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 절대 믿지 마라
데이비드 페이버 지음, 고승덕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똑똑하고 배경 좋은 사람들이 많지만 서로 믿지 못하는 곳이 어디일까?
답은 월스트리트라고 한다. 돈이라는 현실적 문제 앞에서 개인의 명예나 신뢰는 저만치 뒤로 밀려간다.
이 책은 월가의 동향에 대한 보도를 오랫동안 담당했던 방송사의 유명 기자의 경험담을 잘 담았다.

월가에 존재하는 여러 군상들을 유형별로 구분하고 이들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어느때 믿어야 할지 또
믿지 말아야 할지를 잘 보여준다. 미국은 주식자본주의라고 할 정도로 자본의 조달을 비롯해 기업 운영의
핵심적 역할을 주식시장에서 기대하고 있다. 투자자 쪽을 보아도 기업연금 등 많은 개인자산이
주식시장에 유입되어 있어 서로 공동운명체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양자의 사이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저자인 방송사의 임무였다.
취재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운 것은 취재원들이 보통때라면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을 인물들이지만 이권이 걸렸을 때 가끔 자신을 시험대에 올려놓기 때문이다. 정보는 돈이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남보다 더 빨리 얻어야한다는 치열한 싸움이 벌어진다. 그러한 정보가 대중에 무차별적으로 전달되는 방송을 탄다는 것은 이미 정보로서의 가치는 소멸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정보를 전달해주는 쪽은 많은 경우 역정보
혹은 다른 의도를 보일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치열한 현장에서 15년의 기간 동안 자신이 겪은 경험을 토로했는데 내용도 풍부하고 서술 방식
또한 솔직하다. 제목에 내세운 애널리스트 절대 믿지마라는 말은 이 책의 내용을 표현하지만 단지 일부만을
보여주는 것이다. 애널리스트 뿐 아니라 CEO, 증권브로커 심지어는 증권방송 조차도 액면대로 믿어서는 안된다는 게 내용의 핵심이다.
왜 그래야만 할까? 애널리스트의 경우를 놓고 보면 이들이 속한 대형증권사가 투자은행이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최근에 한국 증권사들이 지향하는 이 모델은 기업의 M&A 등 경영방향을 정하는 중요한 결정들의
파트너 역할을 하려고 한다. 비중이 커지기 때문에 수수료 또한 규모가 크다. 따라서 수하의 애널리스트들이
독자적으로 솔직한 의견을 내는 것을 적절히 통제하게 된다.
저자가 알고 있는 유능한 애널리스트의 경우 조그마한 회사에 있을 때는 매우 정확히 자신의 의견을
내세웠지만 점점 출세하면서 연봉이 많아질수록 표현은 애매해지고 정확도 또한 틀려졌다. 가끔 솔직히
의견을 물으면 매우 괴로운 표정으로 진실을 말할 수 없다는 답이 오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신문을 볼 때 증권면을 보고 투자했다가 돈을
잃었다고 투덜대는 사람은 하수다. 증권면이 기초로 삼는 애널리스트 리포트 자체가 절대적으로 매수쪽
의견만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업면을 보면서 시야를 넓게 가져가지 않는다면 낭패보기 십상이다.

CEO의 공언에 대해서도 매우 회의적인게 저자의 견해다. 늘 많은 CEO들이 기업이 좋아진다고 외치지만
실제 좋아지는 확율은 그렇게 높지 못하다. 결과는 많은 기업들에 대해 투자자들은 실망하게 되고 주식은
하락할 수 밖에 없다.
저자가 오히려 신뢰하는 쪽은 공매자 그룹이다. 공매란 매우 위험한 투자기 때문에 이들의 의견이 오히려
정확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엔론의 사례를 보면 공매 쪽에서 바라본 견해가 훨씬 더 정확했다고 한다.
한 기업에 대해서 의견을 두루 들어야 하는데 CEO도 애널리스트도 솔직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면
가끔 존재할 수 있는 공매자의 의견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공매자는 어떻게 진실에 접근할까?
한가지 방법은 제무제표인데 보다 근본적인 것은 고객에 대한 이해라고 한다. 많은 기업들이 주가 높이기를
위해 매출을 불리는 것은 관행처럼 되고 만다. IT분야에서 꽤 유명한 기업들인 인포믹스,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등이나 피터 린치가 격찬한 웨이스트 매니지먼트도 여기서 보면 그러한 조작 사례도 나오게 된다.
하지만 이들 공매자들의 경우 실 고객이 정말로 제값을 주고 샀는지 아니면 서로 사주기 약속을 한것인지를
구분해내는데 거짓말의 비율이 커지면 커질수록 폭락의 위험 또한 커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책의 내용에 비해서 판매량이 부진한데 역자인 고승덕 변호사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제목이 내용을
포괄적으로 담지 못하는게 아닌지 묻고 싶다. 이 책은 증권시장의 전반에 대해 솔직하게 진실을 알려주는
드문 책으로 평가되고 주변 분들에게 많이 추천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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