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알바생 세대의 비애 그려내기

알바생 자르기 Fired ㅣ K-픽션 13
장강명 지음, 테레사 김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10월

제목이 섬뜻하다.

자른다니.. 그것도 사람을.

배경은 조그마한 외국계 대리점, 인원은 몇 십명인 사무실이다. 여기서 삐딱한 알바생 하나 내보내는 일이 발생한다.

시선은 기업주,직원 그리고 알바생을 오가며 묘사된다.

통상 기업은 악으로 묘사될 수 있다. 소위 자본의 논리로 일을 시키다가 사람을 확 버린다고 묘사된다. 그렇게 되면 노동소설로 끝날 수 있겠다. 하지만 장강명은 다른 각도로 더 깊게 사람의 심리를 파고들어간다.

중간관리자인 정직원은 꼭 알바생에게 부정적이지 않고 방어도 해주고 이해해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정작 알바생은 약한척 하다가 갑자기 법에 기대서 최대한 자기 이익을 추구한다.

거꾸로 순진한 직원, 영악한 알바생으로 입장이 바뀌어버린다.

자신의 이익이 될 것이라면 금전에서부터 이력서까지 악착같이 챙기는 모습은 돈독 오른 자본가와 다르지 않게 보인다. 아마 이렇게 서술하는 건 정직원의 시선일 것이다.

시선을 알바생,정직원,사장 이 싸움에서 멀리 떨어뜨려 보면 전체는 하나의 비극이다.

새로운 구성원에게 선을 긋고 냉정하게 대할 수록 이들은 신뢰를 만들지 못하는 영악한 존재로만 남게 된다.

작은 이익을 추구하지만 신뢰는 결코 키워나가지 못하는 불구형 인간이 된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사회의 문제를 단순한 선악으로 표현하지 않고 복안 즉 겹쳐진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점에서 이 소설의 매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