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도시 이야기 - 하 - 베네치아공화국 1천년의 메시지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시오노 나나미 지음, 정도영 옮김 / 한길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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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는 작은 도시에서 일어나 여러 바다를 누비며 많은 교역을 수행하는 대국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전성기에는 터키와 같은 강대국과 무력 대결을 벌였고 많은 품목에서 유럽의 소비 시장을 장악했으며
교황 및 프랑스 등의 대국들과 대등한 관계에서 정치 게임을 수행했다.
이탈리아에는 이런 도시들이 여렀있다. 메디치가의 피렌체, 제노바 등 여러 나라들이 교황이 존재한 로마에 못지 않게 자신들의 재주를 한 껏 발휘했다. 이들간의 공통점도 많이 존재하지만 서로 차이도 뚜렷했는데
결국 경쟁에서 나오는 장점 보다 서로간의 소모전으로 하나로 뭉쳐 국민국가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만약 이들이 힘을 합쳤다면 세계사에서 보다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은 분명하다. 스페인, 포르투칼이 변방이었고 네덜란드가 작은 소국일 때 이들 이탈리아의 도시들은 소위 문화를 누렸다.
책도 없고 더불어 교육도 없으며 음식도 손으로 집어 먹으며 종교가 만들어낸 답답한 세상에 살던 다른 지역 사람들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대조되는 생활을 한것이다. 당시 메디치가의 딸이 프랑스왕가와 결혼 한 것 또한 넓게 보면 문화수출의 일환이었다.

그럼 이들은 어떻게 해서 작은 도시를 벗어나 세계를 누빌 수 있었을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이들의 성장에 기반이 된 것이 상업이었다는 점이다. 교역을 하려면 먼저 상대방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같이 이익이 되는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나만 남고 상대가 손해라면 그 관계는 오래가기 어렵다. 그래서 종교가 달라도 문화가 달라도 항상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다음으로 시대의 흐름을 빨리 잡아야 한다. 소비자의 기호도 변하고 물건의 값도 변한다. 교역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정치적 상황도 변한다. 따라서 정보망을 구축해야 하는데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상대방과 협상하는 솜씨도 필요하다. 현대의 외교에 해당하는 상관과 대사제도를 일찍 시도하고 발전시킨 것들도 이들이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쓰기 한참전에 이미 뛰어난 보고서로 이름을 날린 것도 같은 맥이다.

다음으로는 신용을 만들어야 한다. 만약 신용이 없다면 우리는 화폐 대신에 많은 물자를 일일이 들고 다녀야 할 것이다. 이 신용은 화폐의 질에 담기는데 국가의 권위와 밀접히 관련이 있다. 로마가 꾸준히 화폐의 금 함유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신용을 잃었던 것에 비해 베네치아의 화폐 가치는 잘 유지되었다고 한다. 화폐에서 한걸음 나아가 사회 전체적으로 안전보장 체계인 보험 및 연금 등을 구축하고 유지한 것도 중요하다.

이 모든 과정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다단계 집단지도체제를 만들었는데 시오노 나나미가 주장하는  것처럼 민주정이라고 고집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한다. 그럼 이 체제가 더 이상 뻗어나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외부적 요인은 터키의 강성과 대립과 함께 포르투칼 등에 의해 대항해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를 내부적으로 본다면 이미 숙성된 경제체제의 구조에서 스스로 더 이상 변신하기 어려웠던 점을 들어야 한다. 대항해시대가 가난한 농부들을 뱃사람으로 바꾸어 일확천금이라는 비전을 심어주어 사회의 활력으로 만든데 비해서 갤리선에서 노저으며 잔잔한 대서양을 왕복하는 것은 안정성은 높지만 성장성은 약하다.
도시국가 체제를 유지하다보니 영토국가 취했던 국민의 양성이라는 시책을 못해서 수에 의한 싸움에서 밀리게 된다. 그럼에도 다층으로 이루어진 구조를 바꾸지는 못했고 다수인의 합의에 의한 시스템을 유지해 강력한 리더십을 만들지도 못했다. 물론 여기서는 선택의 문제가 있다. 프랑스, 영국 등에서 일인 지배가 확립되기 까지 수많은 전쟁을 통해 귀족층을 몰락시키게 되는데 이 과정이 아름답기 보다는 피와 살이 튀는 비참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과거 자신들이 누린 영토를 지중해시대가 종장을 향해 달려갈 때도 유지하려고 터키와 무려 25년간 전쟁하는 것 또한 영광의 그늘이다. 나라의 모든 수입을 털어넣어 수행한 전쟁은 결과적으로 명예는 얻었지만 지위는 낮출 수 밖에 없게 되는 소모전이었다. 그 힘을 모아 동인도 회사와 같은 새로운 세계제국의 모델로 나아갈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상업자본에서 산업자본으로 변신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자체 소요로 만들게 된 조선업을 비롯해 지식산업의 일환인 인쇄업은 종교에서 자유로운 풍토에 의해 한층 발전했다. 참고로 유리공업은 지금도 꽤 유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잘 만들어진 역사책은 오래 오래 교훈을 주게 된다. 사건 하나 마다 교훈이 남고 희생에 의해 얻어진 교훈이기에 더욱 값지게 유지시키려고 금언을 만든다. 시오노 나나미는 그런 귀한 금언들을 무수히 남기고 더해서 문학적 색채를 가해서 아름다운 문장을 만든다. 그 안에 담긴 자부심 많은 바다의 도시 사람들 이야기는 생생히 살아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동원그룹 회장께서는 지도를 뒤집어 바다를 위에 놓고 함께 나간다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한다. 바다, 위험한 파도에 의해 배가 흔들리지만 넘을 수 있다면 새로운 가능성이 보이는 그런 공간 아닐까? 그 공간을 자신의 집으로 삼아 작은 배에 몸을 실고 누비고 다닌 옛사람들의 삶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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