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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지음 / 새움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김진명은 돈에 민감한 베스트셀러 작가다.

돈은 그냥 벌리지 않는다. 나름 상당히 고심한 전략에 따라 만들어진다.

많은 소설을 써 낸 대작가에게 <발자크>라고 불러주는 건 경의의 표현이다.

한국의 이병주, 일본의 야마자키 도요코 등이 그러했다.

발자크는 많은 성취를 이뤘지만 평생 돈에 쫓겼고 그럼에도 다작을 해야만 했다. 그래서 개발한 독특한 전략이 있다. 

바로 인물재등장 기법이다.

캐릭터 하나 하나 가공해서 무대 위에 세우는 수고를 줄이고 개성이 뚜렷하게 만들어진 창작물은 수시로 다른 작품에 드러내서 완성도를 높인다.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생산성이란 관점에서 매우 효율적인 선택이다.

김진명의 작품을 쭉 읽어가면서 <발자크>와 포개졌다.

인물들이 이름을 바꾸지만 계속 재등장한다.

정보기관의 수사관, 검사,변호인 등 법조인.

이 작품의 경우는 카지노의 바카라 기법도 재활용된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건 테마다.

국제정치 속의 음모론 그 안의 사건, 원인을 찾는 탐구자.

같은 패턴의 반복이다.

인물 등장보다 더 심하게 패턴의 반복이 일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잘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인은 잘 못 믿는다. 특히 정부 발표를. 진실은 어딘가 다른 곳에 있다 생각하니 믿거나 말거나가 된다. 김진명은 정확히 이 대목을 잡아낸다.

팩션. 팩트와 픽션이 결합한 형태로 가까운 어제를 재구성해서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독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가까운 과거이다 보니 오늘과 바로 연결되고 때로 미래를 내다맞추기도 한다.

과거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예견력을 발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러니 더욱 독자는 몰입한다.

위험성은 있지만 이런 장사수법은 나름 효과적이다.

발자크도 당대를 탐닉했다. 그의 소설을 따라가다 보면 법정과 상가, 무도회 등 당대의 파리가 아주 잘 그려져있다. 

김진명의 소설들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세월이 아주 지나 미국 CIA의 정보파일들이 다 공개된다면 김진명의 추론들이 맞았는지 확인될 것이다. 우리가 이광수나 채만식의 소설을 멀리서 보듯이 후학들이 비평 도마위에 오를 것 같다. 수십년이 지난 뒤에 별로 고칠 것이 없더라는 완결성이 보인다면 아주 좋을지도 모른다. 물론 아닐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어쩌랴. 믿거나 말거나 하는 카더라 통신이 정보투명도가 낮은 이 나라의 여론의 빈공간을 채워주는데 비하면 김진명의 소설은 그 나마 낫다.

그리고 매우 중요한 점을 다시 확인하면 베스트 소설을 만들기 위한 김진명의 전략은 매우 효과적이다. 그럼에도 발자크가 부러워했을 것이지만 테마 우려먹기 까지 따라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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