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다섯 가지 상품 이야기 - 소금, 모피, 보석, 향신료 그리고 석유
홍익희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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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디카르피오에게 아카데미상을 안긴 영화 <레버넌트>는 서부개척시대 모피를 둘러싼 전쟁이었다. 인디언과 개척자들의 치열한 싸움의 핵심은 돈이 되는 모피를 둘러싸고 전개되었다.
이렇게 물건은 상품이 되고 욕망을 자극해서 전쟁을 일으켜 간다.
향신료를 찾아간 콜럼버스의 항해가 유명하다. 
남아프리카 다이아 광산을 차지하려고 벌어진 영국의 보어 전쟁의 배경에도 세실 로즈라는 모험자본가가 있었다.
이런 식으로 소금,모피,보석,향신료,석유라는 주요 상품들은 인간의 욕망을 움직여 역사를 만들어내었다.


크게 보면 먹는 것으로 소금,향신료.

입는 것 모피. 이렇게 의와 식이 중요하다가

점점 석유와 보석의 중요성이 커진다.


홍익희는 주요 상품을 중심으로 경제의 역사를 매우 흥미롭게 풀어나갔다.

레버넌트에서 본 모피 전쟁의 모습은 곧 고조선과 고구려의 교역망으로 투사된다. 당시 중국왕조들에게 바치던 조공품들은 고구려가 주변으로부터 긁어 모은 것들이 많았다. 연결을 장악해서 막대한 이익을 얻어 왕조를 유지한 것이다.

백제의 기반도 소금경제를 중심으로 본다. 소서노의 출신이 소금상인으로 보고 처음 이동한 경로도 바다를 통해 미추홀에 내려앉아 염전과 이를 기반으로 한 생선 유통 등으로 교역망을 확대했다고 본다.

재밌고 유용한 해석이다. 사실 백제가 소수의 집단으로 내려와 단시간에 번창하게 된 걸 보다 잘 이해시켜준다.

그리고 나아가 백제의 대륙경략설도 소금 공급망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게 해준다. 백제가 섬에서 소금을 구워 내륙에 팔았다는 것이다.


소금의 경우 지금이야 워낙 쉽게 구하니 중요도를 낮추지만 고대인들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났다. 당 제국이 소금세를 마구 늘려가다가 결국 소금밀유통업자 황소의 난에 흔들리는 이야기도 선명하게 그려진다.


소금이 오래된 상품이고 향신료가 비교적 가까운 상품이라면 가장 빨리 급속히 성장한 상품은 역시 석유와 다이아몬드다. 

석유의 역사를 보면 록펠러가 추진했던 것은 개별적 시추 사업이 아니라 전체 value chain의 하부망에서의 독점이었다. 이는 대단히 현명한 아이디어로 그에게 미국 최고의 재벌이 되는 길을 열었다. 

앞서 모피의 역사에서 교역망을 장악한 고구려가 득을 보았듯이 록펠러도 유통에서 최종 지배자가 된다.


이렇게 확장해가는 과정에서 미국적 자본주의의 위력이 잘 발휘된다. 다수의 사람이 자본을 모아 커다란 규모를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이 바로 그것이다.


처음 출발점들은 우리 주변의 가까운 상품이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살이 붙어 세계의 흐름을 한 눈에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홍익희식 글쓰기의 매력은 이런식으로 잘 안보이던 것으로부터 새로움을 얻게 해줌이다. 쉽게 읽히면서 유익하고 오래 남는 책, 앞으로도 많이 기대해본다.


참 간간히 담겨 있는 유대인 인물사도 재밌다. 특히 쉘의 창업자가 일본에 푼돈 들고 와서 조가비 주워 팔아서 대재벌이 되었다는 스토리도 인상적이다. 주유소에 붙어 있는 조개 상징도 사연을 잘 들여다 보면 이런 긴 이야기가 되는구나 감탄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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