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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제주도편 ㅣ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2년 9월
평점 :
제주도는 참 신비한 섬이다. 만나는 곳곳마다 새롭고 아름답다.
그래서 더욱 최고의 답사여행가 유홍준 교수의 눈에 제주는 어떻게 비추어졌을까 궁금했다.
유교수와 제주는 여러가지 인연이 있었다.
특히 추사 김정희 기념관의 건립에 문화재청장으로서 직접 기여를 했다.
재직시에 또 하나의 큰 사업이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였다.
책에서는 여기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서술되어 있다.
문화유산의 경우 다양한 지질 요소를 가진 덕분에 천연 박물관으로 대우받게 된 경위가 잘 서술된다.
유네스코 전문가들은 동굴에 특히 감탄을 보였다고 한다.
김정희 이야기도 꽤 길다.
유교수는 직접 저술한 김정희평전 저작을 가지고 있는 내노라하는 전문가다.
답사는 김정희 개인의 인생 이야기와 그가 제주에서 시련을 넘어 변모해가는 과정을 잘 서술해준다.
처음 유배오고 풍경이 낯설고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아 고생했다. 특히 대정은 지금도 바람이 쎄기로 유명한 곳이다. 가까운 곳에 모슬포라는 방어로 유명한 항구가 있다. 별명이 못살포라고 한다. 바람 덕분에..
그런 추사가 부인도 죽어 버리고 지인들은 등을 돌리면서 점점 외로움에 빠졌지만 결국 어느 순간에 깨달음을 얻었다. 주변을 넉넉한 마음으로 보아 자신의 집을 귤중옥이라 짓고 향리의 문사들이 모인 곳에 <의문당>이라는 현판을 써준다. 의녀로 유명한 김만덕의 이야기를 듣고 <은광연세>라는 글을 남긴다.
제주의 여러가지 면모들이 하나 하나 추사의 마음 안으로 들어오는 셈이다.
이런 진보 덕분에 추사의 글씨는 날로 진화한다.
유교수는 박규수의 긴 평가를 인용하여 이 과정을 이해시켜준다.
유네스코와 추사 두 주제를 빼고도 유교수의 발걸음은 자유롭게 제주의 여러 곳을 오간다.
일행을 끌고 오름에 올라 감탄을 자아내기도 하고 곶자왈이나 사려니 같은 제주의 특별한 숲들을 소개한다. 곶자왈과 삼다수(우리가 잘 먹는 생수)가 어떻게 서로 연계가 되어 있는지도 이해시킨다. 이거 제주와서는 갑자기 여행기가 자연과학 공부하는 시간이 되어 버렸다. 아마도 유교수의 폭넓은 교유를 통해 만들어진 다양한 지식갈래등의 융합 덕분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해녀 마을 세화리에도 이른다.
1932년 대공황 이후 일제가 만주사변을 일으키며 강압통치로 가는 험악한 시점에 일어난 해녀들의 봉기는 초대형사건이었다. 배후에 공산주의 세포들이 있었다 해서 한국사 교육에서는 제한된 자리밖에 차지 못했지만 매우 휼륭한 항일투쟁이었다.
그 자리에 만들어진 해녀박물관은 그 지난한 투쟁을 포함해 해녀들의 고단한 삶을 잘 담아내고 있다. 유교수는 매우 꼼꼼히 세부적으로 박물관의 콘텐츠를 정리해 해설해준다.
나도 최근에 제주의 해녀박물관을 보았지만 휙 둘러보고 만 덕분인지 해설을 보고 기억을 새록새록 되짚어 보게 되었다.
그동안 제주에 대해 여러 책을 보았지만 유교수의 답사기는 탁월하다고 평가하겠다.
제주 여행은 겉만 보기에는 너무 아쉽다. 오랜 시간 흘러온 연혁을 살피면서 삶의 맥락을 이해하며 우리의 앎의 지평을 넓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