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강을 건너면 인간 세상이 비참해지고, 건너지 않으면 내가 비참해진다. 가자 주사위는 던져졌다." -카이사르"천하가 나를 배반하는 것보다 내가 천하를 배반하는 쪽이 낫다." - 조조세상이 부여한 규칙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거꾸로 세상을 바꾸어 규칙을 바꾸는 사람도 있다. 훗날 이들을 가르켜 시대의 흐름을 바꾼 영웅이라고 부르게 된다.카이사르가 원로원의 통보를 거부함으로 그는 로마 민주정에 종식을 지은 독재자로 비판받지만한편으로는 로마에 새로운 질서를 수립해 제국을 안정시킨 공을 보인 창조자로 칭송받기도 한다.원래 민주주의는 구성원의 성격이나 수준이 엇비슷할 때 잘 기능한다. 로마도 도시국가였던 초창기에는이 시스템이 잘 움직였지만 점차 영역이 확대되고 신분간 격차가 벌어지자 잘 기능하지 못하게 된다.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은 외부의 군사력에서 많이 나오게 되는데 이미 그라쿠스 형제 살해, 마리우스와 술라의 경쟁,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의 동맹에 의해 여러차례 기능을 정지했었다.이제 카이사르에 대한 위협과 거부로 그러한 불안정한 상태가 또 한번 위기를 맞은 것이다.민주주의의 본질이 권리와 의무를 함께 가지는 다수의 시민에 의해 직접 운영되는 질서라고 한다면 이미 용병화된 군사력에 의해 위협받고 일반 시민의 의지는 반영되지 못하는 당대의 로마는 한계 상황에 달해가고 있었다. 카이사르의 눈에는 원로원이란 대지주와 채권자의 의지를 반영하는 과두제를 보존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하고 있었기에 이를 무너뜨리는 것이 반역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그럼 당시 전쟁상황을 살펴보자. 태생부터 대귀족으로 젊어서 상승장군의 명성을 가지고 있던 폼페이우스 입장에서 카이사르가 최근 보여준 갈리아에서의 전과는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상대인 카이사르가 감히 자신에게 직접 맞서리라 생각치 못했기에 큰 대비를 하지 않고 있었다. 반면 카이사르는 싸움에만 능한 것이 아니라 역사와 문학을 통해 인간사회 전반에 대해 깊은 이해를 보였다.그는 루비콘 강을 넘는 것이 당장은 반역으로 치부될 것이지만 길게 보면 새로운 시대를 여는 행위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강을 건는 것은 매우 적은 군대지만 상대의 의표를 찌른 기습이었기에 성과는 충분했다. 폼페이우스가 이탈리아 반도를 떠나 그리스로 빠져나가버린 것이다. 이제 카이사르가 바다를 건넜고 싸움은 그리스 쪽으로 옮겨간다. 크게 보아 두번의 싸움이 있었는데 한번은 다라키움 포위전으로 카이사르가 졌지만 파르팔루스에서 벌어진 야전에서 카이사르가 대승을 거두어 전쟁의 향방을 결정지었다.그러면 객관적 여건에서 불리했던 카이사르가 전쟁을 이길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일까?하나는 그의 군대가 규모는 적어도 전장 경험이 풍부한 정예였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지휘관으로서카이사르가 상황에 맞춘 유연한 전략을 보였다는 점이다. 특히 파르살루스 전투에서 보여준 기마병에 대항하는 경보병의 활약 부분은 통념을 깨어버린 불의의 일격이었다.이렇게 전장에서나 정치에서나 보통 사람의 생각을 넘어서 새로운 세계를 열어간 것이 바로 카이사르를 영웅이라고 불리우게 만든 힘이다.그 과정을 저술한 이 책 내전기의 매력은 먼저 저자가 당대의 가장 지위가 높고 권한이 많은 카이사르 본인이었는다는 점이다. 당시 상황 전개를 가장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고 가장 생생하게 상황을 묘사한 책이다. 그렇지만 앞서의 저작인 갈리아전기에 비하면 몇가지가 부족하다는게 눈에 띈다.우선 상황에 대한 배경설명이 너무 간략하다. 갈리아에서는 전쟁을 질서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보았기 때문에 상대방인 갈리안들에 대한 세밀한 관찰이 선행된다. 종교,문화 등 여러 요소를 보아 식민화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과감하게 투자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상대방을 단순히 무력으로 정복하는게 아니라 계속 포섭해나가 최후에는 동맹자로 삼게 된다. 그 기초가 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깊은 이해다. 또 진행과정에 대한 묘사가 그리 깊지 않다. 전투행위, 각종 시책 등에 대해서 자세히 서술하지 않았다.덕분에 전체적 분량도 짧게 되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애초부터 저술의 목적이 대내외에 대한 자신의 업적 홍보였기에 굳이 집안 싸움을 자랑하기보다는 조용히 경과를 보고하는 쪽을 선호한 것 같다.한동안 꽤 유행했던 시오나 나나미의 저술을 놓고 비교해보면 갈리아전기는 분명 나나미의 저술보다 우월하다. 문장도 매끄럽고 대상이 되는 전쟁에 대해 전체를 보는 눈이 탁월하다. 반면 내전기는 상대적으로 내용이 소략하기 때문에 나나미의 책이 한결 낫다고 생각이 된다. 각 저작이 나름대로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 비교해보면서 읽는다면 유쾌한 경험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