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2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읽고 나서 생각을 정리해보니 몇가지로 모아진다.

우선 의사라도 사람의 생명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알기 어렵다고 하는 격언이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여러 사례를 보면
실제 사람의 몸 속을 들여다보아야 하는 의사의 입장에서 그 말이 딱 맡는 것 같이 보인다.
이제 해볼 방법이 없어 뇌사처리하려던 환자에 대해 마지막으로 별 뚜렷한 희망은 없지만 조치를 해본다고
뇌를 좀 들어냈는데 결국 살아나서 전문의가 되었다고 한다.
반면 어떤 환자는 심장 수술을 해놓은 곳이 인체의 다른 부분과 얽혔는데 이를 모르고 그냥 시작한 수술의 결과로 10분만에 사망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못하는 다운증후군 환자 아이의 몸짓을 그냥 바보아이의 그런 행동이겠구나 하고 넘겼지만 나중에 보니 그 속에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큰 종양이 있었다고 한다.

의술은 사람을 살리겠다는 선한 목적에 따라 여러가지 과학적 체계를 수립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생명을 다루는 학문은 자연을 다루는 물리와 화학과는 다를 수 밖에 없다. 특히 사람의 경우 실험이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보니 다양한 결과에 대해 체계화된 이론을 내놓기가 무척 어렵다. 그렇게 인간의 의지 바깥에 놓여 있는 부문은 그냥 초자연 혹은 신의 영역으로 남아 있을 수 밖에 없다. 많은 지식을 쌓을수록 겸손해할 수 밖에 없는 게 인간의 숙명인 것 같다.
집요하게 후배들을 족쳐내는 선배 의사의 모습이 잔혹하게 그려지지만 이것도 알고보면 의사로 한명이라도 더 살려내려고 하면 항상 자신의 무지를 자각하고 자신을 단련할 수 밖에 없다는 깨달음의 결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의술의 한계를 보면서도 또 한편 내가 이 정도로 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해야 하는 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하는 사례가 많이 거론된다.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다 찾아간 병원에서 녹내장 말기라고 진단받은 8세 소년은 결국 시력을 잃게 된다. 장님이 된 그의 마음 고통은 수개월간의 서러운 울음으로 이어졌지만 결국 운명을 받아들이고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의 출신을 보면 어머니가 결코 원하지 않았던 인민군대에 의한 결과물이었다. 이 대목에서 레이 찰스의 삶이 생각나기도 했지만 꼭 수많은 아름다운 재즈곡을 선물하지 못했고 단지 맹인 안마사로 살았다고 해도 그는 충분히 자신의 한계를 극복한 아름다운 삶을 누린 것이다. 어머니의 시신에 큰절을 올리고 주변에 보여주는 겸손한 태도는 그런 깨달음의 소산일 것 같다.

그의 모습에 비해서 정상인으로 멀쩡하게 많은 교육을 받을 기회를 가졌지만 너무나 나약하게 사는 모습이 더 많지 않은가? 읽는 독자를 숙연하게 만드는 잔잔한 사연들은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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