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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 ㅣ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삶과 죽음의 경계를 걷는 사람들에게 마지막 희망이 되어주는 존재가 의사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내가 여기서 무너지면 환자는 바로 그 경계를 넘어간다는 믿음으로 자신을 추스리며 10여시간 이상을 메달리기도 했고 밥먹을 시간 없이 지내나가 복도의 차가운 돌과 키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앞으로 고꾸라지는 모습)
의사로서 사람 살리는데 있어 한점 부끄러움 없었냐고 물으면 절대 그렇지 못하다고 한다. 때로는 자신의 결단력 부재에 때로는 제도의 부실함에 주저 주저 하다가 떠나보낸 생명을 보면서 후회를 깊게 한다. 그 보답은 다른 의사라면 놓쳐버릴 삶을 자신의 힘에 의해 살려낸 숫자가 훨씬 더 많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그런 소망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쉽게 죽음으로 가는 길을 막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죽은 자식의 뒤를 따르려는 어머니의 모습이 불안해보여 연락을 취해보라고 주변에 지시했지만 행정적이고 타성적인 반응만 나온다. 결국 죽음을 막지 못한 자신에 대한 책망은 주변 의료시스템과 사회안전망에 대한 분노로으로 이어지게 된다.
가만 놔두면 악화될 환자에게 예방적 투약을 어렵게 만드는 보건시스템이라던가 농촌의 가난한 농부들에게 농약 권하는 사회, 20세 아름다운 젊은 여성을 자살로 내모는 성폭행범 등 분노는 여기 저기 우리 주변을 오간다. 아 사회에 이렇게 그늘진 모습이 많구나 그리고 그 그늘이 무한히 짙어지는 곳에 바로 이런 시골의사 같은 사람이 서 있게 되는구나 하는 느낌이다.
저자의 모습이 아름답긴만 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이유로 수혈을 회피한 후배 여자 의사의 뺨을 후려쳐야 하는 사건도 있고 사람 목숨이 경각을 오가는 상황에서 위아래 선후배 사이에 잡힌 군기는 때로 발길질도 오가게 된다. 환자의 가슴을 절개할 때 피가 솟구쳐 옷을 모두 버리게 만들기도 하는 모습 정도는 약과다.
그럼에도 시골로 내려가 고향분들과 함께 자신의 길을 가는 모습을 보면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표현이 적절하구나 느끼게 만든다.
참고로 저자는 주식시장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고수다. 증권방송에 주기적으로 나와 자신의 견해를 분명하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가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의사가 무슨 여유가 많아 증권도 하나 병원이나 잘하지라는 생각을 품은 적이 있다. 실제 그의 병원에 몸이 아픈 환자가 아니라 주식 환자가 더 많이 찾아온 적도 있다고 들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보니 남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만큼 자신의 삶에 대한 애정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주어진 촌음을 아껴가며 자신의 존재로 자신과 남을 모두 행복하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시골의사의 모습을 보며 많은 자극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