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14 - 그리스도의 승리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4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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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인물이 바뀌었다. 황제나 영웅이 아니라 그리스도교의 주교다.
제목인 그리스도의 승리의 결과가 상징하는 바를 잘 표현 한 것이다.
저자의 논조는 시종 그리스도교의 승리로 인해 다종교를 표방하던 로마의 정책이 무너졌고
덕분에 제국의 관용이 사라져 붕괴로 치닫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황제의 억제 정책으로
그리스 로마의 신전이 무너졌고 더불어 그 시대의 미술품들도 파괴되는 문화적 쇠퇴 또한 있었다고 한다.

그럼 이 시대에는 왜 종교의 변화가 있었을까 물어보자. 사람을 종교로 몰아가는 이유는 우선 현세에 있다.
국가가 제공하는 가치, 규범이 사람들에게 충분한 만족을 둔다면 내세로 달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책 앞 부분에 나오는 로마의 전통귀족이 할 수 있는 일이란 현세에서 물러나 조용히 삶을 관조하다가 종교에 귀의하는 것 밖에 없었다. 과거 국가가 위기에 빠질 때 몸소 일어나 시민을 끌고 전장터로 나가거나 아니면 원로원에서 열변을 토해 국가의 방향을 잡는 일도 이제는 먼 과거다. 정치는 황제의 전제주의가 독점하고 전쟁은 변방에서 넘어온 이민족 장수들이 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이들의 몰락은 한편으로 함께 했던 시민계급의 붕괴에 의한 것이다. 그들은 이제 빵을 받고 검투사의 목숨을 건 싸움에 열광하는 우중으로 전락해버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귀족은 유리되고 시민은 천민이 되고 군대는 이민족화된 사회가 계속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그나마 종교라는게 당대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결단이었다. 그 종교가 노예의 종교라는 비판은 맞다. 그건 먼 후대 니체도 지적했다. 그럼 이 대목에서 다시 물어야 할 것이 왜 그렇게 노예와 함께 하는 종교에 사람들이 몰두했냐는 것이다. 이건 일신교와 다신교라는 논점과도 맥이 이어지는데 일신교의 강점 중 하나는 사람이 평등하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반면 다신교의 경우 왕,귀족,평민,노예가 모두 각기 다른 곳에 자리를 차지한다. 이는 현대에 와서도 힌두의 인도와 이슬람의 파키스탄 두 나라에서 비교가 된다.
로마의 경우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풀어갈 힘은 없었고 덕분에 히브리적 요소인 일신교의 세력에 체질이 바뀌어버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쨌든 마음에 들지 않아도 시대는 그렇게 흘러가버린다. 배교자 율리아누스의 짧게 끝나버린 치세가 매우 안타까웠기에 꽤 길게 서술해보았지만 큰 흐름은 어쩔 수 없다.
시오노 나나미의 14권에서 아쉬운 점은 작가가 잘못된 길로 간다고 한탄하는게 아니라 좀 더 왜 그렇게 갈 수 밖에 없었는지 파고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경제적인 변화가 거의 다루어지지 못하고 정치영역에만 서술이 머물러서 아쉽다.

참고로 하나 더 하자면 미야자키 이치사다가 서술한 중국중세에 대한 책을 읽어보면 로마 후기와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민족의 유입, 귀족의 사회로부터의 유리, 평민층의 붕괴 등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 귀결인 안록산의 난이 당나라의 붕괴를 만들어낸 것처럼 로마의 경우도 이제 이민족 장수들의 권력쟁탈전만 남겨놓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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