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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이야기 1 - 충격과 공포 ㅣ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5
김태권 지음 / 길찾기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옛날에 발생한 역사에 대한 이야기지만 시종 우화적 방법을 통한 묘사로 독자에게 웃음과 교훈을 선사한다.
당대에는 분명 신성한 전쟁이있던 십자군이 후대의 눈으로 보면 일종의 광기로 바뀌어버린다.
100년 이상 전개된 대사업이었고 많은 사람이 참여 했기에 그 안에 담긴 욕망 또한 여러가지가 존재했다. 종교의 권위를 높이려했던 교황, 한동안 뜸했던 싸움 덕에 몸이 근질거린 기사들의 실력 과시와 영토 욕구, 농민들의 중세세계 탈출 욕구 등 각양각색의 욕망이 나타난다. 이들이 때로는 종으로 결합되고 때로는 횡으로 결합되어 여러차례의 운동이 된다. 농민들의 십자군이 유태인 학살 및 기독교 주민들에 대한 약탈로 이어진 것은 비극이다. 덕분에 헝가리 등 주변국들의 반발에 의해 막대한 인명을 손실한다. 과연 그들의 죽음이 희망대로 하늘에서 면죄부로 인정받을지는 미지수다.
이 과정을 은밀히 배후조종한 교황청도 막상 욕망이 분출해 통제하기 어렵게 되어버리자 당황하게 된다. 이는 프랑스,러시아 등 수 많은 혁명에서도 마찬가지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 작품에 다 나타나지는 않지만 카톨릭과 동로마제국의 그리스정교와의 갈등도 적지 않았는데 이는 십자군이 화살을 돌려 동로마제국을 강제로 점령하는 사태로 발전하기도 한다. 종교로 출발했지만 실은 영토적 욕구와 같은 실리적 기대감이 강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한참 웃다보면 종교에 대한 모독이라고 반발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실제 역사가 그러했다는 것을 여러가지 책으로부터 가져와 객관성을 확립해간다. 또 그 이면의 바램은 서로 다른 존재간의 이해를 기대함이다. 한국은 분명 기독교의 나라다.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2차대전의 승자로서 미국이 한국에 진주했고 막대한 물질 원조와 함께 힘을 보여주었던 것이 아닐까? 약해서 눌려 살았던 한국의 민초들이 강한자에게 붙고자 하는 욕구도 적지 않았다. 학교가 세워지고 선교사들이 늘어나며 멀리 미국으로 이민도 많아지다보니 기독교도 또한 늘어갔다. 그 추세가 워낙 빨라서 해외의 많은 종교인들이 놀라워할 정도였다. 그런데 문제점은 본질 보다 부작용이 같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기독교의 약점 중 하나가 바로 독선이다. 나홀로 선이다라고 주장하게 되면 주변 모두가 악이되어버린다. 그 결과가 지금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전쟁이다. 언제 그 전쟁이 확대되어 또 하나의 악의 축인 북한의 머리에 불바다가 되어버릴 줄 아무도 짐작하기 어렵다. 심심찮게 들려오는 이란 핵 위기설 만큼이나 우리에게서 전쟁은 멀리있지 않은 것이다.
그게 바로 이 책에서 부시의 얼굴이 십자군과 함께 등장하는 이유다. 부시 자신이 아프간, 이라크 전쟁을 제2의 십자군이라고 언급하지 않았나? 그에게 과거의 교훈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는다면 우행은 계속 반복될지 모른다. 작가가 분연히 일어나 과거의 일을 다시 묘사하려는 의도 또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