다는 여러 사람들의 집단 전기로 보는 쪽이 성격에 대한 이해로 빠를 것이다. 머니 더하기 사이언스라고 해서 커다란 비법이 있는 것처럼 책을 광고하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다. 책 앞부분에 나오는 마피아들은 분명 그런 비법을 활용했다. 경마정보를 남보다 빨리 알아채서 고객들의 돈을 갈취한 그들의 솜씨는 뛰어나다. 하긴 최근에도 내부자정보를 이용해서 주식거래하는 사례가 나오는 걸 보면 오래된 흔한 기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거야 일반 사람들이 따라가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 보다 소위 사이언스라는 이름으로 금융공학의 시대를 열어간 주요 인물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데 도움 되는 책으로 보는 게 좋다. 단 노벨상을 받을 정도로 똑똑한 천재들도 참혹하게 실패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도록 해야 한다.

 

사이언스는 현상에 대한 원인과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이치에 대해 논리를 펼친다. 그럼 사이언스가 모두가 바라는 돈벌기에 적용되면 어떤 일들이 발생할 까? 돈벌기와 과학의 접합이 예전부터 시도되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수학책 맨 뒤에 나오는 확률에 대한 이론은 신에 대한 경건함을 강조한 팡세를 지은 파스칼이 노름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 시작이었다. 앞으로 발생할 미래는 누구도 알기 어렵지만 그 불확실성을 얼마만이라도 예측할 수 있게 도와준 것이 그의 이론이다. 하지만 뛰어난 과학자가 곧 성공한 투자가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대표적인 예는 뉴턴인데 그는 주식투자 바람에 휩쓸려 현재가치로 따져서 수십억의 돈을 날렸다고 한다. 광풍이 꺼진 후 한숨을 쉬면서 던진 말이 거대한 천체의 움직임을 알아내기보다 광기에 빠진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 것이 더 어려웠다고 했다고 한다.

근래에 들어와서도 비슷한 일들이 발생한다. 피셔라는 경제학계의 거두가 대공황시절 자신의 돈과 주변의 돈을 다 잃어서 결국 예일 대학교에서도 물러나게 된 것을 비롯해 예는 무수히 많다.

이런 혼란속에서 시장을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건 불가능하다고 단언한 것이 바로 랜덤워크 이론이라고 한다. 이 책에 따르면 경제학의 거성인 폴 사무엘슨이 그런 입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 꾸준히 반론을 제기한 일련의 학자 집단이 있었고 이들의 핵심에 켈리라는 사람이 내세운 공식이 있었다고 한다.

그의 이론을 간략히 보면 한번에 너무 많은 리스크를 안으려고 하면 오래가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이론을 적용할만한 예는 우선 카지노 도박에서 얼마를 거는 것이 합리적인 따져보는 분야가 있고 다음으로는 금융 투자에 있어서도 응용된다.

 

헤지펀드를 비롯해 금융공학에서 강조하는 것은 확실성이다. 아주아주 미세한 차익이라고 해도 이것이 확실하다면 막대한 돈을 빌려서 투자할 수 있다. LTCM의 경우 0.67 정도의 차이를 가지고 자기 자본의 수십배의 돈을 넣어서 충분히 의미 있는 수치를 만들어내었다. 그런데 수년간 놀라운 성과를 냈던 이들을 흔들어 버린 것은 러시아에서 촉발된 전세계 금융시장의 균열이다. 돈을 떼먹는 깡패가 등장하자 갑자기 다들 원금보존 욕구에 의해 자신의 돈을 안전자산으로 이동시켰고 덕분에 전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게 된다. 그리고 LTCM은 일거에 붕괴에 이르게 된다.

 

LTCM의 손해에 대해서 작가는 매우 비판적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대체로 사무엘슨의 맥을 따라서 켈리쪽에 반대편으로 섰던 인물이었기 때문인데 꽤 가혹하게 평가한다. 켈리의 이론을 놓고 LTCM의 성과와 비교해보면 분명 켈리쪽의 주장이 리스크 매니지먼트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보면서 배워야 할 점은 바로 이런 역사적 사건이 아닌가 생각한다. 세계는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하나로 묶이는데 특히 돈의 흐름이 그렇게 서로 영향을 준다. 그 점을 역사적 사건을 짚어가면서 배워두는 것이 좋다. 소로스가 한말 중 유념할 대목이 시장이 불안해지면 돈은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있다.

 

코스톨라니가 주식시장을 음악이 흐르지 않는 도박장에 비유한 것처럼 이 책 또한 돈버는 절대이론에 대한 논의를 라스베가스와 월가를 오가며 전개한다. 덕분에 무척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정크 본드의 발명자인 마이클 밀켄, 영화 월스트리트에 나오는 이안 보에스키, 최근 KT&G를 놓고 다투는 칼 아이칸류의 인물들이 줄지어 나타난다.

 

이 부분을 읽다 보니 재미있는 대목이 나왔다. 주인공들이 돈을 벌기 전에 먼저 돈을 함부로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부분이다. 그들은 특히 자신의 돈을 정부라는 끝모르는 욕심장이 무능력자에게 퍼주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양한 절세 아이디어를 냈는데 꽤 흥미로왔다. 하지만 이렇게 돈을 벌려면 법의 경계까지 다다르게 된다. 교도소 담장위를 걷는다는 표현 처럼 사법당국의 제제를 교묘히 피해다니려고 하지만 자칫하면 담장 저쪽으로 떨어지고 만다. 그래도 당분간 앞서는 쪽은 당국이 아니라 투자가들이다. 이들에게 도덕은 차후의 문제고 자신들의 이익이 우선이다.

 

책을 읽고 난 성과를 종합적으로 보면 시야를 넓혀준다는 점을 들어야 할 것이다. 전세계 시장을 놓고 흔들어대는 금융자본의 위력을 느끼면서 그들이 근저에 삼는 확실성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렇게 대단하기만 한 건 아니라는 점도 깨닫게 된다. 물론 현재야 은행 뜯기고 부동산 뜯어가는 솜씨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지만 우리도 언젠가 따라가야 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배울 점들이 이곳 저곳에 많이 깔린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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