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평전 - 파도를 헤쳐온 삶과 사업 이야기
공병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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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급선원에서 선장,원양업사장,그룹의회장,무역협회장.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이 쉬지 않고 달려온 삶이다.

우수한 성적에도 명문대를 선택하지 않고 수산대(지금 부경대)로 진학해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개척했다. 원양어업이라고 해도 그가 탄 배는 100톤 남짓, 심지어 한때 그가 지휘하던 배는 조업 중 침몰해버렸다.


소위 먹물이 험지에 갔을 때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는 환경의 변화를 모두 기회로 삼아나간다.

자세를 겸손하게 낮추어 험한 선원들의 마음을 잡고, 그럼에도 어로에 지식을 적용해서 효과적인 방법을 귀신같이 찾아냈다. 

단 1년만에 유급 정식 항해사가 되고, 만선을 가져오는 캡틴으로 명성을 떨치게 된 건 그냥 된 일이 아니다. 쉬지 않고 관찰하고 생각하고 기록하였고 실험하였다.

해외 나가서 놀고 먹으라고 준 용돈을 그는 도박 등에 쓰지 않고 중고서점에서 어로에 대한 책을 잔뜩 샀다. 지식과 경험,태도가 결합된 김재철로서는 선진문물이라고 배우더라도 여기에 멈추지 않았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마치 선장이 된 듯하고 배를 타고 나가 어업을 한다는 일에도 무척 고려할 점이 많구나 하는 소감이 든다. 공병호 박사의 노작이다. 가벼이 이름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세세히 연대를 확인해서 당대의 현황을 복원해내고 그 시점에 놓인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해낸다.

산업에서도 특히 어업에 있어서는 매우 치밀하게 조업의 방법,도구,시장과 산업구조 등을 정리해준다.

한국 원양어업의 성공에는 일본의 변화가 컸다.

일본에 불었던 원양어업 바람이 내려가면서 가지고 있던 중고배를 싸게 내놓고 참치를 잡아오면 고가로 사준 덕분이었다. 

초기 개척자들이 성공하자 많은 사람들이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그 중에서도 김회장이 성공한 것은 본인의 성실성 덕분이 컸다. 유능한 사람은 많아도 믿을 사람은 적다. 거래선으로 그를 관찰한 일본 파트너는 탄복하고 후원자가 된다. 그리고 이들의 도움에 의해 창업에 성공한다.

사실 재능만 가지고 밑천 없이 성공하려면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데 이를 외부의 후원을 통해 넘어갈 수 있었다.

성공하려면 먼저 내 바닥을 단단히 해서 그 안에 신용이라는 물이 잘 고이도록 만들어야 한다.


사업이란 결코 단선적으로 상승하지 않는다.

좀 커지면 오만이 슬며시 들어오고, 외부 환경도 유가파동,IMF 등 출렁거리기 마련이다. 그런 난관이 있다 보니 김회장은 선원증을 간수했다고 한다. 최후의 수단으로 길에 나가더라도 배를 타서 가족을 부양한다는 자세였다.

그리고 어업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닥친 어려움도 본인이 직접 나서 배를 타면서 해결책을 찾았다. 

참치는 양식이 안되고 가격도 높게 쳐주는 고급어종이다. 무척 영악하다 보니 쉽게 잡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다양한 방법이 고안된다. 헬기가 동원되고, 부유물을 던져서 먹이로 유인하고, 보트를 이용해 그물을 크게 하는 등. 공박사의 세세한 묘사 덕분에 어업의 현장 속에 들어간 듯 하다.

배의 톤수가 커지고 새로운 형태의 규칙들이 들어오면 사업이 출렁거린다. 하지만 김회장은 늘 마도로스의 기본을 놓치않고 위기에 항상 해결책은 내 놓았다.


어업으로 오너가 된 것은 그렇다지만, 가공업으로 확장하고 또 다각화를 통해 금융에서 큰 일을 이룬 변신 또한 대단하다. 과거의 동원증권은 국민은행장 김정태와 미래에셋 박현주를 배출해서 금융계의 큰 족적을 남겼다. 

기업이 사라지는 가장 큰 이유는 오너가 현장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서다. 배는 바다를 떠나면 선장 마음대로인데 이를 통제 못하면 힘들어진다. 항상 우리 오너는 배 타러 올 수 있다는 긴장감과 같은 선장으로 출발했다는 동료의식 등으로 묶어낸 덕분에 동원을 다를 수 있었다.

명문대를 버리고 수산대로 뛰어 내려간 처음의 모험이 결코 허투루 쓰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먹물이 없던 공간에서 지력으로 새로운 세계를 개척해내었다.


거인의 삶을 이야기로 뽑아내는데 공병호 박사의 솜씨와 노력이 대단헀다는 걸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한국이 어렵다고들 한다. 안만 본다면 어렵지만 눈을 세계로 돌리면 새로운 기회는 아직 열려 있다. 지도를 거꾸로 놓고 바다를 내 집으로 삼아 세계를 누린 인물 김재철의 삶은 그런 점에서 많은 영감을 준다.

삶의 국면 하나 곳곳에서 성공의 원리를 찾고 체득해낸 김재철의 삶과 이를 잘 포착해서 쉽게 읽히면서도 배울 것 많은 경영 교과서로 만들어낸 공박사의 노력 모두 값나가게 여겨진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로 정리하면 역사책을 읽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읽고 소화해서 당신 스스로의 역사를 잘 만드는 것이 정말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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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2016-04-13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작가 공병호입니다.
많은 후기와 기사를 읽었지만
작가의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페북에 ˝감동적인 후기˝라는 이름을 올렸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2016-04-13 1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영혼을위한삼계탕 2016-06-18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병호 작가님도
동원그룹도 모르지만
후기만으로도 좋습니다

사마천 2016-06-18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워낙 두꺼운데 참 재밌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