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익의 전력투구
조환익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전은 지난 3년여간 공기업 중에 가장 급속히 개선된 회사다.

그 중심에는 조환익 사장이라는 탁월한 CEO가 있다. 관료 출신으로 가는 공기업 마다 혁혁한 개선을 이루었다.


조사장이 임명되기 전 2012년 말까지 한전은 만신창이었다. 전력가격 동결로 10조가 넘는 적자를 감수하면서 전력대란이 일어나는 등 조직이 어려웠다.

처음 임명 권고를 받았을 때 임기말 인사라 고민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맡고서는 오랜 관료생활에 터득한 노하우를 총동원해서 개선의 기회를 잡는다.

먼저 산자부의 담당자를 몽땅 불러 폭탄주를 돌린다. 예전의 후배들이지만 지금은 명줄을 잡고 있는 갑이다. 제대로 번지수를 잡은 셈이고 이들의 도움으로 전력가격 올리기를 성공시킨다. 

한전을 들어가려면 3대가 공덕을 쌓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책에 있다. 신의 직장인 만큼 혜택도 많은 반면 지독히 관료적이다. 하기야 원래 전기세였고 공무원들이었으니 말이다.

이런 사람들을 움직이려면 3대 이상의 공덕이 필요하다.

그래서 첫 메시지를 여러분을 <사랑>하러 왔다고 잡았다. 개혁이나 실험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한다고 하니 일단 마음이 흔들린다.

그 다음에는 사장의 힘을 보여준다. 바로 전력가 인상이라는 정부와의 과제를 해결함으로서.

그리고 단계적으로 조직을 변화시킨다. 

조사장이 고수라는 인식은 그가 좋은말을 한꺼번에 쏟아내지 않았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좋은 말은 어려서부터 많이 듣는다. 이걸 한번에 바꾼답시고 다 쏟아내면 상대가 주저 앉아 버린다. 그래서 하나씩 급한 것부터 내놓고 이러우지면 그 다음 다음을 내놓게 된다.

그런 점에서 커뮤니케이션과 인간관리, 리더십의 고수라 할 수 있다.


한전은 결국 엄청난 이익을 내면서 주가도 최고로 올라간다. 2016년 현재 6만원대에 올랐다고 친절히 책에서 언급한다.

여기까지만 해도 뛰어난 경영자라는 미션은 잘 달성된 셈이다.


그런데 이것말고도 한전의 미래를 위해 할일이 많은가 보다. 

한국의 전력은 상당한 강점이 있다고 한다. 송전효율은 전세계에서 최고에 달한다고 한다. 외국에서 이런 걸 부러워한다. 하긴 일본과도 비교해보면 전기값도 한국이 반값이다. 그리고 관료화는 지난 동일본대지진에 일본전력회사들이 보여준 참담한 모습 보다는 낫다.

그리고 한국은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진다. 전기차는 제주도에서, 전라남도와 제주도 섬에서는 마이크로 그리드, ESS라는 전력저장장치 등.

외국에는 MB정부의 치적이라고 하는 UAE 원전수출이 있다.


여기까지 할일이 많은 건 좋은데 책에 대해 아쉬운 점도 있다. 


자기비판이 적다. 


기본적으로 한전은 봉이김선달의 물장사 같은 컨섭이다. 틀어 놓으면 계속 돈이 들어온다. 그러니 당연히 조직은 느슨한 공동체일 수 밖에 없다. 이런 물장사 옆에 나도 하나 빼먹겠다는 관료들의 숟가락 놓기가 결합되니 웃기는 해프닝들이 발생하는 셈이다.

앞으로는 어떨까? 

그 고민을 좀 치열하게 서술했으면 좋았을 텐데 여기서부터는 대필한 홍보책자 티가 팍팍 난다. 

경영 솜씨만큼이나 좀 더 치열하게 서술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우선 밀양 송전탑 공사도 열심히 내려가서 소통을 시도했다는 건 좋게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갈등이 있었다. 최근에 발생하고 있는 당진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선 불허도 유사한 사건이다. 삼성동의 전력장치 이전이 강남구청장 신연희의 거부로 오래 발목잡힌 사건도 발생한다.


한가지 더 아쉬움으로 거론하자면 한전이 아마 대표적인 가족간의 고용승계가 이루어지는 회사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이러다 보니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 건 아닐까?


멈추지 않은 개혁을 위해서는 이런 문제들도 나아지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