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뭉치면 죽는다 - 준비 없는 교류와 통합 추진 그 위기의 시나리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통일정책연구팀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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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서울대행정대학원이라고 되어 있는데 알고보면 독일에서 북한을 방문한 기록들에 대한 번역서다.

중간에 한두장씩 저자들의 의견이 더해져 있기는 하지만 그걸 가지고 저술이라는 이름을 붙인다는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용들은 대체로 북한이 얼마나 암담한 세상인가 하는 면과 통일을 해보니 동독사람들의 인성과 문화를 바꾸기가 얼마나 힘든가에 대한 것들이다. 그렇게 해서 내린 결론은 제목에 붙인대로 남과 북 뭉치면 죽는다라는 섬뜻한 표제가 되어 버린다.
주제 넘게 나서서 조금 고쳐보면 "아무 준비없이" 라는 말이 들어가는게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책에서 한가지 인상깊었던 점은 동독사람들의 체제가 제대로 된 보상이 없기에 노동을 거부하게 만드는 노동자사회라는 분석이었다. 북한의 노동력들도 마찬가지로 일하는데 무척 힘겨워한다는게 저자의 지적이다.

독일의 경우 생산성의 격차가 워낙 큰 상태에서 서둘러 체제를 통합했는데 이는 서독의 부를 동독으로 이전시키는 결과가 된다. 서독은 일해도 그만한 보상을 못 받는 반면 동독은 여전히 평등하지 못한 2등 국민으로서 자신에 대해 불만이다. 이는 똑 같이 남과북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이다. 저자들이 예로 드는 것이 탈북자들을 교육시키는 하나원의 경험을 통해 이들이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백번 맞는 말이다. 그래서 지금 정책은 통일이 되더라도 휴전선을 상당기간 유지하자는게 복안이라고 알고 있다. 심지어 미군의 경우 북한을 점령지로 간주해 군사통치하자는게 최근까지 작전계획이라고 한다.

이렇게 접근하든 저렇게 접근하든 통일은 쉽지 않은 문제다. 독일처럼 수십년간 노력 했어도 어느 날 갑자기 닥쳐서 별로 원하지 않는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아마 한국도 더 낫게 준비한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참고로 북한학을 비롯한 통일관련 학문의 경우 정말 바라던 통일이 이루어지는 순간 별로 쓸모가 없어져버린다. 준비를 위해 가졌던 고민의 문제는 이제 행정의 영역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예언이 실현된 예언자의 비애와 같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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