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국 함정과 2만불 전략
이근 지음 / 이투신서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어느새 양극화라는 단어가 일상이 되어버렸다. 80:20 사회라는 말도 나오고
음지와 양지라는 구분도 확실해진다. 한쪽은 경기가 좋다고 하는데 다른 한쪽은 어렵다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우선 한국이 겪고 있는 현상을 정리해보면
IT대 비IT, 대기업대 중소기업, 수출과 제조, 구인난과 청년실업에서 양극화가 발생한다.
그 원인으로 이 책에서는 세계화, 중국화, 지식정보화를 열거한다.
세계화에 의해 영미식 주주중심의 자본주의 모델이 들어와 대기업에게 사회적 책임보다
주주에게 이익을 돌리도록 요구하면서 투자와 채용이 줄기에 결국 청년실업으로 이어진다.
제조 공장들이 싼 땅값과 임금 저규제를 찾아 중국으로 가면서 더욱 그 경향은 가속화된다.
가치가 점점 지식에 의존하면서 성실히 일하는 보통사람보다는 소수 천재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그럼 이런 흐름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지금의 정부는 정말 그들 말대로 잘 대처하고 있는 것일까?
저자들의 분석 중에 정부 역할의 재조정 요구와 함께 평준화 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대목이 돗보인다.
한쪽에서는 경쟁이 유도되는데 과거 산업사회의 일꾼 만들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획일적 교육의 강요는 대학교육과 현장의 니즈의 괴리를 가져오고
크게 보아도 국제화시대에 걸맞는 인력 양성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 문제점을 인지한 개별 학부모들이 자신들의 수입을 털어 해외로 내보내려는 현상에 비해
정부의 대응이 너무 안이하다는 것이다.
박정희 시대의 대학이 산업사회를 이끌어갈 인력 양성에 주목했다면 이제는 전세계를 놓고
한몫을 할만한 인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과연 한국의 현 교육체계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서울대의 지금 인력 모집 방식이 이어지면 미국의 공립대학의 운영방식으로 갈 것 같다.
판교가 로또라고 하는데 마찬가지로 서울대 또한 일정점수 이상을 받고 나머지는 운에 걸어 볼 수 있는
로또식의 입시제도다. 모두가 로또에 매달리면 어떻게 될까? 난이도 높은 문제에 도전하기 보다는
하나라도 틀리지 않도록 구멍메우기 밖에 안된다. 학력과 인재의 평준화가 진행되다 보니
모두가 한방향으로 가지 차별화된 인재는 나오기 어렵다.

반면 산업계에서는 천재 찾기에 여념이 없다. 미국에서 직장경험을 가진 S급 인재 스카웃에
삼성이 팔을 겉어 붙인 것을 보면 현 공교육과 산업계의 니즈에 분명 막대한 괴리가 존재한다.
최근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엄마가 기대가 많았다. 과학을 좋아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자주하는
아이의 장점을 이해하는지 물어보았는데 답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결국 모든 아이가 3-4학년 되면 
똑같아지니까 너무 아이 잘났다고 자랑하지 마라는 식이다.
장점을 키워주기 보다 모두 엇비슷하게 만드는 식이다. 이런 교육을 중고등학교까지 밀고나가고
대학에도 강요하는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

원인을 따져보면 우선 김대중,노무현 두 사람이 상고출신이라는 점이 하나가 될 것 같다.
과거 김대중 시절을 보면 대법원장 등 주요보직에서 상고출신이냐는 점이 주요 잣대가 된 경우도 있었다.
노무현의 최근 부산상고 챙기기도 적지 않게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분들의 입지전적인 노력에
나도 많은 경의를 보였고 지지해왔지만 노무현 1년차에 철회하게 되었다.
한편 이해찬,유시민 등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서울대를 나왔다고 하지만 두 사람 다 졸업에 10년
가까이 걸렸다. 요는 한참 머리를 숙성시킬 때 혁명가의 길에 들어서다 보니 무엇을 배우기 보다
젊어사 정립한 자기확신을 지나치게 과신하게 된다. 배움이 멈춘 이들의 드라이브는 사회 곳곳에
파장을 만들어낸다.

교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다는 점이 큰 문제라는 건 이정도 하고 더해서 보면
대기업의 역할에 대해서도 합의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다가 삼성이 8000억을 토해내도록 만들었는데 이것보다는 차라리 다른 면을 이야기하는게 맞다고 본다. 한가지는 채용이다.
과거 김우중은 운동권출신으로 회의가 들었던 사람들을 폭넓게 기업에 받아들였다. 그들의 열정을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두환 조차도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대기업의 책임을 강조했다.
반면 지금의 대기업은 이런 면에서 매우 부정적인 편이다. 그냥 이익만 강조할 따름이지 인력을 양성하고 재교육시킨다는 책임감은 잘 보이지 않는다.
또 부품업에 대한 삼성과 현대의 이익 쥐어짜기식 압박이 결국 이들 중소기업의 미래 성장력을 갉아먹게 만든다는 점에서 사회 전체 관점에서 보면 옳은 방향인지 따져볼 필요는 있다.

이런 여러가지 생각할 주제를 주는 책이기는 한데 내용이 논문 스타일이라 판매는 별로 이루어지지 못해서
아쉬움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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