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평전 - 갈등의 삶, 초월의 예술
박홍규 지음 / 가산출판사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베토벤이 살았던 시기는 혁명과 반동이 서로 힘을 겨루던 시대였다.
혁명이 지향하던 이상은 자유와 평등, 여기에 맞서는 반동은 모든 자유를 불온한 것으로 보고
탄압하려고 한다. 귀족들은 아름다운 정원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편안하게 이야기를 하는
교양인들이다. 반면 새로 부상하는 시민들은 한편으로는 귀족들이 누리는 것을 흉내내려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경멸하고 거부하기도 한다. 이렇게 두 세력이 벌이는 대결의 결과는 결국은 시민쪽으로
기울게 마련이다. 거기에 따라서 사회의 문화를 꾸려가는 구조도 변화되게 마련이다.

경제적으로 볼 때 궁정악단에 종사하거나 레슨으로 삶을 유지하던 음악가 그룹이 겪게 되는 영향 도한 작지 않다. 하이든, 모짜르트, 베토벤은 이 시대를 앞뒤로 살아가며 변화에 서로 다르게 반응한다. 하이든은 평생을 거의 대부분 하인의 신분으로 살았지만 모짜르트는 귀족의 취향을 맞추려는 시도도 하지만 자신만의 독창성을 내세우기도 한다. 두 선배에 비해서 베토벤은 시대 변화의 혜택을 대폭 누렸던 사람이다.
경제적으로도 연금도 받고, 출판 수입도 거두고, 연주회 수입 또한 괜찮았기에 풍요로웠다. 사회적 지위도 귀족의 흉내를 내기도 했지만 때로 귀족을 경멸하기도 했는데 심지어 자신의 후원자들에게 당신들의 이름이 나에 의해서 영원할 것이라고 대꾸하기도 했다. - 이 말은 실제로 맞는 말이 되어버렸다. 어쨌든. -
그를 이어받은 후대의 예술가들은 더 한층 높은 지위를 얻었지만 이렇게 예술의 독립을 가져온 선구자는 역시 베토벤이었다. 남이 듣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자기가 들려주고 싶은 것을 강조할 수 있었기에 그의 작품은 그 이전의 누구와도 다르게 된다. 참고로 하나 덧붙이자면 모짜르트는 쉽게 쉽게 작품을 썼고 가끔은 비슷비슷한 작품을 만들어 여기저기 귀족들에게 헌정하며 돈을 구걸해야 했다. 베토벤도 헌정을 시도했지만 상대방은 훨씬 더 높은 지위였고 숫자도 또한 작았다.

이렇게 화려했던 외면에 비해 그의 내면적 삶은 고독 그 자체였다. 가정을 꾸리지 못했고 조카에게 퍼부은 사랑은 조카의 자살시도로 결말지워진다. 고독의 해소를 위해 더욱 내면의 열정을 키웠고 귀가 멀어가면서 그 경향은 심해져갔다. 그의 음악에 담긴 깊이 있는 사색이야말로 이렇게 치열한 삶속의 산물일 것이다.
문을 두드리는 듯한 운명의 테마나 깊게 생각하게 만들고 때로는 듣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그의 음악들이 모두에게 사랑받는 것은 아니다. 히틀러가 틀어주는 베토벤을 들으면서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상대방 국가의 음악을 금지시키는 것이 관례인 전쟁터에서 예외적으로 연합국 측도 그의 음악을 활용하였다. 그렇게 폭넓게 받아들여지다 보니 지금 유럽에서 진행되는 통일의 흐름속에 유럽의 국가로 까지 격상되고 있다. 수많은 갈등속에 살았지만 결국 초월해낸 그의 삶이 오늘날에도 여러 국가와 민족의 갈등을 초월시킬 수 있는 예술이 되고 있다는게 놀랍다는 느낌이다.

이 책으로 말하자면 그리 편한 독서는 아니었다. 삶의 중간중간에 작품과 연결지은 점은 좋았지만 대체로 연대기를 따라가는 듯 해서 꽤 건조한 책읽기였다. 얼마전 보았던 츠바이크의 책들에 비교하자면 생동감이 떨어진다고 할까. 하지만 한국 사람의 손에 의해 이 정도 수준의 책이 나온다는 사실에는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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