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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아이들 2 - 시험 보는 날 - [할인행사]
골람레자 라메자니 감독, 가잘리 파스파 외 출연 / 덕슨미디어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전작은 운동화 하나를 동생과 함께 사용하기 위해 달려야 하는 소년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삶에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이번 편은 아이 보기라는 가족에 대한 의무와
진학을 위한 시험이라는 개인의 성취라는 두 가지를 놓고 고민하고 갈등하는 소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은 초등 6학년생 여자아이로 성적은 전교 1등이다. 하지만 이번의 평가 시험에서 상위권에 들지 못하면 진학을 위한 장학금이 나오지 않는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 자기 돈으로 올라가기는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그녀가 시험을 보러가는 순간 막내 동생인 어린 아이를 어딘가에 맡겨야만 한다.
그게 그렇게 쉽지 않은데...
이렇게 하루 중에서도 짧은 시간 동안 집과 학교를 왕복하며 벌어지는 일들이지만 그 안에
작가가 담은 것은 사회의 편견에 맞서서 자아를 키워나가는 소녀의 의지였다.
갖은 어려움을 다 겪고 자신의 자리에 앉은 주인공은 자신 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있으면서 희망을 잃지 않았던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의지를 한층 강화해간다.
이란이라는 전통 사회는 혁명을 거치면서 더욱 보수화되었는데 이는 미국의 조종에 의한
팔레비 정권을 붕괴시키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종교가 담당했기 때문이다.
혁명은 사고를 단순화시키는데 대중에게 가치를 배분하는 장점도 있지만 여성 문제에 있어서
보수적인 점은 사우디와 엇비슷한 수준이라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사회 체제의 운영도 혁명위원회가 전권을 가지고 끊임없이 개혁과 개방에 개입하는 바람에
아래로부터의 진보에 대한 욕구의 싹이 잘리고 만다.
영화의 주인공인 어린 소녀에게 가해지는 편견 또한 만만치 않게 무섭다.
여자는 집에서 일을 돕다가 시집이나 가고 공부는 남자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나
가정에 대한 의무를 기본으로 하지 않으면 자신을 위한 시간을 낼 수 없는 어려운 조건 등은
사회 전체에서 눌려 있는 여성에 대한 상징적 모습이다.
스토리의 주인공들은 낯선 곳에 있지만 찬찬히 돌아보면 6,70년 대 한국의 딸들도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멀리 독일에 간호사로 파견되고 서울에 보내져 싼 노동력을 제공하던 그녀들의 모습이야 말로
배우고자 하는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고 가족에 의무를 다하려다 지쳐가는 주인공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참고로 조정래의 한강에는 파독 간호사들의 여러 모습들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아이들과 함께 보면서 같이 웃었다. 서로 웃는 이유나 느끼는 바는 달랐겠지만
웃음 이후에도 여운이 짙게 남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