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세계 세력도 - 삼정 KPMG 경제연구원 해외총서 1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지음, 삼정 KPMG 경제연구원 옮김 / 현암사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저자인 사카키바라씨는 일본 대장성의 재무관료로서 한때 미스터 엔이라고 불릴 정도의 막강한 힘을 행사했다. 현재는 게이오 대학 교수로 정년을 맞고 있는데 이론과 실무 양쪽 경험이 풍부한 인물이다.
이 책에서 그는 세계경제를 이루고 있는 여러 주체들인 미국,일본,중국,인도 등의 현안을 쉬운 표현으로 이해시켜준다. 우선 지금 미국은 그동안 세계를 이끌던 절대자에서 쇠퇴할 것이고 그 결과 달러 약세가 나타난다고 본다. 그 공백을 메꾸려고 나서는 주체는 여럿인데 일본을 비롯해 중국,인도와 같은 신흥 강국의 역할이 커진다고 한다.

화폐는 까보면 종이에 불과하지만 정부가 부과하는 신용이 있기에 힘을 발휘한다. 달러를 세계 무역의 기축통화로 만들면서 팍스 어메리카가 만들어졌지만 전쟁과 이어진 과도한 소비는 결국 그 위력을 약화시킬 수 밖에 없다. 또 세계의 장벽 철폐는 막대한 유동자금의 움직임을 만들어 곳곳에서 금융위기를 만든다. 이 때 미국은 원인은 차지하고 IMF를 통해 해결책을 내놓으면서 자신이 바라는 시스템을 강요한다.
저자는 이대목에서 문제점 하나를 꼬집어낸다. IMF 위기 당시 박태준이 돈을 빌리러 일본을 방문했고 이 책의 저자를 만났다. 나름대로 꽤 많은 돈을 약속 받기까지 이르렀지만 이에 제동을 건 것은 미국이었다. 자신들과 합의가 되기전에 일방적으로 한국을 돕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당시 김영삼의 반일 메시지에 화가 난 측면도 있었지만 일본은 어쨌든 손을 들었다. 이런 식으로 미국이 세계에 강요한 질서가 과연 그 나라 자체에 좋은 지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왜냐면 미국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에서는 결자해지 원칙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이 제기하려는 새로운 질서는 AMF라고 표현되는 아시아 공동 통화정책이다. 여기에는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잘 아시다시피 고이즈미의 친미 외교로 중국의 비판 또한 날이 서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기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하지만 현실은 어쩔 수 없다.

저자가 새로운 파트너로 주목하는 것은 인도다. 나름대로 민주적 가치를 지키며 성장한 이 나라의 미래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본인 또한 인도기업의 사외이사를 맡아 주기적으로 방문한다고 한다.
저자의 언급 중에 흥미로왔던 사실 하나는 일본 은행 중에 IT를 통채로 인도에 아웃소싱 시키는 곳이 있다고 한다. CIO도 인도사람으로 특별채용했고 비용은 대폭 절감되어 고객에게 각종 수수료를 무료로 제공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파산 가까운 위협에 몰리다 보니 근본적인 일들을 개혁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한국의 은행들은 IMF를 거치면서 조기에 비켜 갔지만 그렇지 멀지 않은 시기에 닥칠만한 일이다.

이렇게 여러 나라들이 모두 성장하면서 미국의 상대적 위치가 하락하면 어떤 일들이 발생할까?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자원가치의 상승이다. 실제 달러 표시 자원의 가격은 급속도로 오르고 있는데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짐 로저스가 상품시장에 주목하라고 이야기한 것이 어제 같은데 이제 그 효과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원인은 물론 달러라는 화폐의 과잉 발행에 의한 인플레이션이다.

이런 현실속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하는데 아울러 더 고민할 것은 인구문제다. 선진국인 일본은 인구가 주는데 해결방법은 이민의 수용 아니면 노년층의 해외이주다. 양쪽 모두 시도가 되고 있지만 먼저 가치관의 변화가 필요하다. 아마 한국도 비슷한 길을 따르지 않을까? 아 참 한국에는 변수가 있다. 바로 북한의 붕괴다. 저자는 여기에 대해서도 북한 위협론을 따르지 않고 햇볕정책과 같이 유화로 나가면 금방 긍정적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한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다루는 주제도 많고 대상 또한 전세계 여러 나라이기에 주는 메시지가 많았다. 과거 소로스로 대표되는 헤지펀드와 엔화의 향방을 놓고 겨루면서 크게 이겨서 미스터 엔이라는 호칭을 얻었지만 이 책의 곳곳에 소로스의 이론을 높이사는 부분이 나온다. 국제 자본주의 질서를 위협하는 악의 축은 바로 미국의 네오콘이라는 소로스의 통찰이 과거 친소를 불문하고 전세계의 공감을 얻는 것 같다.

우리나라 관료들은 은퇴하고 이런 책 한권 낼 수 있을까?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무슨 게이트에 이름 들어가는 꼴은 언제 그맘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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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2006-05-31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의 고령화로 인한 인구문제의 해결방법은 일본정부가 예전부터 예견해서 준비해온 로봇의 생산 아닌가요? 그 이유는 보이지 않은 일본내의 극심한 인종차별로 인해 타민족의 이민을 허락하지 않고 첨단로봇의 생산으로 젊은층의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세계 제조업 분야에서의 우위를 지키려고 한다는 점으로 알고 있습니다.(폴 케네디 저서 참고)

사마천 2006-05-31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의 로봇 솜씨는 한국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강합니다. 한국 대학생들이 전투 로봇 만들어서 시합하는 동안에 일본에서는 휴머노이드라고 사람 엇비슷하게 하는 아이보 스타일 로봇 경연대회하죠. 그런 로봇들이 자동화 분야에 많이 투입되어서 제조업 경쟁력은 유지합니다. 그런데 간호사는 어떨까요? 그건 그리 쉽게 대체 되기 어렵습니다. 결국 선택은 환자가 나가거나 예전 독일처럼 간호사를 수입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그 점도 저자는 예측을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