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 들고 파리를 가다
린다 지음, 김태성 옮김 / 북로드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처음 집어들었을 때 중국의 문화혁명 세대가 만든 작품이라는 사실을 보고 내용도 별로라고 단정지었다. 하지만 이건 내가 너무 아집에 빠져서 내린 성급한 결정이었다.

저자들은 자신들의 삶에 주어진 큰 공백을 메우려고 꾸준히 노력했고 그 덕분에 프랑스 혁명 기간의 역사 그리고 여기에서 파생된 문화에 대해 꽤 깊은 인식을 하고 있었다. 짐이 국가라는 루이14세의 오만함이 사회의 자유를 억누르다 보니 후손들을 단두대와 감옥에서 죽음 맞게 했다는 이해도 좋다. 라파예트, 볼테르 등 여러 인물들의 삶에서 국면들을 추출하고 그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들을 탐방한다. 아주 작은 흔적 하나를 찾기 위해 오랜 발걸음을 하기도 한다. 덕분에 대중교통 없는 성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10K이상을 짐들고 걸어야 하는 수고도 나온다.

그 수고를 보상하는 것은 문자를 통해 만들어낸 자신의 상상을 그 문자를 처음 만들어낸 동기와 환경이 된 실체와 비교해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중세 성의 지하감옥을 들어가 본다. 가운데 빠지면 다시는 올라올 수 없는 구멍이 있고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공간을 보면 이 속에서 갖힌 죄수들은 단지 자유만 빼앗긴 것이 아니라 항상 목숨의 위협을 받았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베르사이유 궁전 뒤 정원의 넓이를 보면 서 루이14세가 몰락하게 만든 지방귀족들이 이곳에 머물려 왕에게 은총을 구하는 모습도 떠오른다. 혁명의 이상은 어디로 가고 피의 냄새만 풍기게 되는 단두대가 놓인 곳은 어떨까? 로베스피에르의 이상은 훌륭했다. 민중까지 모두 포함한 이상사회를 만들겠다는 그의 의지는 고결했다. 하지만 자기 보다 덜 이상적인 사람들에게 가혹해서 그들을 냉정히 단두대로 보냈다. 그 결과 쉬지 않고 죽이는 혁명에 지친 사람들은 모여서 로베스피에르의 목을 걸어버렸다. 그 공간을 거닐며 역사속의 인물과 당시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어떤 즐거움을 줄까?

부부의 발걸음 하나 하나를 따라다니는 것은 큰 즐거움이었다. 역사에 대한 이해도 깊었고 특히 프랑스 혁명 기간에 한정되었지만 다양한 일화를 통해 사물을 다르게 보게 해주었다.
아름다운 자신만의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읽다보니 아쉽지만 오역도 눈에 띈다. 뉴욕의 유명한 코스모폴리탄 미술관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메트로폴리탄의 오역 아닐까? 그런 점들이 간혹 나올 때 아쉬움을 느낀다. 고유명사들은 검색을 한번 더 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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