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의 인문학 - 제자백가 12인의 지략으로 맞서다
신동준 지음 / 이담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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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난세인가?

저성장과 헬조선에 핵위협이니 난세인가보다.

이 시점에서 인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저자는 인문학의 여러 요소를 모아 끈질기게 답을 추구한다.

제자백가의 각 학파를 섭렵하여 하나 하나 역사의 논단에 세운 다음 배울건 배우고 버릴 건 버린다.

처음에 관자가 나온다. 상인 출신으로 재상이 되어서 물욕도 강했지만 부국강병으로 제나라를 패자의 길로 이끌었다.

이어 유학으로 가면, 공자의 시대에 벌어진 하극상을 보여주다가 제자로서 맹자의 혁명론적 주장을 대비시켜준다. 그런데 정말 주맥으로 타고가는 건 순자다. 순자는 한비자와 이사의 스승으로 결국 전국시대가 진나라에 의해 통일되는 방도를 열었다고 할 수 있다.


학문적 텍스트는 시대에 묶여있지만 좋은 텍스트는 시대를 넘어서도 작용을 한다.

저자는 고대 중국의 논쟁이 일본으로 건너와 막부 시기와 메이지유신에서 재해석되고 활용됨을 보여준다. 

메이지유신의 영웅 료마가 했다는 말이 흥미롭다.

"초한전 당시 항우는 문자라고는 이름을 쓰는 것만으로 족하다고 했다. 료마에게 영웅의 자질이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책과 같은 것은 학자에게 읽혀 때때로 그의 말을 듣고 옳다고 여겨지면 이를 용감하게 실행하는 것이 바로 영웅이 하는 것이다. 어설프게 학문을 닦으면 영웅은 이내 시들어버리고 만다."

상당히 흥미로운 언급이다.

텍스트만 몰두하고 텍스트만 내놓을 줄 아는 사람들은 여기서 머물게 된다.

반면 영웅에게 필요한 건 결단과 행동이다.


저자는 전쟁의 영웅의 덕목으로 결단을 거론한다. 그리고 승리에 대한 의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공자왈에 머물던 조선의 성리학자들, 최근에도 많이 보이는 현학적 학자들에게 비판을 서슴치 않는다.


반면 이와 대조적으로 일본의 마루야마를 위시해 중국과 서양 텍스트를 재해석해서 자기화를 하고 이를 기반으로 독특한 자신의 정체를 만들어내서 역사에 위업을 남긴 이들에 대해 깊은 존중을 한다. 

과거의 일본만큼이나 최근의 중국의 꿋꿋한 자기 갈길에 대해서도 치켜세운다.

일당독제의 부정적 요소도 크지만 분열에서 나오는 과도한 소모에 대해 강력히 거부하는 중국적 정체가 과연 어디까지 갈 것인지는 지켜볼 요소다.


여기서 인문학이란 무엇인지를 다시 묻게 된다.

인문학이란 문사철로만 구성된 것은 아니다. 역사인 사는 정치학과 밀접해서 서양에서는 정치학과 같이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정치와 경제도 분리된 것이 아니다. 원래 경제학은 왕의 금고 책임자인 프랑스의 상인들이 출발시킨 정치경제학과 아담 스미스라는 가정교사가 만든 학문이다. 여기서 정치의 논리른 빠져나갔지만 현대에 와서는 다시 정치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묻게 된다


"고금동서의 역사가 보여주듯이 국가와 시장은 명확히 분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국가가 개입하는 정도와 수준을 조절하는 게 중요하지 과거의 레세 페르처럼 양자를 엄격히 구분하려 드는 것은 시장을 독과점 업체의 폭리 행위에 내맡기는 것과 같다. "


저자의 이 언급은 미국이나 한국 등 자본주의 경제가 신자유주의에 의해 위기를 맞고 있는 현실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다. 탐욕은 성장에 필수지만 방치하면 스스로 체제를 무너뜨린다는 역사의 교훈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저자의 이 책은 꽤 흥미루웠고 놀라움을 주었다. 

특히 크로스 텍스트의 진면을 잘 보여주었다.

고전 강의를 들어 보면 한권에 몰입해서 책만 이야기하다가 끝나 실망을 주는 경우가 많다. 반면 이 책은 책과 책을 비교하고 거기에 우리의 현재를 중심으로 해석해내려고 시도한다. 아주 매력적이고 감탄할만하다. 

앞으로 잘 이어지기를 더욱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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