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올 때 보인다
함영준 지음 / 쌤앤파커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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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라는 직업은 매력이 있다.

마이크와 펜을 들이대면 누구나 만나준다.

여기에 바삐 뛰던 현역을 내려 놓은 장년의 기자가 못다한 이야기를 모아 인물론을 내놓았다.

인물들도 다양해서 위로는 대통령 아래로는 사형수다.

나로서는 중간에 자리한 언론인들 이야기도 무척 재밌었다.

방우영, 조선일보라는 보수신문의 총수답게 무거운 인물이다. 함기자는 민주화의 흐름에서 노조간부로 파업을 주도했었다고 한다. 함기자와 고교동기가 손석희 였으니 엇비슷한 시대의 고민을 안고 있었다.

파업은 실패해도 큰 문책은 없었고 홍콩특파원 까지 발령이 났다. 해외에서 신문사를 대표하는 일은 지금도 중책이다. 그런데 꼭 해외나오면 으스대는 한국인들 때문에 진절머리가 나기 마련인데 여기에 출장온 방우형 회장은 예우를 갖추어 직원이 아니라 기자로 대우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각이 바뀌면서 부친과의 개인적 인연 이야기도 하고 퇴직할 떄는 나가서도 같이 살자고 끌어안는다.

민주화의 격량에서 그렇게 욕먹던 조선일보가 왜 1등으로 올라섰는지는 내게는 늘 의문이었다. 이 책에서 나온 이야기는 답이 되기에 충분했다.

판매점을 순시하고 나서 대리점 계약을 해지하고 총무들을 자극해 사장 되보라고 부추긴 영업작전, 인재가 제일이라고 조갑제와 같은 외부 인사를 끌어들여 순혈주의를 깬점. 모두 경영의 원리에서 보면 탁월한 선택이다.

언론계 지인의 말에 의하면 조선일보는 리더가 자신이 부족한 걸 알아서 거꾸로 남의 능력을 끌어내는데 주력한다고 한다.


이렇게 이런저런 일화가 모여서 인물에 대한 시각을 바꾸어 나간다.

같은 언론인으로 김훈 이야기도 빼먹을 수 없다.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마술사지만, 주류와 떨어져 중년에도 낯선 한겨레에서 경찰서 출입을 했다. 작가로 변신한 그의 삶에는 담백함이 있다. 3시간 일은 하자, 매일 원고지 다섯장은 쓰자. 작업실에 군더더기는 필요 없으니 달랑 사전만 가지고 작업한다. 이런 풍경을 자유롭게 읽어 보여주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다.

그런 점에서 여전히 작가는 기자인 셈이다.


주요 정치인들에 대한 평가도 많다. 박지원과 술자리에서 한판 한 점. 젊어서 그가 전경환 꼬봉 노릇한 취재기밀을 들이대니 당황하던 모습.

김영삼,김대중,노무현 등의 당당함과 한계.

이야기는 빼곡 한권을 다 채운다.

그럼에도 그는 따뜻함을 멈추지 않는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인물을 평가할 때 공과 과의 균형을 잡아주려 노력했다. 못한 듯한 인물도 한가지 공은 있다. 그의 이야기에서는 그 공을 가장 앞에 내세워준다. 

이 책도 다양한 사람들의 우여곡절 삶의 행로에서 과 보다는 공을 보여주어 시각의 균형을 잡아준다.

세상에는 천사도 없고 악마도 없다.그냥 삶이 있을 따름이고 미워 보이는 누군가에게서도 장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방우영 일화 처럼 말이다.

물론 반대도 있다. 가장 정의로움의 화신이라가 생각했던 노무현도 자신의 나르시즘에 빠져 자살을 선택해야 했다. 

그렇게 서서히 산을 내려가면서 기자는 인간을 보는데 여유로움을 가질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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