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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넌트 ㅣ 버티고 시리즈
마이클 푼케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1월
평점 :
1823년 미국 서부개척 시대 변경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사냥꾼인 주인공은 인디언과 문명이라는 두 세계에 걸쳐 있다.
그들을 보듬고 있는 자연은 광대하고 아름답고 매우 잔혹하다.
자연속에서의 인간들은 서로 견제하고 갈등하며 죽인다. 원래의 자연과 함께 하던 인디언들의 모둠에 문명은 무기와 돈을 가지고 접근한다.
문명이 가장 탐냈던 돈은 바로 동물의 가죽 즉 모피였다. 이를 얻기 위해 변방 끝까지 쫓아가는 모험가 백인들 그들은 낭만적으로 보일수도 있지만 나쁘게 말하면 약탈자일 따름이다.
두 세계와 사이의 경계인은 각자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르다.
이는 사용하는 언어에서도 나온다. 인디언은 가족,복수를 이야기한다.
문명은 법,재판,신,계약 등을 이야기한다.
이 둘 사이의 거리는 매우 크다.
문명은 인디언이 가지고 있지 않은 총과 돈을 가지고 있다.
그 덕분에 결국 문명은 미대륙을 소위 정복할 수 있다.
영화 속 주인공 디카프리오의 여정은 복수다.
그리고 또 하나의 복수가 나온다. 바로 인디언 추장이 딸을 찾기 위해 보이는 집념과 복수다.
복수라는 관념은 인디언 공동체 존립의 핵심이다. 각자 지켜야 하고 친족은 서로를 지켜주고 억울한 일에는 반드시 복수를 해서 안녕을 보장해야 한다.
반면 문명은 복수에 대해 다른 관점을 보인다. 사람이 다 할일이 아니고 이를 신에게 맡긴다. 즉 율법에 의해 살아가면서 인간은 보다 자유롭게 된다. 인간관계 또한 그렇다 기독교의 출발은 자식을 산에 데려가 신에 바치려다가 중지하고, 산에서 율법을 얻은 선지자들의 행적에서 비롯된다.
아버지가 자식을 신에게 바칠 수 있다는 건 인디언의 관점과는 사뭇 다르다. 즉 사람과의 관계 위에 초월적 존재가 있고 개별 인간사이의 일은 여기에 종속될 수 있다는 관념이 기독교에서는 필수다.
한국영화 <밀양>에서도 복수와 용서는 신에게 맡긴다는 스토리가 나온다.
영화로 돌아가면 문명과 인디언의 차이를 주는 총과 돈은 사회가 진화를 통해 발명해온 산물이다. 절대신이라는 관념으로 가족과 친족을 넘어서면서 보다 커다란 공동체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그 속에서 점차 분업이 이루어지고 교류가 되어 발명이 만들어지면서 인간에게 총을 가지게 해준다. 돈도 매한가지다. 노력을 저축하고 먼 거리로 매개하게 해주게 하면서 인간은 죽음을 각오한 모험을 하게 한다. 기회라는 개념도 생기고 한몫 잡아 팔자를 고치겠다는 일념이 오늘의 고통을 이기게 해준다.
결국 승부는 뻔한 게임이다.
작은 것 같아도 말투와 용어는 수백년 수천년 진화된 사회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자연에 가까이 있는 존재들에게는 되지 않을 싸움이다.
문명의 도구 몇몇이 뿌려지면서 부족들은 원래의 원한을 무력으로 해소하게 되고 당연히 백인과 근접한 집단이 우월을 차지한다. 사라져가는 마을들 이를 원망으로 보는 인디언 여인의 서글픈 눈동자에서 우리는 역사가 주는 흐름의 잔혹함을 읽어낼 수 있다.
역사의 궤적에는 이렇게 가족이 종교를 만들고 다시 국가가 되어 가는 진화의 발자국이 깊게 드리워져있다.
영화의 다른 매력도 많았다.
대자연의 장면 장면은 한폭의 예술 사진이고 그 안으로 관객을 집어 넣고 주는 체험도 좋았다. 복수에 집요한 아버지를 통해 가족애도 돌아보게 해준다.
그렇지만 내게 가장 커다란 물음은 바로 자연과 문명의 차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